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정치로, 기업을 정당으로, 제품을 정치인으로, 소비자를 대중으로 바꿔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시장개척에서 미래개척으로
현재, 시속 200km
지금으로부터 무려 500여년 전 비행기와 헬리콥터, 그리고 낙하산을 상상으로 그리고 개념을 확립한 사람이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는 미술가였지만 과학자이기도 했고 미래학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상상은 400년이나 지나서야 현실화 되었고 그만큼 세상의 속도는 그리 급박하지 않았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하늘을 나는 배>의 설계도와 모형
미래, 혹은 미래예측이란 그야말로 호사가들의 관심대상이었지 기업 혹은 일반인들에게 그것은 그저 꿈이거나 공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래가 과거엔 시속 5km의 속력이었으면 현재는 시속 200km 쯤은 되는 것이다. 즉, 미래는 너무나 빨리 다가오게 되었고 따라서 미래예측은 곧 조금 이른 현실이 되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이 변화의 속력을 이미 다룬 바 있다. 그는 그의 1980년 저서 [제3의 물결]을 통해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은 수천 년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은 300년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제3의 물결인 정보화혁명은 20~30년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기존의 미래예측은 거시적이고 학문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미래가 너무도 빠른 속력으로 다가오자 기업을 비롯한 사회 전방위에서 미래는 더 이상 미래로만 머무르지 않았으며 기업 차원의 연구가 활발해졌다.
시장개척보다 미래개척에 열중하는 기업들
우리에게 에너지 기업 Shell로 더 잘 알려진 로열 더치셀은 시나리오기법을 활용한 미래예측으로 엄청난 성과를 누린 바 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의 발발로 촉발된 석유가격 급상승을 사전에 예측, 손실을 줄였고 이어 소련연방체제의 붕괴를 예측함으로써 경쟁사에 앞서 러시아의 자원개발권을 얻어낼 수 있었다.
GE의 경우 1968년부터 그들의 독자적인 미래연구기관을 설립, 마케팅과 연구개발에 활용하고 있으며 새롭게 대두되는 시장의 변화를 재빠르게 감지하여 상품개발은 물론 마케팅전략에 미치게 될 영향 등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이 결과는 신제품 개발에만 반영되지 않고 소수민족, 여성, 인력고용 등 사회적인 정책수립에도 적용이 된다.
GE가 전기 이외의 의료, 방송, 금융 등 다양한 업종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미래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바탕으로 한 예측이 있었고 그 예측이 감(感)이 아닌 여러 정보의 해석과 유기적 관계에 대한 통찰이었기에 더더욱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미래는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아마도 두 가지 종류의 기업이 있을 것이다. 수동적으로 닥치는 미래를 받아들이는 기업과 능동적으로 미래에 개입하여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기업. 여기에 존재하는 큰 차이는 현상에 대한 이해에만 머무르느냐, 이해를 넘어 뚜렷한 목표를 두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느냐의 차이이다.
누군가 미래를 예측하고 제시하면 그 미래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닌가에만 머무르지 말고 미래를 먼저 발견하고 그 미래를 자기의 것으로 바꾸어 놓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미래예측에 관련한 조직과 투자를 해야 하며 그 분야는 기업의 전문제품이나 서비스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환경, 개인, 법률, 철학 등 다방면의 상호연관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현재 세계유수의 다국적기업들은 이 미래를 개척하는 일에 생각보다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만 해도 2002년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독일내 60개 대기업중 무려 43%의 기업이 적극적 미래예측시스템을 가동중이며 이는 단순 정보와 자료의 취합이 아닌 별도의 상설조직을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를 예측한 집단의 미래
“인간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게 된다”
“모든 가정에 telephone이 설치되어 세계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북미와 중남미를 지배하고 세계의 초강대국이 된다”
위 내용은 1893년 시카고 세계박람회에서 미국내 100명의 전문가들이 예측한 당시의 미래예측이었다. 당시는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1903)하기도 이전의 상황이고 Bell의 전화기 발명(1876년)이 있었지만 상용화되지도 못한 때였다. 더구나 당시의 미국은 장기불황의 먹구름이 짙게 깔려있던 터라 그 누구도 위와 같은 예측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날게 되었고 세계와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패권이 이미 세계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 미국의 힘을 목도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미래를 예측한 집단이 갖게 되는 미래인 것이다.
결론
모 기업의 창업회장이 삽을 들고 그 땅을 내려다보고 하신 말씀대로 되었다는 전설같은 전설이 아직도 시중을 떠돌며 전해지고 있다. 아마도 한 사람의 의지가 기업의 미래가 되었고 국가의 경쟁력에 깨나 큰 힘으로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그 전설을 굳이 폄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와 같은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도 미래는 예측가능하고 그것이 곧 미래개척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의 미래예측은 의지만으로 준비하기엔 너무나 빠르고 다방면에서 이루어진다. 곳곳에서 미래를 보여주는 단서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렇게 산재한 미래에 대한 힌트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엮어내고 그로부터 나오는 미래에 대한 결과를 전략적이고 적극적으로 나, 혹은 기업의 미래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옛날이 좋았다느니 기업의 정체성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느니 하며 미래는커녕 과거에만 발목 붙잡혀 한탄하는 기업들과 직업인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나라엔 미래가 없다는 단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래는 오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