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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참여없이 발전없다."
갸루슈파 | 2006-10-13 16:38:16 | 조회 4447 | 추천점수 0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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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건국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유시민 의원은 ‘자발적 정치참여’를 시종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모두발언에서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과 존 내쉬의 ‘게임이론’을 비교하며 논지를 풀어나갔다. 또한, 최근 청년 취업문제에 대해 극히 원론적인 답변을 하고서도 거두절미하는 언론보도에 곤욕을 치른 탓인지 특유의 재기 넘치는 직설 화법은 듣기 어려워 아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시간에는 어렵지 않게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답을 내놓으며 그다운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참여"는 비용이 드는 일

유의원은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존 내쉬의 ‘게임이론’에 담긴 세계관을 비교하며 자발적 정치참여, 나아가 정당가입을 강조하는 강연을 펼쳐 나갔다. 누구나 “내 한 표가 얼마나 의미 있겠는가?“라며 귀찮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당사자 개인으로서는 현명한 판단이다. 이렇게 개인의 이기심에 근거한 행동이 사회 전체의 공공선을 극대화시킨다는 이론이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화로운 세계관은 현실 사회, 특히 정치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쉬균형"에 대한 이해
두 명의 공범자 A,B를 형사가 검거했다. 그러나 그 형사는 심증만 있는 상태라서 범인들의 자백이 없이는 기소가 불가능하다. 그러자 이 형사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각각 피의자를 독방에 격리시켜 놓고 다음과 같은 사항을 알려 준다.

1. A가 자백을 하지 않았는데 B가 자백을 하면 B는 특전으로 풀려나나 A는 10년의 징역을 살게 된다. (도합 10년) - 이 경우 둘 중 하나는 최대의 이익을 볼 수 있지만 둘의 합을 사회로 보면 사회 전체의 형량은 10년이다.

2. 둘 다 자백을 할 경우 각 5년형을 언도 받는다.(도합 10년형)

3. 둘 다 자백을 하지 않을 경우 각각 1년형을 언도 받는다.(도합 2년) - 이 경우 형량의 합이 가장 적다.

A와 B를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고 둘의 합을 하나의 작은 사회로 볼 때, 개인의 합리성(individual rationality)과 집단의 합리성(collective rationality) 차이에 의해 딜레마가 생긴다. 개인을 위한 이기적 판단보다는 상호협력을 통해 자신이 배신당할 경우 불리해질 수도 있는 선택을 할 경우 사회적 이익의 총합은 최대가 된다.

존 내쉬의 균형이론을 보여 주는 일화인 ‘죄수의 딜레마'가 시사하는 바는 개개인이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판단을 할 때보다 다소 불합리하더라도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상호 협력’을 할 경우 공공선이 극대화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현실정치에 이를 대입하자면 유권자 개개인은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이 이익이지만 ‘귀찮음이라는 기회비용’을 무릅쓰고 투표를 할 때에만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내가 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 있기에 그 일을 할 사람을 선거를 통해 대표로 뽑고 있다. 이를 통해 뽑힌 대표에게는 헌법으로 보장하는 권력이 주어지고 이제 그 대표는 사회 성원들을 통제하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유권자들이 소위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선택’을 할 경우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이라는 시스템은 붕괴한다. 투표 참여가 저조하여 국민 다수가 원치 않는 지도자가 나오는 일은 유권자 모두의 책임이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참여야말로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이다.“는 유의원의 말은 정당, 정파를 떠나 모든 이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진정한 정당 참여를 위한 선결과제

“아직도 정치참여가 부족하며, 민노당 이전에는 진정한 의미의 정당은 없었다.”라고 유의원은 못 박았다. 대통령을 배출하고 의회를 장악하는 것은 정당이며 대의민주주의는 정당이 내놓는 후보를 뽑는 시스템이다. “이제껏 대한민국의 대선, 총선 참여율은 만족할만한 수준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참여’는 없었다.”라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당이란 무엇인가? 정당은 정치적 이상이 일치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정당은 우리나라에서 민노당이 최초이며 그 다음은 개혁당”이라 유의원은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정당들은 어떤 성격을 띠는가? “권력을 쫒는 자들의 이익집단이 그 이전 정당들의 정체성” 이라고 그는 규정짓는다. 그리고 저마다 몇백만 당원이라 주장했지만 그 당원 대다수는 당의 이념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 동원되었거나 특정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진정한 의미의 정당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에 기간당원 제도를 도입하여 진정한 정당으로 서고자 한다고 유의원은 밝혔다.

그러나 기간당원제에 있어서 당의장 경선에서 불거진 ‘약정당원’ 같은 현실적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열린우리당에 ‘동의할만한 이념’이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다. “거대 집권야당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진정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의 이념과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만 한다. 지금과 같이 오로지 득표를 위한 행보로는 이념정당으로 가는 길은 난망할 것이다. 당내 이론가로서 유의원의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참여에서 주도로

“진정한 정치발전은 어느 당을 지지하건 간에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들어가서 당비를 내고 활동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라고 유의원은 주장한다. 돈 내는 것은 고사하고 정치에 관심조차 두지 않으면서 정치발전을 바라고 정치권이 서비스를 해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란 얘기다. 진정한 정당으로 가는 길은 참여이며, 그 참여는 ‘당비를 내는 당원’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서 시작된다고 한다.

유권자들이 사람들이 돈도 안내고 관심없어 하는 것은 정치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그럴수록 정치판은 갈수록 망가지는 ‘닭과 달걀의 관계’라는 것이다. “이 무관심의 악순환을 끊는 것은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라고 유의원은 목소리를 높인다. 우선 유권자들이 정당에 가입해 당비를 내고, 그에 상응하는 발언권을 얻어 판을 갈아엎자는 말은 설득력이 있다. 또한, 당비 내는 당원은 돈 안 드는 정치 , 깨끗한 정치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유권자가 당에 가입해서 당비를 내고 당권을 장악하여 돈 안드는 정치, 당원이 주인 되는 당을 만들자는 슬로건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기간당원제는 ‘유럽형 계급정당’을 모델로 한 것이기에 어떤 식으로 운영되어 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당의장 경선 등에 나타난 부작용은 과도기적 현상이라 봐줄 수 있겠지만 유럽형 기간당원정당이 옳으냐, 아니면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식 정당이 옳으냐는 시간이 흐른 후에 평가할 문제이다. 이 질문은 결국 제도보다는 그 제도를 적용하고 운영해 나가는 성원들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냐는 원론적 문제로 돌아간다.

일단 유시민 의원과 열린우리당이 젊은 학생들에게 다가서려 노력하고 정치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만한 것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여당이 바로 서야 나라가 평안하다. 당장은 기간당원제가 부작용도 드러내고 있으나 이제 갓 본격적으로 도입된 제도이기에, 국민과 지지자들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인내심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념이 있는 정당,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을 만들어 가겠다는 유시민 의원의 행보를 지켜보자.
2005-05-27 오후 11: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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