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텃밭, 분당
일요일 오후 1시 30분 분당에서 유시민 후보의 강연이 있었다. 집에서는 약 80여 Km가 떨어진 먼 곳이었지만 킨텍스에서 유시민 후보를 뵌지가 어느덧 2주가 되어가면서 서서히 그 약발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껴 약발 재충전도 할겸 마침 분당에 있던 고딩 친구도 만날 겸 버스를 타고 거의 2시간이 넘게 걸려 분당에 도착했다.
잘 알다시피 분당은 강남과 함께 한나라당의 텃밭인 곳이다. 성남에는 4명의 국회의원 있는데 3명이 한나라당이고 1명만 현 민주신당 국회의원이다. 그리고 그 한명이 유시민 후보의 거의 유일한 지킴이라고 할 수 있는 "김태년" 의원이다.
분당이라서 그랫을까? 장소는 상당히 협소하고 초라한 웨딩홀에서 열렸다. 좌석은 약 250석 규모, 입석까지 감안하면 약 300 여명이 모였다. 성남 인구가 근 100만인걸 감안하면 다소 초라하다.
내 고딩 친구는 고대 사학과를 나와 현재 역사유적 관련 IT 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대학생때 나름 운동권이었던지 잠시 민노당에도 몸담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정치전반에 회의를 느끼고 정치혐오까지는 아니지만 큰 관심 또한 없는 상태였다.
그런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이명박 후보 찍을거만 아니라면 오랫만에 만나서 얘기도 유시민 후보 강연도 들어보자고 겨우 꼬셔서 같이 가게 되었다.
돈지갑을 두둑하게 해드겠습니다
강연은 약 2시간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오늘도 원고 따윈 없었다. 그저 마음속에 머리속에 차곡 차곡 정리해둔 내용을 술술 꺼내 풀어내듯이 그렇게 매끈하게 1시간 30분을 강연하셨다. 특히 오늘 강연은 이명박의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많이 할애했는데, 적절한 유머와 위트를 섞어서 좌중에게 쉼 없는 웃음도 선사하셨다.
그 동안 여러 강연을 UCC를 통해서 거의 빠짐없이 봐왔지만 오늘 강연은 Live로 보아서 그런지 더 큰 울림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3대 비젼에 대해 언급하실 때 그 전과는 달리 오늘 강연에서는 평화를 가장 먼저 언급하는 차이가 있었다.

2007년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라는 대답에 유시민 후보는 겸손하게 "평화와 번영"이라고 대답했다.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것은 곧 이명박이 비록 막연하지만 손에 잡힐 듯한 또는 머릿속을 쉽게 그려지는 "대운하"와 같은 공약으로 우리들의 돈지갑을 두둑하게 해줄것 이라는 믿음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소위 "여권"의 대선후보라면 응당 국민들의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국민들의 돈지갑을 두둑하게 해줄 것인가? "한반도 대운하"보다 더 손에 잡힐것 같은 구체적인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할 것인가?
평화와 번영
유시민 후보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그로 인해 깊숙히 각인된 우리의 유전적 기질을 얘기한다. 반도 국가도 아닌 허리가 잘려나간 섬나라에 갖혀 있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졸아들대로 졸아든 우리의 마음을 이제는 대륙으로 대양으로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즉, 평화를 바탕으로 하여야만 우리안에 잠재해 있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번영으로 이를 수 있는 대륙으로 대양으로 펼쳐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륙으로 대양으로 펼쳐나갈 수 있는 길을 FTA를 통해서 더욱 확장시키고 그 기회속에서 대한민국의 젊은 이들이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국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 만이 대한민국의 번영을 앞당길 수 있는 우리의 유일무이한 선택이어야 함을 유시민 후보는 다시 한번 역설한다.
친구와 내기
강연 내내 나의 친구는 유시민 후보가 내심 못마땅한 건지 쉴 새 없이 궁시렁 궁시렁 대면서도 먼가 끄적끄적 메모도 하고 그랬다.
그래도 처음 보는 유시민 후보의 2시간 짜리 강연이 지겨울 법도 한데 그래도 한때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놈이라 그런지 꾹 참고 2시간을 견뎌준 친구가 고마웠다.
질의 응답 시간이 끝나고 사진촬영 시간 이었지만 깜빡하고 디카도 챙겨오지 않아서 우리 둘은 밖으로 나가서 커피숍에 앉아 강연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내 친구는 무엇보다 유시민이 이명박의 대항마가 될 수 없다며 열을 올린다. 하물며 민주신당 경선에서도 후보가 되기 어려울 거라며 은근히 내 부아를 비꼬기도 했지만, 나는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그냥 이렇게 얘기를 했다.
"우리 내기 한판 하자"
"유시민 후보가 10월 15일에 민주신당 후보가 되면 니가 맛있는 거 사주고, 아니면 내가 사주고 ^^"
"그리고 12월 19일 유시민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니가 맛있는 거 사주고, 아니면 내가 사주고 ^^"
그러자 친구도 살짝 웃으면서 그러자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저는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머~ 시큰둥하게 지지율 추이 정도는 지켜보겠다고 했지만요.
어쨌든 이러해서 올해 가을과 겨울은 더욱 즐겁게 되었습니다. 이거~ 무슨 포커하는 것도 아닌데, 쪼이는 맛도 있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