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론회에서도 언급이 있었지만 용어의 정리부터 필요하겠습니다.
저는 국민경선은 현 우리당의 상황상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전제 하에 당원과 우리당 지지자들만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경선을 제한적 국민경선, 나머지 상황을 개방형 국민경선이라 표현하겠습니다.
개방형 국민경선에 대한 기대감 부풀리기
지금 개방형 국민경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파적 이해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는 의구심은 둘째 치더라도 민주개혁세력의 승리를 명분으로 개방형 국민경선제를 불가피하고도 유일한, 그리고 대단히 유망한 수단으로 당원들을 이해시키려 하는데, 이들의 본심을 인정하더라도 주장의 근거가 잘못된 설정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경선흥행이 본선승리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 인식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개방형 경선제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는 행동은 착각이 아니면 호도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후보의 입장에서 본선까지는 두 번의 단계가 놓여있습니다. 경선과 그 이후 본선까지의 선거운동, 두 단계입니다. 다행히 개방형 국민경선을 통하여 지금의 당지도부가 기대하고 기대감을 심는 수준까지 흥행에 성공했다 가정합시다. 저는 우리당의 사정과 여러가지 요인으로 흥행마저도 참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경선흥행으로 급반등한 지지율이 절대로 본선까지 그대로 이어질 리가 없습니다. 단시간내 이루어진 폭등 뒤에는 분명히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폭락이 따릅니다. 주식도 그렇고, 부동산도 그렇고, 경제도 인플레등의 부작용이 따르고, 인기도 마찬가집니다. 4.15 총선 이후의 우리당의 지지율에서도 보았습니다. 떨어지는 깊이를 관리했어야 하는데 자만심과 사심이 깃든 당 운영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인기가 폭등하는 현상 뒤에는 과도한 기대와 어느 정도의 허상이 존재합니다. 열풍이 지나간 뒤에는 그 모든 것들이 차분히 보이기 시작하겠지요. 오히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상심리까지 작용하여 평범한 단점까지 확대되어 보입니다.
본선승리를 보장하지 않는 경선흥행, 대비해야 할 폭락과 반전
2002년 경선,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엄청나게 폭발했습니다. (60%정도...??) 초반에 광주의 선택까지 국민의 감성을 흔들어 역전드라마라는 극적 요소까지 가미하며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그 직후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지지율이 끝없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대략 20% 수준 아래까지 내려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YS에게 시계를 보여준 행동만으로도 폭락의 이유를 제공했고, 기타등등 다양한 이유들이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즈음 민주당 내에서 어떤 움직임들이 있었는지는 우리 모두 기억합니다.
노무현 후보는 지지율 폭락의 과정을 극복하고 결국 대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대선까지의 전 과정에서 경선지지율 60%는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깊게 각인시키는 효과 외에 큰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경선 이후 상당기간 계속됐던 지지율 침체기간이 이를 말해 줍니다,
따라서 저는 경선흥행이란 일시적 현상에 모든 것을 걸 듯 하는 근시안적 시각보다 그 뒤의 폭락된 지지율을 반전시키는 과정을 통하여 2007년을 대비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의 본선승리는 재처방의 묘약이 아니라 재해석의 과제
노무현의 폭락된 지지율이 재반등한 요인들을 생각해 봅니다.
첫째는 물론 후보 자신의 가치입니다. 이인제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지자들의 동질성을 알아 본 안목과 전략적 선택입니다. 일반 국민들이 선택했다면 이인제가 선출됐을 가능성이 높았는데, 이인제를 통하여 승리를 염원하는 동력을 끌어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물론 민주당 의원들은 더 애썼겠지만...
노무현의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과단성이 가지는 극적 흥행요소입니다. 후보 단일화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오금이 저릴 정도의 긴박감... 정몽준의 뒤통수 치기와 민주당 의원들이 보여준 무책임과 비겁함이 가져다 준 분노와 동정입니다. 역설적이지만 후단협의 난동이 노무현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생각합니다.
적극적 지지자들이 전파시켰던 감동이 감동을 낳는 과정입니다. 희망돼지나 노란손수건, 인터넷을 덮었던 지지의 글들은 민주당 선거대책본부가 골방에서 떠 올린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지지자들의 뜨거운 마음과 자발성에서 나온 겁니다.
2002년의 경선이 왜 흥행에 성공했고, 그 뒤 폭락세를 어떤 과정을 거치며 극복했는지 돌아본다면 지금 우리당 지도부가 생각하는 개방형 경선제가 얼마나 추억 속의 영광만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당의 상황과 정치정세는 2002년의 상황과 대단히 유사합니다. 그런데 처방의 외형은 비슷하나 본질은 대단히 큰 차이를 보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꼭 덧붙이고 싶은 의견은, 우리 국민 이제는 그 정도로는 감동하지 않습니다.
"재미 붙였구만, 평소 잘하지..."
개방형 경선제로는 2002년과 같은 감동과 승리에 대한 동력을 제공할 후보가 나올 수 없음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경선 후의 침체기를 거쳐 반등의 기회를 잡으려면 후보의 잠재적 가치와 지지자들의 능동적 의지가 필요한데, 개방형 경선제를 통해 인상과 인지도에 의존하여 선출되고, 상대적으로 당의 이념성향과 거리가 먼 후보에게서 그와 같은 요소들을 기대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당의 실정으로는 예상되는 어떤 후보를 대입해봐도 본선 2등입니다.
평균적 성향을 반영하여 가변성이 적고, 그래서 2등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가변성을 선택함이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개방형 경선제는 이후의 우리나라 정치와 정당구조, 우리당에 미칠 후유증을 고려하지 않은, 대단히 무책임하고도 근시안적인 단판보기 풀베팅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