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군대를 아느냐?
유시민 대통령 예비 후보는 중동부전선 최전방에서 군 복무를 했다. 유시민 후보는 강제 징집되어 입대하였고, 32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꽉 채우고 병장으로 만기 제대 했다. 군대 생활한 지역으로만 따지면 나와 유시민 후보는 인연이 조금은 있다. 전혀 다른 시기였지만 과거 비슷한 지역에서 군대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북쪽으로 한참을 더 올라가다 보면 5번 국도와 4243번 지방도가 맞물리는 곳이 나온다. 그 지점에서 조금 더 올라가게 되면 사방거리라는 마을을 만나게 된다. 그 곳 보다 더 위쪽에는 민가가 없다. 간혹 눈에 띄는 주택은 민가가 아니라 관사다.
그 곳은 부대 마크 마냥 왼쪽엔 보름달이 떠 있고, 오른쪽엔 북두칠성이 빛나는 중동부 전선 최북단이다. 그 지역은 남방한계선에 인접한 우리나라 군대중에서도 오지(奧地)중에 오지(奧地)다. 철책선을 따라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 내려야 하니 새파란 젊은이도 무릎에 관절염이 생기는 곳이다.
군인들이 외박이라고 나오면 사방거리로 모인다. 그런데 대체로 사람 구경은 할 수 없는 지역이다. 마을이라곤 하나 군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술집과 가게가 밀집되어 있어, 주로 오고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군인이거나 군인 가족이다.
누군가 내게 "군대는 갔다 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에게 "당신은 사방거리를 아느냐?"고 되묻고 싶어진다. 그 시절, 망우리를 넘어와 서울로 들어오는 휴가병들은 거의 모두 무릎이 시원치 않아서 어머니들 눈물깨나 흘리게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아직도 전해지고 있다.
군대는 갔다 왔냐?
과거나 지금이나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제가 두 가지 있는데, 첫째가 군대 얘기고, 둘째가 군대 있을 때 고무신 거꾸로 신은 첫사랑 이야기다.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가 시작되면 십육방 동네 방위 출신도 베뢰모 쓴 특전사 못지 않은 화려한 군 생활을 읊어 댄다. 유격이 어떠니..., 행군이 어떠니..., 갈구는 고참이 어떠니..., 하는 식으로 침 튀기며 말하면 날이 샐 정도다.
그런데 아무도 군 생활동안 중대장의 악필을 타자기로 옮겨 치고, 소집통지서 배달하고 도장받는 일이 거의 전부였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군대생활은 아무래도 고생한 이야기가 제 맛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군대란 남자에겐 평생 따라 붙는 꼬리표이다. 취업이나 결혼을 앞둔 남자에게 주위 어르신들은 곧잘 이렇게 질문한다.
“군대는 갔다 왔냐?”
대한민국 남자에겐 평생동안 두 가지 꼬리표가 따라 붙는데, 그것은 병역필과 병역미필이다. 위 질문에 항상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남자들과는 달리 병역미필한 남자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항상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 든다.
그런데 그렇게 크게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사회 지도층 인사로 분류되는 모 정당에 소속된 현직 국회의원과 그들의 아들들은 사회적 평균을 훨씬 넘는 병역미필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병역미필로 살아간다는 것은 신의 아들로 분류되지 않는가?
그런데 모병제는 왜 반대하는데?
유시민 대통령 예비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당장 모병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 수준이 3만달러 수준에 이르면 모병제로 전환될 수 있는 기초를 닦겠다고 말하고 있다.
모병제가 되면 군대 면제된 남자가 더 이상 신의 아들로 분류되지 않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전혀 열등감 없이 평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때로부터는 양적인 군대보다는 질적인 군대 수준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토대를 미리 닦아 두어야지만 향후 모병제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언론에서는 다루어 주지 않는다. 기자가 다루지 않는 것인지, 데스크에서 묵살 시키는지는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남자, 20대 이전의 아들을 둔 부모들 중에 ‘모병제’에 관심 안 갖는 사람은 없을텐데 말이다. 아니, 기자나 데스크도 아들을 두고 있을텐데 말이다. 군대에서 고생하고 갈굼 당한 기억의 보상심리일까? 그렇다면 유치하다.
이명박 후보가 ‘모병제’에 대해 한 마디 해 줬으면 좋겠다. 특히 이회창 한나라당 전총재도 꼭 한 말씀 부탁한다. 어떻게 된 노릇인지 본인 혹은 아들의 군대 문제는 왜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처럼 평생을 따라 붙냐 말이다.
꼭 가고 싶은 군대가 되도록 모든 대통령 예비 후보들은‘모병제’를 공약으로 꼭 내세워 주기 바란다. ‘모병제’공약으로 내세워 주면 본인 군대 안 갔다 온 것 절대 추궁 안할께. 볼썽사납지만 국군통수권자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인정할께. 그런데 조선일보, 너희는‘모병제’왜 반대하는데?
‘10만 양병설’ VS ‘첨단정예강군 건설’
유시민 대통령 예비 후보가 군 복무한 중동부전선을 중심으로 철책을 따라 좌우로 상비사단이 배치되어 있다. 훼바 찰리까지 이르는 예비사단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60만 대군의 4분의 3 가까이 그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그게 다 국방비다.
