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본 조카에게 물었습니다.
"어떻든"
"슬프고 재밌어" (재밌다니... 잘만들었단 뜻이겠죠)
"저렇게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세력이 정권을 잡았고 지금 한나라당의 전신인거 아니 모르니!"
"어머 정말이야?"
"요즘 학생들 정치에 관심없지"
"응. 취업 공부 하느라 바빠"
"연결해 보면 개인의 삶도 정치적 영향력 안에 있는데 생각해 봤니?"
"아니. 별로"
3.1운동과 4.19정신을 이어받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역사를 잘 모릅니다. 그러나 과거안에 그들을 묶어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픈 역사를 뒤로 하고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자유롭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사는 것 같아, 모르고 살게 하는 것 같아 때로는 가슴이 서늘합니다.
그날 광주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여러분, 광주를 잊지 말아주세요. 제발 광주를 기억해주세요..."
2. 친구 부부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한나라당 지지자인 그 부부와 대선얘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광주얘기도 나왔습니다.
"한마리의 양을 찾기 위해 99마리의 양을 잃을 수는 없는 거야. 역사의 발전엔 때에 따라 희생양이 필요해"
"역사의 발전을 위해서라고. 성공한 쿠데타는 그렇게 평가해도 되는 거야?"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왔잖아. 그들은 하필이면 희생양이었던 거지"
"그 역사를 떼어내고 다시 썼다면 지금 우리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까. 하필이면 그 희생양이 내고장, 내가족이었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필요없어. 당시 상황이 그랬던 거야"
"권력을 향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개인의 모든 의지는 결국 선한 거네"
"선한 건 아니지만, 역사는 때론 그렇게 무자비하지"
너무도 우울한 대화, 아마도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최악이거나 아니면 이젠 너무 흔하거나 한 대화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너무 둥글어져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대화속에서 세상엔 목숨을 걸고라도 지켰어야 할 가치는 정말 존재했던 것일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우린 이제 불의와 부당에 대해 분노하기엔 너무 많은 세상의 때를 묻혔거나, 무엇이 불의인지조차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그제 pd수첩을 통해 본 전사모 회장의 당당한 말과 표정이 섬뜩합니다. 전사모(전두환을 사랑하는 모임)라니오. 전사모라니오. 역사를 이렇게 희화시킬 수는 없는 겁니다. 아무리 충만된 넘치는 자유를 지닌 누구라도요.
3. 왜 이렇게 엉망이 되었을까요
운동의 선봉에 섯답시고 바래진 사진첩의 향수를 팔고 다니며 출세와 자기 보위에 정치적 386들이 충실하는 동안, 막걸리 몇잔에 시려진 눈망울로 어깨걸고 시대의 아픔을 함께 공감했던 그사람들은 묵묵히 자기 삶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역사를 바로 세우고 정치 쇄신을 일으키기 보단 기존 권력의 우산에 안전하게 파묻혀 헌신봉사, 수시이동하는 그들을 보면서 이제 더이상 아름다웠던 운동에 대한 기억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죠. '그시키들 결국 출세하기 위함이었어'. 쓰라리고 허무한 자조.
여전히 민주와 광주를 팔아 자신을 포장하면서, 한나라당에서 15년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자기 한계를 깨닫고 눈물 흘리며 뛰쳐 나온 사람을 눈물로 맞이하는 386들을 어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손학규가 우국지사인가요? 아, 정말 인생은 아름다워라!
젊은 사람들이 광주를 모르고 또 그시절을 겪고도 광주를 비정한 역사쯤으로 기억하는 게 뭐 어떻겠습니까. 앞장선 이들도 다 까 먹었는데요.
4. 이대로 끝이 아닙니다
영화의 마지막 이 말을 남기고 김상경은 꽃처럼 떨어집니다.
"우린 폭도가 아니야 개새끼들아~!!"

한나라당의 기고만장, 목불인견 세상을 받아들이기엔 아직은 이땅 곳곳에 남겨진 상흔이 너무나 크고 깊습니다. 우린 이번 대선을 저들에게 넘겨 줄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386들의 놀라운 현실 적응력과 변신이 용서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역사를 희화 시키는데 앞장서 왔습니다. 그들이 갈구했던 가치는 대체 뭐였을까요.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민주세력의 위기라는 절체절명의 현실 앞에서, 이젠 내 일상의 안락함이 더 중요해진 사람들에게, 또 권력맛에 심취한 386들에게, 아무리 둥글어져도 한번쯤은 '정말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자' 호소하고 싶어집니다. 그건 정말 아니잖아. 그건 정말 아니잖아요!
화려한 휴가를 떠올리면서도 역시 생채기난 역사를 보듬고 승화시키고 발전시킬 후보는 유시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손학규, 또 그 옆의 386들 똑똑히 들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우습게 보지 마란 말이야!!!
국민을 섬기는 정치, 강대국이 되는 꿈, 평화의 한반도,
우리가 이루고 싶은 희망의 세상을 향해 한고비를 넘자 마자 쉴 틈도 없이 다시 달려갑니다.
본경선에선 오직 한표로 당당하게 승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