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지식도 부족하지만 노무현대통령과 유시민님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놈입니다.
전 포항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삼십 몇 년을 살아온 경상도 토박이입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우리 가족은 지난 총선에서 당신이 출마했던 대구 수성을 거주민들입니다.
당신이 지난 총선에서 딴나라당 주호영의원과 격돌 했을 때,
선거기간 동안 아침마다 수성구 거리유세에 나선 당신을 보며 참 많이 응원 했습니다.
그리나 선거 개표 결과, 딴나라당 주호영에게 아쉬운 패배(물론 득표율의 차이는 두배였지만...)
하지만 지지기반이 열악하던 그곳에서 32%라는 득표율은 당신과 우리에겐 "할 수 있다."라는
작지만 강한 희망의 증거가 되어 주었습니다.
낙선이 확정된 아침,
부슬부슬 내리는 빗 속의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지지 감사 인사를 하고 있는 당신을
다시 보았습니다.
아 ~ 18... 나이 서른 훌쩍 넘어서 칠칠 맞게 눈물이...
비교적 밝은 얼굴로 시민들에게 낙선인사를 건네는 당신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당신의 모습은 가식으로 포장한 얼굴이 아닌 진심이 묻어나는 온화하고 평온한
얼굴인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요... 당신도 그 곳에서 희망의 불씨를 보았던 것이겠지요.
졌지만, 결코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도 우리도 알았던 것이겠지요.
우리가 쉽게 따지기 좋아하는 수치라 것으로는 졌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감히 수치로는
헤아릴 수 없는 우리들 마음의 가치와 진정성을 보았고 얻었으니까요...
자신의 패배를 개끗하게 인정하고 상대에게 진심어린 축하와 박수를 보내주던
당신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문득 그날의 당신을 보며 노전대통령의 모습이 투영 되어 떠올랐습니다.
지역주의 타파와 청산을 위해 출마했던 90년대 부산에서의 노전대통령의 모습이...
그렇게 넘어지고 깨지고 몇번의 낙선고배에도 "농부가 어찌 밭을 탓하겠는가?" 라며
담담하지만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 날의 노무현...
노무현,유시민, 어찌도 이리 닮아 있는지...
겹쳐지지 않을 것 같은 두사람의 모습이 저의 뿌연 눈물 사이로
마치 한 장면인냥 단번에 오버랩 되었습니다.
전 이성적인, 논리적인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칠칠맞게 지극히 감성적인
사람도 아닌데, 도대체 당신 두 사람은 왜 저에게 항상 눈물과 목마름의
기억이어야 합니까?
도대체 왜 자꾸 다 큰 남자를 이렇게 울리는 것입니까?
09년 04월 어느 비오던 날, 당신을 보았던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혹자들은 이야기합니다.
리틀 노무현 유시민, 유시민님의 성향이 너무 급진적이고, 공격적이고, 경솔하다고...
하지만 저는 압니다.
그들의 그 얘기는 "개풀 뜯어 먹는 소리" 라는 것을...
그들은 당신을 두려워 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송곳보다 날카로운 관찰력, 촌절살인의 어휘력, 차갑지만 이성적인 논리력,
상대적 약자를 감싸 안을 줄 아는 당신의 포용력, 깊이를 알 수 없는 당신의 지식을...
물론 유시민님의 단점으로 지적 되는 부분들에 대해선 일부 인정은 해야 겠지요.
하지만 그 단점이 당신의 깊은 정치철학까지 덮어버리진 못하지요.
유시민님!
자!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신과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노무현대통령께서 생을 마감 하셨습니다.
노무현대통령과 당신이 그토록 갈망하던 우리의 민주주의!
그 민주주의가 노무현대통령이 떠나신 오늘, 함께 죽어 버렸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의 서거를, 민주주의의 자살을, 함께 겪으며 동시대를 통과하는 동반자로써
그저 고인의 넋을 기린다는 핑계로 수수방관만 하다 조용히 사라지는 암묵적 살인자가
되시렵니까?
이제 당신께서 울음을 털어내고, 울분을 토해내 주십시요.
우리도 당신 곁을 지키고 따르겠습니다.
당신의 가공할만한 내공으로 정곡의 기지를 발휘하실 때 입니다.
급진적인 방법이나 물리적인 투쟁으로 맞서자는 것이 아닙니다.
서슬퍼런 군사독재정권의 총과 칼에 맨몸으로 맞섰던 당신의 용기와 기백을 보여 달라는 것입니다.
세월의 모진 풍파가 당신의 의지를 약해지게 했다면 우리가 힘이 되겠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이 고귀한 희생으로 우리에게 남긴 메세지를 간과하여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희망의 뿌리가 되어 주십시요.
희망의 줄기가 되어 주십시요.
희망의 열매를 맺어 주십시요.
희망의 꽃잎을 피워 주십시요.
희망의 증거가 되어 주십시요.
우리는 촉촉히 젖은 토양과 자양분이 되어 당신 곁을 지켜 드리겠습니다.
비록 노무현대통령은 지키지 못했지만 두 번의 실수는 하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이 후 생의 마지막에서 노전대통령께 부끄럽지 않은 우리가 될 수 있도록...
5월 27일 저녁 서울역사 분향소에서 슬픔에 잠긴 당신을 보며
밤이 새도록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고 싶은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 이 부족한 글을 현 시점에서 당장 유시민님의 대권도전을 의미한다,라고 해석하시면
곤란할 듯 합니다. 개혁과 변화의 주체는 우리이기에 출발점에 선 우리에게 유시민님께서
구심점이 되어 주시길 바라는 맘으로 작성한 글이니 오해 없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