노짱님의 질문 1
"저는 하늘나라에 있습니다. 남아있는 여러분은 뭐하실거죠?"
노짱님을 너무나 억울하게 보냈습니다. 무력감과 자괴감에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는 연일 멍하기만 했습니다. 오늘까지 인터넷, 신문, 잡지 등 여기저기 노짱님 관련 기사나 사진만 찾아보고 있습니다. 기사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분노에 치를 떨면서도 한없이 무기력한 우리들의 모습에 또 한번 좌절하게 됩니다.
저뿐만은 아니겠지요. 아마 모든 이들의 비통한 심정은 저와 같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너무나 당당한 이명박과 검찰, 경찰, 조중동문 등의 짐승같은 행태를 보면서 또 한번 마음에 상처를 받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있으면서 2002년 4월 27일 덕평수련원에서 열린 경선승리 축하모임이 생각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승리에 환호하는 축제의 장에서 노짱님께서 너무나 진지하게 지지자들에게 아래와 같이 던진 질문이 떠오릅니다.
"제가 대통령되면 여러분은 뭐하실거죠?"
그때 일부에서 큰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지요.
“감시! 감시!”
그때 노짱님의 그 외롭고 쓸쓸한 표정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항상 당당하고 자신에 찬 모습만 생각했던 저희들에게 갑자기 노짱님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잠시 보이셨지요. 그러곤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여러분 말씀 모두 옳습니다. 그러나 저를 감시할 사람들은 조중동을 포함해서 넘치도록 많습니다. 여러분까지 저를 감시해버리면 제가 너무 외롭지 않겠습니까?"
그때는 노짱님의 그 말씀이 어떤 의미였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힐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가야만했던 예수의 심정이었을 노짱님의 그 무거운 마음을 모른채 우리들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슈퍼맨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 자리인줄 알았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일을 척척 손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바로 그런 자리인줄로만 알았습니다.
대통령이 되시고 5년간의 시간만 지나면 한나라당은 망할 줄 알았고, 조중동은 당연히 폐간될 것이고, 아니면 영향력이 매우 줄어들어 말 그대로 찌라시가 될 것이고, 남북은 긴장완화를 통한 동북아 허브국가를 이룰 것이고, 그렇게 해서 통일을 앞당길 것이고, 그런 모든 일이 쉽게 이루어지고 또한 이루어내실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냥 노짱님께서 그 자리에만 가시면 다 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노사모에 몸담았던 많은 사람들은 노짱님만을 믿고 노짱님에게 그 모든 책임과 짐을 떠넘긴 채 생활로 돌아가버렸지요.
하지만 그런 기대는 노짱님을 둘러싼 무리들을 지나치게 가볍게 생각했던 우리들의 무지였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됐습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수구기득권 집단들의 발악에 가까운 반발과 거의 폭력에 가까운 저항이 임기 시작부터 임기 끝나는 5년 동안, 임기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신 후까지 우리 노짱님을 너무나 많이 괴롭혔었지요.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대통령님을 탄핵까지 했고, 순진한 우리들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들의 힘이 그들의 기득권이 얼마나 무섭고 완고하며 악랄한지를, 일제시대 때부터 이어져온 그들만의 단단하고 질긴 조폭적 집단주의가 노짱님 임기가 끝난 후까지 하이에나처럼 물고 늘어질 줄 우리는 정말 몰랐습니다,
견디기 힘들었을 노짱님에게 재야운동가들, 그리고 386, 노짱님과 함께 했던 정치적 동지들, 그리고 흔히 진보를 표방하는 원로지식인들과 언론까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심각한 공격을 했지요. 거기다가 노사모 등 노짱님을 지지했던 지지자들까지도 감시라는 미명으로 비판적 지지라는 말장난을 가지고 분열했고, 그래서 노짱님을 더욱 외롭고 고독하게 만들었습니다.
노짱님의 그 때 그 질문이 어떤 의미였는지 요즘에서야 조금 깨달아질 것만 같습니다.
"저는 머슴살이하러 청와대로 갑니다. 주인들인 여러분은 뭐하실거지요?"
저는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의 목숨을 많은 사람의 속전으로 주려 한다는 바로 그 말처럼 들려옵니다.
말인즉슨 여러분이 주인 행세를 잘해야, 제가 힘이 덜 들고, 머슴살이도 잘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여러분들이 주인으로써 주인 행세를 잘 해주셔야 제가 그동안 여러분들을 탈취하고 핍박하고 도둑질했던 친일, 독재, 수구집단, 바로 그 지배세력으로부터 여러분들을 지켜줄 수 있고,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주인으로써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과거의 도둑놈들이 주인행세를 하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그놈들이 주인이 되면 과거처럼 여러분들 위에 군림하면서 여러분들을 억압하고 지배할 것입니다.
그러니 부탁입니다, 당신들이 주인공입니다, 당신들이 주인입니다. 주인이 주인 행세를 할 때야만, 일하는 머슴이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당신들이 주인입니다. 주인다운 면모를 보여주세요.
오늘은 과거 87년 6월 우리의 선배님, 부모님, 형, 누나들이 독재자로부터 너무나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찾아온 민주주의의 씨앗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 분들이 피를 흘려가며 목숨을 바쳐가며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우리가 지난 시간동안 주인의 의무를 잘 감당하지 못했기에 많은분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놓은 민주주의의 씨앗이 말라 죽어갈 위기에 봉착한 겁니다. 우리가 민주공화국 시민으로 우리의 주인된 도리를 감당하지 못했기에 오늘날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7년 전 덕평수련원에서 노짱께서 우리에게 한 질문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지금 이 시간도 하늘에서 노짱님께서 그때처럼 질문하십니다
"저는 하늘나라에 있습니다. 살아남은 여러분들은 뭐하실거죠?"
오늘 우리는 주인된 자의 온전한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시민광장 회원여러분, 오늘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각 지역에서 있을 범국민대회에 주인된 자격으로 참여해 주십시오.
우리의 이런 시민주권운동이 하늘에 계신 노짱님께서 진정 원하시는 모습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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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제 나름대로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우리에게 남겨준 숙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글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