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울림이 없다. 바람이 없다. 선거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설령 이렇게 차분하게, 서로 있는 없는 매너 지키며 민주신당의 후보를 선출해 낸다고 한들, 국민의 머릿속에 이명박에 맞먹는 강력한 각인을 남기긴 힘들 것이다. "응. 니네도 선수 뽑았니. 그려." 가 다일 것이라고 감히 예측한다.
선거 분위기가 왜 이렇게 차분할까. 왜 분위기가 뜨지 못할까.
한나라당의 흙탕물 난투극에 국민들은 식상하고 심드렁하긴 매한가지였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그들 스스로에겐 자신이 꼭 후보가 되어야만 하는 처절한 욕심이 있었다. 또한 일반국민의 무관심에 비해 70%의 선거인단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들에겐 꼭 이후보 혹은 박후보 여야만 하는 뜨거운 열정이 있었던 것이다.
명징한 언어, 열리는 가슴, 뜨거운 감동, 거침없는 행진... 우리는 어쩌면 이런 선거를 다시는 경험할 수 없으리라는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2002년 노무현을 끝으로 절실함을 바탕으로 한 선거는 이미 막을 내렸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유시민은 관중의 머리는 울리지만 마음 밑바닥 정서를 울리기엔 부족한 2%가 있단 말인가. 정말 그런가. 요즘 내 고민은 거기에 있다.
선거가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어느 사이트나 훈수쟁이와 관전자들만 넘치고 꼭 그 후보여야만 한다는 사무침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인가. '어차피 누구로든 될'테니까 어느 후보가 되는지 그저 지켜보자는 보자는 것인가. 1219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나이브하게 가면 안되는 거다. 일부러라도 절심함을 찾아야 하거늘, 있는 사무침마저 못본 체 해서야 되겠는가.
유시민에게 열광하는 수많은 이유중에 누구는 그의 머리라고 하고, 누구는 그의 언어라고 하고, 누구는 빛을 뚫을 듯한 눈빛이라고 하지만, 그의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도도한 생명력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유시민에게 올인할 수 없는 이유도 어쩌면 그를 다 인정하지 못하는 인색함 때문이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02년 노무현의 눈물 한방울이 수많은 사람들을 광장으로 현장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노무현의 눈물 한방울엔 해도 해도 안되는 현실의 견고한 벽을 부수기 위한 한 개인의 순수한 열정과 오랜 도전이 있었다. 눈물 한방울로 사람들은 그것을 기억해 낸 것이다. 노무현이 했던 노력, 그 절실함, 인간이기에 추구할 수 있는 숭고한 의지, 그것을 기억해 낸 것이다. 기억은 감동으로 이어졌고 그것은 곧 바람이 되었다.
유시민이 걸어온 길을 생각한다. 한순간도 쉬운 길은 없었다.
그는 항상 너무 잘나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럼에도 잘나가기까지 한 인간으로서 치룬 고통의 무게를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그의 20대는 편하지 않았다. 사회적 인간으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지성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걸었다. 천재적 머리를 갖고 세상의 주류안으로 쉽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놔두고도 그는 다른 험난한 길을 일부러 찾아 걸었다. 그 선택이 쉬웠을 거라고 말하면 우린 너무 이기적이다. 아니면 너무 빨리 그 시대를 잊어버린 것이다.
30대에 20대에 잃은 학습을 하고 돌아온 후에도 그는 주류 진입의 길을 찾아 가기보다 여전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치부, 위선, 비상식에 대한 슬픔과 노여움, 부끄러움에 항거하는 당당한 자유인의 길을 걸었다. 지식소매상으로서 혹은 아웃사이더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행복했고 잘나갔다.
2002년의 정치판의 심한 반칙이 없었다면 그는 아직도 혁혁한 눈빛, 명징한 언어로만 우리 곁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그는 우리 앞에 다른 모습으로 서 있다. 더 이상 칼럼니스트도 지식소매상도 아닌 현실을 실질적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그만한 권한이 가능한 위치에 도전하는 한 정치인으로 말이다.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그가 흘렸던 눈물, 외로움, 고통의 무게가 누구와 비교해도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유시민은 저절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은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으며, 한순간도 직위에 따른 권한의 남용이나 특권 즐거움을 누려보지 않고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 생각하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불특정한 사람들로부터 받는 비판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와 늘 마주하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비토는 존재의 의미를 늘 되새김질 시키는 고약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 외로운 길을 넘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순간도 쉽거나 편하거나 마음 놓을 순간이 없이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다.
무엇을 위해 참은 외로움이었으며, 무엇을 위해 감수한 따돌림이었으며, 무엇을 하기 위해 처절할만큼의 자기관리를 해 온 것일까... 생각해 보았는가. 나는 생각해 보았다. 답은 각자의 가슴속에 있다. 이제부터는 그것을 꺼내 놓아야 한다. 유시민이란 이름을 크게 불러야 한다.
나는 유시민을 떠올릴 때 마다, 그 이름을 적을 때마다 마음이 쓰라리다. 아직도 유시민이란 이름을 가슴보다 머리로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 그 냉정함을 내려 놓는 순간부터 바람은 불 것이다. 가슴으로 봐도 유시민은 보인다. 어쩌면 지금 유시민은 어느 때 보다 그것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이상 늦추지 말자. 가슴으로 받아들이자. 그래야 홀가분하게 미칠 수가 있다. 미쳐야 에너지가 나온다.
'유시민에게 미치면 안되는 이유 있어?"
'아니.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