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야 그가 오랜만에 티브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기대가 컸다. 유시민을 만나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는 상당히 재미 있는 사람이다. 유머도 있고, 비유나 풍자를 잘 하며 한 마디로 말을 참 맛있게 하는 사람이다.
뉴스나 토론에서 보여 주는 이미지와는 다른 면이 상당히 있다. (그가 예전에 쓴 칼럼 몇 개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파워인터뷰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프로의 특징이 딱딱하지 않고 분위기가 자연스럽고 편안해 그 사람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좋은 프로라 생각한다. 그간 몇 번 파워인터뷰에 몇몇 정치인이 나온 것을 보았다. 노회찬이나 원희룡, 우상호 편 등을 보면서 언젠가는 유시민도 나오겠지 하면서 기다린 것이 1년이 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스튜디오에 나온 유시민을 화면을 통해 보았다. 내심 걱정도 했다. 2대8 가르마로 또 나오는 것은 아닐까? 프로그램 성격상 상당히 어색할텐데.. 다행스럽게도 헤어스타일이 자연스러웠다.^^ 복장도 정장이었지만 나름 편안해 보였다.
인터뷰는 무거운 주제인 복지부정책 이야기 부터 정치 이야기로 흘렀고 그 후 비교적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과거 학창시절, 운동권 시절 이야기 그리고 가족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과거 학창시절 운동권 흰 수의에 포승이 묶인 채 경관에 이끌려 법정에 들어서며 당당하게 독재타도를 외치던 모습. 그리고 그 뜨거운 눈빛을 과거 영상을 통해서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필자가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다.
1. 복지부 정책 관련
- 이재용 건보이사장 발탁 관련 시비
그는 강단 있고 소신 있는 분(대구 남구청장 재직 시 홍등가 정리 등). 흠도 있지만 행정경험과 자질 충분. 더 훌륭한 분이 왔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일단 하는 일 지켜보고 평가해 달라.
- 4대보험 통합에 대해 민노당이 반대하는데?
중복되거나 비슷한 업무기관 통합으로 인한 고비용 저효율 조직을 통합, 국민적 부담 경감이 취지. 민노당에서 반대 하는 것은 직원들 고용승계 문제인데 최대한 피해가지 않도록 협의해서 진행할 것임.
- 특수연금(공무원,사학,군인 등) 문제
일반 국민연금에 비해 연금 수익률이나 수혜율이 상당히 높다.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 된다. 특히나 국민들이 따라오게 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이 솔선수범 해야 한다. 가을 쯤 국회에 법안 제출 예정.
- 국민연금문제
현재 머리에 폭탄을 지고 있다. 반드시 개혁 필요. 이대로 가다가는 2040년에는 재정 고갈 -> 세금충당(국고보조)로 이어져 우리 시대에 해결하지 않으면 후세에게 짐을 안겨 줌. 국민들 마음 이해하나 고통분담 차원에서 보험료 인상 불가피.
- 국민연금 폐지론자의 주장에 대해
개미와 베짱이 비유. 베짱이가 겨울에 개미에게 먹을 것 달라고 해도 안 주면 그만이지만 인간세상에서는 안 줄 수 없다. 따라서 강제성 있는 제도로 남아야 한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민간보험보다 높고 정부가 보증하는 것이니 믿고 맏겨달라.
- FTA(복지부 관련)에 대해..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지티브시스템(약가적정화방안)은 미국과 협상의 대상 아니다. 미국측에서 요구하는 것은 자국을 위해 당연한 것이다. 공무원들은 그래야 한다. (예전에 그 면에서는 버시바우 미 대사가 훌륭한 공무원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협상하고 있다. 복지부는 국민을 속이지 않는다.
2. 정치인 유시민
- 인사청문회때 2대8 가르마가 화제가 되었는데?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니고 사우나 이발소 머리다.
- 호감과 비호감으로 극명하게 갈리는데?