그러한 병력의 주 임무는 경계다. 하루 24시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돌아가며 수행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밥먹고 하는 일이 삽들고 진지와 부대를 유지 보수하기도 하지만, 경계근무를 위해 그렇게 많은 병력들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 중에는 북한과 유사시 전쟁이 일어나면 전투를 위해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지금은 율곡 이이(李珥) 선생의‘10만 양병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히려 ‘첨단정예강군 건설’이 정답이다.
내 논리를 강하게 뒷받침하는 딱 한 가지 실상을 말해 보겠다. 과거도 그랬지만 현재도 전후방 각급 부대에서 실시하는 준비태세 훈련에 빠짐없이 실시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가상으로 설정한 ‘적 화학탄 공격’상황이다.
주둔지 주변 일대에 떨어졌다고 가정하고, 우선 경보를 발령하고 바람의 방향과 세기, 그리고 임무에 따라 4단계까지의 보호태세를 취하게 된다. 그런데 솔직히 딱 까놓고 이야기 하겠다.
적 화학탄 떨어지면 무슨 짓을 해도 다 죽는다. 임무형 보호태세를 통해 그 지역을 신속히 벗어날 수가 없다. 왜냐고? 주둔지(駐屯地)니까. 약 500~1,000명 이상의 병력이 주둔한 곳으로 쫙 깔린 전방지역을 신속히 벗어난다고? 도대체 어디로...
모병제를 통한 첨단정예강군 건설
어느 국가나 군대는 강해야 한다. 강한 군대를 갖지 못해 서러움에 빠진 국가가 한 둘이며, 큰 영토와 많은 인구를 가졌음에도 국가를 세우지 못하는 민족이 또한 한 둘이랴.
대한민국의 군대도 강해야 한다. 많은 숫자의 병력이 있다고 강한 군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6.25때, 중공의 인해전술이 오늘날에도 통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강한 군대는 첨단화된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 첨단화된 장비를 다룰 줄 아는 기술을 보유한 직업군인이 있어야 한다. 인공위성과 첨단 전자 장비를 만들고 관리하고, 유지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미군이 쓰던 년식 오래된 비행기, 돈 주고 사오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지휘관은 옷벗고 나가야 한다. 한 두 푼도 아닌 F16이 공중에서 떨어져 유능한 조종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F16 수입에 관여한 자가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은 군대의 수치다.
그렇게 해서는 강군이 되지 못한다. 공군이 사용할 첨단 장비를 육군 장군이었던 사람이 구매결정을 내리는 모순은 없애야 한다. 군 조직체계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첨단정예강군을 위해서는 군 조직체계의 개편이 필수다.
대한민국은 공군력과 해군력이 더 강해져야 한다. 병력 관리를 위해 많은 장군들이 배출되는 육군보다는 선진통상국가에 어울리는 공군력과 해군력이 보강되어야 한다.
공군력과 해군력이 증대되기 위해서는 첨단무기를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정예군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만족할 만한 급여를 받으며 직업군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국민들은 그들을 명예롭게 대우해야 한다. 육군도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병제가 필수다. 여느 다른 기업들보다 더 우수한 인재를 조기 발굴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를 위해 명예롭게 복무하고자 하는 이들을 찾아 모집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또한 막대한 세금으로 키운 공군 조종사가 일찌감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 기장으로 옮겨 타는 일이 없도록 보수와 명예를 보장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육군에서도 민간기업에 뒤지지 않는 정보와 통신, 보급과 수송 전문가들의 양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모병제가 실시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그 토대를 갖추어야만 한다.
| 모병제를 위한 전제 조건은?
1.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수준 유지.
2. 남북 화해와 경제적 협력(남북 FTA).
3. 선진통상국가에서의 첨단정예강군 건설을 위해 각군 사관학교에 교육과정 신설
4. 군인은 개인적으로는 안정적인 보수, 가문에게는 명예가 주어지는 직업으로 국민들의 인식 확대.
5. 직업군인 중심의 군 조직 개편 / 육, 해, 공 편제 조정
6. OAC, 육군대학 과정 상호 교환 교육생 파견
7. 병력 위주 단계적 상호 군축
8. 군사적 긴장감 해소를 위해 철책선 남북 상호 경계병력 배치
9. 무기체계에 있어 남,북한군은 독립적, 미군과는 협력적인 관계 유지
10. 미군과 남, 북한군이 함께 가상의 적을 두고 합동연합작전 훈련 정기적으로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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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열 가지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모병제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어쩌면 꿈같은 일도 포함되어 있지만, 남북한 정상이 손을 맞잡고 한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일도 과거에는 꿈 같은 일이었다.
자. 우리 한번 군대생활을 돌이켜 보자. 군대생활에서 생각나는 건 갈굼에 시달린 고참 때문에 아직도 악몽을 꾼다는 것. 그리고 고통스러운 행군때, 반합에 담긴 빗물 섞인 짬밥이 꿀맛이던 기억이다.
거의 비슷한 기억을 가졌고, 가지게 될 많은 젊은이들이 앞으로는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고생을 하더라도 정당한 보수를 주고, 명예를 지켜준다면, 안그래도 취업하기 어려운 요즘, 입대하려고 무진장 노력하는 젊은이가 있는 선망의 직업이 될 것이다.
자. 이제부터 모병제, 자신있게 말합시다!
이 글에 반응이 좋으면 “모병제 - 자신있게 말합시다! 제2편”, 용산 미군기지 평택 이전과 관련하여 국방체계의 변화에 대해 짧게 쓰려고 합니다. 물론 반응 안 좋으면 접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