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제출하겠다고 밝힌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국회를 방문, 지난 30일 법사위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을 원안대로 처리해달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유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이날 오후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두 법의 수정안을 내기로 한 것에 대해 언급한 후 “만일 수정안을 처리하면 심각한 문제점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수용하기 매우 어렵다”며 이 같이 촉구했다.

그는 양당의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이 빠르게 증대되는 한편, 젊은 납세자의 부담도 한정없이 늘어나 연금재정의 위기가 국가재정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정안정의 효과도 크게 보지 못하면서 저소득층의 연금만 감소시켜서 이들의 연금 가입동기가 약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이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개정안은 매우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정략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국회의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우리 후손을 위해 보다 진지하게 논의해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대목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한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이날 오전 수정안 제출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 그리고 현 의원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법 제안취지를 설명한 시민사회단체를 겨냥해 “세 곳의 공통적 문제는 재원마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소득의 5%짜리, 즉 8만9000원의 기초노령연금을 저소득층에서부터 시행하도록 한 것은 노인을 잘 모시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큰 틀의 증세없이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의 한계가 그 정도였기 때문이다”라면서 “이런 안을 내놓으려면 재원 대책을 함께 제안하는 것이 국민을 섬기는 의원들의 바람직한 태도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1일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그리고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명의의 공동성명서를 내고, “국회 본회의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나라당의 수정안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국민연금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현재 법사위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연금보험료를 현행 소득의 9%에서 2009년부터 매년 0.39%씩 인상, 2018년 12.9%까지 올리고 수급률은 평균소득의 60%에서 50%로 낮추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또한 기초노령연금법은 2008년부터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하위소득자 60%에게 월평균 소득의 5%(약 8만9000원)을 주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기초노령연금법과 관련, 65세 이상 전체 노령인구의 80%에게 2008년부터 평균 소득의 5%를 주기 시작, 오는 2018년까지 10%로 상향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험료는 현행 9%를 유지하는 대신 수급률은 2008년 50%에서 2018년까지 40%로 낮추자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당장 수용할 경우 2008년 국내총생산의 0.4%(3조8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돼 큰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재정부담이 늘어나 2030년 4.1%(147조원), 2050년에는 무려 6.5%(502조원)이 소요돼 국가 전체의 재정구조를 개편하지 않는 한 이 제도의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정부의 입장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도 동조, “감세를 주장하면서 재원대책없는 법안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거나 “대선을 앞두고 선심을 쓰듯이 법안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고 있어 법안처리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가입자 단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수정안이 오늘 본회의를 통과할 겨우 사각지대 해소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라면서 “그간 연금개악을 주도한 유시민 장관과 열린우리당은 지금이라도 개악시도를 중단하고 두 당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또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위원장은 “유시민 장관의 태도는 매우 몰염치하고 후안무치하다”고 맞대응했다.

김 위원장은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한나라당이 내놓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유 장관의 이날 오전 발언은 크게 ‘재원대책이 없는 무책임한 안’, ‘국가재정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비현실적인 안’, ‘국민 부담이 높아지는 비합리적인 안’이라는 세 가지 비판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그런 발언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우선 김 위원장은 “가입자 단체는 정부에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 제도개혁 방안을 제시해 왔다”면서 “현재 정부의 조세감면 규모가 18조원에 이르는데, 이를 축소 내지 폐지하면 상당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누차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지난 2003년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발전위원회 보고서 114쪽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기구) 회원인 선진국들의 연금 부담률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8-10% 정도로,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면서 “국가 재정의 파탄을 이야기하는 유 장관의 주장은 사실을 매우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 장관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오후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수정안을 처리하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수용하기 매우 어렵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 dailyse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