내가 자초한 일이니까 인정한다. 항상 그렇게 살지 않으니 변하지 않겠는가?
- 노무현에 대한 지나친 옹호에 대해?
의견이 다르면 따로 말한다. 그 분이 들어주면 좋은 거고 생각이 다르다고 하시면 어쩔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과도한 비판의 경우에는 같이 비 맞아주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잘 못 했다고 등 돌리는 것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지지자 중의 한사람으로서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대선 후보로 거론이 되는데?
권력이라는게 무섭다고 생각한다. 여당에 후보가 많이 없으니까 내 의사와는 상관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것 같다.
- 대권수업의 일환으로 복지부 입각설에 대해?
대통령은 그런 희망사항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내 희망사항은 아니다. 자연인 유시민으로 돌아가고 싶다.
3. 젊은 날의 초상
- 13년만의 졸업
나는 운이 좋았다. 감옥도 덜 갔고 다치지도 않았으며 장관까지 하고 있다. 같이한 분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 20대 초반의 열정
그 당시 그렇게 안하면 나중에 후회 할 것 같았다. 긴급조치 9호, 유신헌법을 대학교 1학년 때 읽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 젊은 날의 에피소드, 그리고 후배들에게 한마디 (유시민이 78학번. 질문자는 98학번이었다.)
자신은 젊은 시절 남은 기록이 별로 없다, 항소이유서 때문에 교도소에서도 편히 지낼 수 있었다. (교도관들이 잘 해 주었다.)
- 드라마 작가 유시민?
MBC 베스트셀러 극장 "신용비어천가"를 썼다. 이 작품이 문성근씨의 첫 TV출연 작품으로 알고 있다.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언론을 풍자한 드라마. (내가 알기로는 이 드라마 방영이 베스트 셀러극장 폐지의 단초가 되었다. 그 후 베스트 극장으로 다시 부활.) 8부작 멜로드라마도 집필했었다. 내 이름으로 했던것은 아니고 당시 쫓기던 때라 필명은 다른 이름으로 했다. 이휘향씨가 주연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그걸 쓴 이유는 유인물 제작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건 유시민에 대해 모르는게 없다고 자처하는 나도 처음 듣는 사실이었다.)
4. 현재의 유시민
- 가정에서 유시민은 어떤가?
리버럴한 편인데 요즘은 무책임한 가장이 되어버렸다. 부부싸움은 아내가 말이 없고 화를 내면 말을 안해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하고 자수해 버린다.
- 프로포즈는?
아내에게 나랑 결혼하면 안 되는 이유를 대라고 했다. 아내는 모르겠다고 했다.
(순간 쓰러짐^^)
- 좌파 유시민이라는 말에 대해?
나의 이념은 대한민국 헌법이다. 대한민국 헌법안에 모든 게 다 들어가 있다. 사람마다 중요한 가치기준이 다르겠지만 나는 자유를 먼저 생각하고 그 위에 정의, 더불어 잘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잘사는 사회가 뒤에 있다고 좌파라고 말하는건 웃긴 일이다.
5. MY WAY
- 가족의 영향
아버지가 군에 있는 나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우체국 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항상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 어릴적 아버지의 모습은 새벽 호롱불에 항상 책을 읽고 계셨다. 나에게 큰 영향을 주신 분이다. (지금도 글 쓰고 책읽고 싶은 마음은 아버님에 대한 향수이다.)
프로그램 말미에 아버님을 회상하면서 유시민의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어제 프로를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유시민에 대해 다시 돌아 볼 수 있었고 모르고 있던 유시민에 대해서도 새로 알게 된 점이 있었다.
오늘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지도 말고 내일 비가 온다고 우산을 펴지 말라는 예전 그의 말처럼 그는 현실에 충실하며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비록 30분간의 짧은 인터뷰라 정치인 자유인 유시민과 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다 풀지는 못했지만 그만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고뇌를 들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