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MBC 100분 토론 시청 소감을 몇 자 적어 보려고 자판을 두드린다.
이 날 100분 토론은 다섯 명의 예비 후보들 가운데 누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싸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런지, 그런 능력을 가진 인물이 누구인지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리였다.
사람이 가진 진실의 힘은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말로 확인할 수 있을까? 행동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나는 진정으로 그 사람의 눈 빛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봤다. 유시민의 눈빛 앞에 “누가 말로 유시민 후보를 이기겠습니까? (스벌...)” 라고 말하는 정동영의 얼굴이 곶감 빼먹다 땡감 씹은 표정으로 변하며 눈을 내리 까는 모습을...
나 같으면 C8, 정X, 개XX, 양X치, 이런 식으로 말했을텐데... 어쩜 저렇게 욕 한마디 안하고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대신해 줄 수 있을까? 야! 감탄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어둠은 저주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빛으로 인해 사라진다는 말이 진실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유시민, 그의 나이 49세, 내년이면 이제 50줄이다. 사람이 태어나 세월이 지나면 누구나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되지만 정녕 그 나이가 되어 천명(天命)을 아는 사람을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는 천명(天命)을 알기에 민심(民心)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여론이야 변화무쌍한 바다 같지만, 그 속의 민심은 중요한 순간에 항상 현명한 선택을 했다.
국민들은 이번에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명박 후보를 이길 가장 탁월한 인물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대한민국을 신뢰한다.
한편으로는 손학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예비 후보들 모두가 불혹(不惑)이야 오래전에 지난 나이건만, 과연 그 나이 이후로 욕심을 모두 비우고 아무런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사뭇 의문이 들었다.
목적을 위해 정당하지 않은 수단, 때로는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지만 일단 손학규, 정동영은 예비 경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예비 경선을 통과했다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넌센스다.
자판에 이름을 처 넣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정치인의 과거는 권력이라는 욕심을 채울 수 있다면 모두 덮어 버릴 수 있는 문제일까? 반성과 뉘우침이 있다면 국민들도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을텐데... 아쉽다.
나는 유시민이 어둠을 바라볼 때 어둠이 사라지는 장면을 또 한 번 보고 싶다.
대선 TV토론에서 유시민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선(光線)앞에 선 이명박의 표정을 보고 싶다. 유시민 눈 앞에서 과연 둥리뭉실, 은근슬쩍 넘어 갈 수 있을는지 꼭 지켜보고 싶다.
유시민 눈의 광선(光線) 앞에서도 이명박이 “씀씀이를 아껴 재정을 마련한다는 둥...”, “대운하로 땅만 열심히 파다 보면 747 탈 수 있다는 둥...”, “대한민국에 내 명의로 된 땅은 한 평도 없다는 둥...”, “난 참 깨끗하게 살았다는 둥...”, 이런 소리를 해댈 수 있는지 정말 보고 싶다.
지금까지 나는 임요환이 스타크래프트 게임하는 장면을 보고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나 할까? 내가 구현할 수 없는 것들을 실현해 내는 능력, 임요환 매니아들은 그의 능력을 보며 즐거움, 짜릿한 괘감을 대신 맛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그랬다. 100분 토론 생중계는 멀티 플레이어들이 전투를 벌여 생존자, 곧 유일의 승자만이 남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룰을 연상시켰다. 유시민의 입을 통해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들이 쏟아져 나올 때마다 속으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임요환의 예술적인 스타크래프트 실력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이 정말 이해가 된다.
유시민이 이명박과 맞붙는 장면을 전국의 시청자들이 보게 된다면, 임요환의 환상적인 스타크래프트 전투장면을 연상하는 수많은 20대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게임 중계 화면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감탄과, 즐거움, 짜릿함을 맛보게 될 것이다.
내일부터 제1차 전투가 울산에서 시작된다. 박진감 넘치는 순간을 즐기려는 분들이 다들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여름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분들은 제2차 전투가 벌어지는 9월 11일과 12일에 울산에 집결할 계획이다.
유시민과 이명박이 100분 토론을 하는 신나고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하자.
사무치면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