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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집에 계세요
별천사 | 2007-09-04 11:17:59 | 조회 3284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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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대나무가 많이 나는 담양이라고 말한다. 전남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 아직도 내 이력서나 신원조회에 어김없이 따라 붙는 본적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곳을 떠나 거의 45년 동안 객지를 떠돌았다.

 

물리적인 시간만 따진다면 이제 기억 속에서 사라질 법도 하지만 내 잠재의식 속에는 여전히 내 집으로 남아있다. 꼭 부모님이 살고 계셔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신작로에서 얼마를 걸어 들어가 현관문 대신 대문을 밀고 마당을 지나 툇마루를 통해 방으로 들어가는 구조 때문 만도 아니다.

 

 

집이라면 헛간도 있고 우물도 있고 장독대도 있고 돌담도 있고 지붕도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 만도 아니다.

 

뒷뜰에 병풍처럼 둘러 쳐있는 대나무 숲하며 여름 밤 하늘 평상으로 쏟아지는 별빛들, 풀벌레 소리, 대나무 숲을 흔들어 깨우는 새소리. 토방 밑에서 졸음믈 견디지 못하고 퍼질러 앉아있던 누렁이. 손 만 내밀면 언제라도 따 먹을 수 있었던 앵두며, 살구, 단감, 무화과들이 온전하게 네 DNA 속에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집도 살아 있는 생명체다. 아무리 성성한 집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방 허물어지고 만다. 제 품에 품고 있었던 사람들이 떠나면 집도 외로움을 어찌하지 못하고 몸 져 눕고 만다.

 

 

10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시골집은 꿋꿋하다. 고조 할아버지,증조 할아버지, 할아버지에 이어 아직도 부모님의 체온을 가슴에 품고있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하루가 멀다하고 주위 어르신들의 부음소식을 듣는다. 나에게도 팔순이 넘은 부모님이 계시다. 친구 부모님들의 부음을 접하고서야 안부전화라도 올려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걸 보면 나는 불효자식임에 틀림없다.

 

전화기를 들고 조금이라도 죄송함을 덜어보기 위해 멋진 말을 떠 올려 보지만 나는 유시민 이야기를 꺼내고 만다.

 

"마실 가시지 말고 오늘도 집에 계세요."

 

세상에 나같은 불효자식이 또 있을까?

 

 

 

     

부모님, 집
덧글쓰기 | 전체글 8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월급쟁이  

담양 이세요??
25일날 담양 갔다가 광주에들러 강연듣고 왔는데여.
그날 안오신듯 한데요..
참 좋은 동네 더만요..
죽통밥도 먹고...
참 좋은 고향을 두셨읍니다.
07-09-04

아리아  

따뜻한 별천사님!
힘 내시요!
07-09-04

늦겨울  

아
별천사님
제 고향은 경북 청도군 운문면 대천리
운문댐이 들어서서 갈 수가 없군요
07-09-04

미늘바늘  

자식이 효도를 한다고 해도 불효자 이더군요..
아마 부모님께서는 별천사는 뜻을 알고 미소를 짓고 계실겁니다..
별천사님 같은 분을 낳아주신 부모님이시니 말이죠..^^
07-09-04

병풍산  

병풍산 품에안겨 무등을 바라본다
앞에는 널은들판 뒤에는녹음방초
농토는 기름지고 물산또한 풍부한
내고향 담양땅 대치라.


젊은이는 어디론가 떠나고
늙어빠진 논인네만 남아
때묻은 집 지킨다는 핑계로
타향을 떠도는 아들놈을 기다린다.


산좋고 물좋고 드넓은 평야지대
아직도 건재한 만석꾼집 고택들
집안의 거미줄 마당의 쑥부쟁이
올여름 장마에 기와는 날아갔다.


오라는 아들놈은 오늘도 소식없고
구찮은 선거용 전화통만 요란하네
이러니 저러니 수선내고 떠들지만
선거판 가까이해 좋은꼴 별로없네
07-09-04

노아-2  

병풍산님 시조 이어서/

하지만 어찌하리 내나라 일꾼인걸
귀찮고 짜증나도 내먼저 살펴보고
그나마 좋은사람 고르고 또고르니
팔순된 늙은이도 유시민 뿐이로다

*^^*
별천사님 뒤따라 살아가고 있는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님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고 등대의 빛을 봅니다.

화이팅입니다.
07-09-04

장남마누라  

울..엄뉘는 야무진..유장관 팬이다..
몸이 불편하셔셔.. 휠아니면.. 움직이지 못하신다.
덕분에..티비가..친구다...뉴스를 즐겨보신다.
어제는 참평신문을 얻어다 드렸더니..쭉~읽어보신다.
근데.. 전화때문에. 울엄뉘 병나게 생겼다.
늙은이는 일부러.. 뻿다고..^^
가짜라도..전화주렴.. 뇬네..존재의 의미..함께 하고 싶은거다.
07-09-04

감자호크  

늦은 출석, 추천으로 대신합니다.
0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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