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당원제가 끝내 폐지되었다
기간당원제가 폐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하루종일 실어증이 온 사람처럼 말문을 닫고 살았다. 마음이 무지 아픈 날이다.
짐작이야 했었다. 그들이 결국 기간당원제를 폐지하고야 말리라는 것을. 어제 열린우리당 중앙당사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직감적으로 느낌이 왔었다. 그러니까 우리당 비대위는 그 시간에 저녁 회의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작년 12월에도 한바탕 기간당원제 사수 집회를 치렀었다. 그땐 중앙당사에 아예 진입도 못하게 조치를 취해 정문에서 집회를 가졌는데, 어젠 왠일인지 앞마당 집회 허가는 물론, 2층 빼곤 1층 회의실, 화장실도 사용하게 해주었다.
말하자면 마지막 선심이었던가. "그래 너희들 기간당원들 어차피 마지막이니... 맘대로 놀아 봐..." 이런 식으로 말이다.
비보가 아닐 수 없다
내겐 분명 비보다. 기간당원제를 폐지하고자 하는 거의 전부 다 해당되는 우리당 의원들에겐 이 말이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가져 본 당적이었다. 정당활동이란 그저 부녀회장이나 통반장이 선거철마다 가지고 다니면서 명단에 올리는 서류뭉치에 해당되는 거였는데, 비록 서푼어치도 안 되는 당비지만 당비 내가며 당원 활동을 한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한 일이었다.
더구나 열린우리당이 어떤 당인가. 개혁세력의 집합체 아니던가. 그러니 당연히 자랑스러웠다.
2004년 4/15 총선 당시 이름도 몰랐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되길 손 모아 기원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는 모두 하였다. 내가 다니는 길목에는 모두 열린우리당 의원들만 있도록 바랬다. 안영근 의원이 그런 사람인 줄도 모르고 안영근을 찍도록 동네 주민에게 부탁하였다.
그후, 결국에는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기초당원제는 또 다른 스타일의 변종 종이당원을 양산하는 제도이다. 당 행사나 그 비슷한 모임에 한번이라도 참석하면 모두 기초당원에 해당된다. 구태 정치로 완전히 돌아 간 꼴이다. 그동안 추진해 온 정당개혁, 정치개혁은 도로 제 자리로 돌아갔다.
정당개혁, 정치개혁은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정당개혁, 정치개혁은 이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형편이 되었다. 그간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 갔지만 대신 경험을 축적한 면도 많다.
정치인을 보는 시야도 넓어 졌고, 정치현장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스스로 성장도 많이 되었다. 개혁이 이리 쉽사리 될 수야 있겠나...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였다.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데, 혁명보다 더 어려운게 개혁이라고 흔히들 하지 않는가.
열린우리당은 애초에 시쳇말로 뜨내기가 많이 모인 정당이다. 그러니 이런 일을 겪는 건 정해진 수순이 아닌가는 생각도 든다. 정말 당적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어디가서 열린우리당원이라고 말하기도 이젠 염치 없다.
사람이 밥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자부심으로 산다. 자부심 없이 그저 삼시 세때 밥만 먹고 살면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다고 나는 평소에 생각한다. 어차피 정당개혁, 정치개혁하자고 들여 놓은 발이다.
그러니 이대로 물러 설 순 없다. 진정 개혁정신으로 똘똘 뭉친 이들과 함께 우리의 잃어 버린 자부심을 찾고 싶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어쩌겠나. 그길이 아니면 다른 길로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