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대통령 후보가 제시한 멧돼지, 베스, 목욕탕 공약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멧돼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겠다.
2. 우리나라 하천 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외래어종 베스를 Kg당 2,000원에 구매하겠다.
3.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이 따뜻한 목욕탕에서 씻을 수 있도록 하고 건강도 챙겨 드리겠다.
나는 이 공약을 들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배려와 공존, 그리고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가진 정말 훌륭한 지도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어떤 대통령 후보도 가지지 못한 매우 훌륭한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유시민 후보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시민 대통령 후보의 이 생활밀착형 공약이 지금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에게 현실적으로 매우 절실하게 필요한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언론이나 방송에서는 크게 조명을 받지 못했다. 간혹 다루어질 때도 우스갯소리로 치부해 버리며 가볍게 다루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기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 위에 앉아 있는 데스크는 더 똑똑하다. 유시민 후보가 제시한 대선 공약에 중의적인 뜻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대번에 알아 차렸다. 멧돼지, 베스, 공약은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을 겨냥한 것임을 눈치챈 것이다.
아마 어떤 데스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 멧돼지의 위협,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는 말은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후보를 떠올리게 만드는 어휘이기 때문이다.
멧돼지(野豬)는 저돌적인 특징이 있다. ‘저돌’이라고 할 때 ‘저’ 자도 돼지 ‘豬’ 자다. ‘저돌적이다’는 말에는 ‘위협’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저돌적인 멧돼지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만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멧돼지를 만나면 누구나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명박 후보가 직접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저서 ‘온몸으로 부딪쳐라’는 책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그는 상당히 저돌적이다. 긴 인생을 그는 그렇게 살아왔다. 다른 사람이나 이웃을 배려하기 보다는 저돌적인 자세로 목적을 성취했다.
청계천 복개 공사를 그렇게 단시간에 끝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저돌적인 기질 덕분이다. 마찬가지로 그가 한반도 대운하를 어떠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철회하지 않는 이유도 동일하다. 건설로 잔뼈가 굵어서인지 70년대에나 통했을 일을 2008년에도 시도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 대운하로 인해 파괴될 생태계를 생각하면 외래어종 생태계 파괴범 베스는 차라리 귀엽다. 베스의 경우엔 Kg당 2,000원에 구매하면 그래도 그나마 생태계 복원을 기대할 수 있지만 대운하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 대운하로 파괴된 생태계는 복원 불가능하다.
그래서 유시민 대통령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맞설 아주 강력한 공약을 들고 나온 것이다. 배려라곤 없는 저돌적인 멧돼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존하는 자연환경을 위해 생태계 파괴의 주범에 대해서는 Kg당 2,000원에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언론사 데스크는 속으로 ‘역시 대단한 유시민이야. 과연 하늘이 내려준 인재가 틀림없어.’라고 감탄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공약이 이슈가 되어 국민들이 자신들이 미는 이명박 후보의 실상을 깨닫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하지만 내 놓고 말할 수 없는 속사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인터넷상에서 조성되는 여론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2007년 12월 19일에 어떠한 후보를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지 계속 논의해야 한다.
소외받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어그러진 생태계를 바로잡아 친환경적인 자연을 회복하며, 국민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국가 지도자를 뽑을 것인지... 아니면 먹을 것을 찾아 땅을 다 헤집고 다니는 위협적인 멧돼지와, 생태계는 아랑곳하지 않는 왕성한 식욕을 가진 외래어종 베스같은 국가지도자를 뽑을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그리고 우리 자녀들에게 어떤 미래를 안겨주면 좋을지 서로 이야기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