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갑을 잃어버렸다. 쪽팔린다. ㅠㅠ 며칠 기다렸지만 아무 소식이 없어 동사무소에 가서 분실신고를 하였다. 우째 이런 일이, 다음 날 택배로 지갑이 배달된 것이 아닌가?
순간 간사한 생각이 들었다. 잃어버렸을 때에는 제발 지갑만이라도 돌아왔으면 소원이 없다고 부르짖었던 나인데, 지갑을 보는 순간 돈이 있기를 기대를 하였다. 또 쪽팔린다. ㅠㅠ 역시 없었다. 상품권도 없었다. 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없어졌다. 그러나 곧바로 방금 전의 간사함은 사라지고 고마운 감정이 밀려들었다.
지갑을 찾았기에 동사무소에 분실신고 철회를 하러갔다.
버스정류장 2코스 정도의 거리인데 걸어갔다. 그냥 걷고 싶었다. 천천히 걸으며 사람 냄새를 맞고 싶었다.
@ 집 앞에 우유를 팔지 않는 수퍼의 귀여운 딸래미
@ 골목 차 안에서 낮잠을 즐기는 영업사원 샐러리맨
@ 개조된 작은 트럭 안에서 더운 김과 함께 만두를 파시는 아저씨
@ 신호등 옆의 포장마차 아주머니
@ 컵에 들은 떡볶기를 먹으면 걸어가는 초등학생
@ 한 손엔 손녀의 책가방을 들고 한 손엔 손녀의 손을 잡고 걸어가시는 머리가 쉰 할아버지
@ 자기를 차로 치고 도망갔다고 약국 앞에서 하소연하는 허름한 할머니
@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채 지팡이에 의존하며 어디론가 열심히 가시는 할아버지
@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내 눈엔 늘씬한 미녀만이;;)
@ 인도 한 쪽에서 떡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누시는 두 할머니
@ 옷가게 장사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부채질만 연신 작동하고 있는 사장님 (종업원)
@ 팔짱 끼고 걸어가는 학생커플
@ 갖가지 나물들을 인도 한 켠에서 태양빛을 맞으며 장사하시는 탄 얼굴의 할머니
@ 양산과 선글라스를 멋있게 착용하고 신나게 전진하시는 아주머니
@ 누군가가 우스갯 소리를 했는지 연신 웃음보를 터트리시는 상인들
@ 경사가 심한 곳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유모차를 끌고 내려오시는 아주머니
드디어 동사무소에 당도했다.
동사무소 안은 조용했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의 느낌이었다. 볼 일을 보면서 동사무소의 직원들을 쭉 보았다. 대부분 할 일이 별로 없는 듯 보였다. 한 공무원이 나의 눈을 의식한 듯 경직된 자세로 컴퓨터를 쳐다본다.
나는 이런 모습들을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자기는 회사에서 상급자 눈치를 보며 할 일 없이 싸이질을 하면서, 공무원의 이런 모습을 보며 화 내시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 간다.
볼 일을 끝내고 동사무소를 나왔다.
오는 도중에 고로케가 맛있게 보여서 2개에 1500원 주고 샀다. 다시 걸음을 옮기는 순간 아까 보았던 노상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가 보였다.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었다. 뭘 사야 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3천원어치 주세요.”라고 말했다. 5천원을 주며 거스름돈은 사양하고 “많이 파세요.”라고 말했다. “고마워 젊은이” 그리고 검은 봉지를 들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아파트 앞의 아까 그 만두 아저씨가 보였다. 너무 더워 보였다. 만두를 찌는 큰 솥이 있는데 거기서 나는 열기가 장난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아저씨는 얼굴이 타서 검은데다 땀이 범벅이 되어있어 힘겨워 보였다. 만두 하나를 사고 싶었으나 나의 한 손에 고로케가 들려있어서 그냥 눈 감고 지나쳤다.
몇 걸음 뒤 다시 만두 아저씨에게로 돌아왔다. 나의 마음은 눈을 감을 수 없었던 것이다. “왕만두 하나만 싸 주세요.” 결국 나의 손엔 어느새 세 봉지가 들려있었다. 도서관에 가서 후배랑 우적우적 먹었다. 기분이 너무 가볍고 좋았다. 나물은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드렸다.
그리고 느낌들...
1시간의 여행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엔 많은 느낌과 생각들이 교차하였다. 언론과 정치에서 떠드는 서민의 정의는 무엇일까? 못 사는 사람? 돈이 없는 사람? 뭐든 경제적인 기준이 그 정의를 이룰 것이다.
가는 길에 나는 많은 인연을 만났다. 어쩌면 다시는 보지 못할 인연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겐 나는 보이지 않는 무의미한 존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난 몰래 그들을 훔쳐보며 나의 인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을 보며 그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느끼려고 노력하였다.
무리한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이 그 순간 행복한지는 난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돈이 행복을 절대적으로 지배할 수 없다는 조심스런 결론을 내렸다. 일대일의 느낌이 아니라 총액으로서의 느낌이었다.
결론적으로 되찾았지만 지갑을 잃어버린 대가는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으나 나에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한 좋은 선물을 선사한 것 같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떠드는 정의가 다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 행복은 누군가의 시각으로 획일적으로 정의하고 단정되는 것이 결코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사랑을 정의할 수 없듯이.
한 선배가 언젠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놈의 세상은 과거의 자본주의 계급사회와 다들 바가 없어. 돈이 또 다른 계급을 형성하고 있잖아.” 그 당시에 마음속에 반론의 외침은 있었지만 얘기하지 않은 말이 있다.
“과거의 자본주의에는 자유가 없었잖아요. 지금의 시대는 자유를 한없이 누릴 수 있는데 어찌 같아요. 비록 부유하지는 않더라도 그 자유 속에서 개인의 행복들을 생산하고 있어요. 부유하지 않다고 투덜대는 삶은 자기가 선택한 불행이에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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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주민등록증 분실시 (혹시 몰랐던 분들은 이번 기회에 참고하세요.)
1. 주민등록증 재발급은 주민등록상 거주지에 해당하는 동사무소에 본인이 직접 가야한다.
2. 주민등록증 분실신고 및 철회는 가까운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작성만 하면 된다. 또한 인터넷(전자정부)으로도 신고할 수 있다.
3.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신청(분실신고 효과도 가짐)한 상태에서 주민등록증을 되찾았더라도 철회는 할 수 없다. 즉, 되찾은 주민등록증은 휴지가 되는 것이다. 단, 재발급 신청 당일날 주민등록증을 찾은 경우에는 재발급 신청을 취소할 수 있다.
4.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신청한 후 신분증이 당장 필요하다면 재발급이 될 때까지의 소요기간(유효기간 20일) 동안 임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