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보다 더 중요한 관문
-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되는 그날까지 -
한국사회가 가진 총체적 문제점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 하나를 꼽으라면, 필자는 지금 이 시점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을 꼽겠다. 여당의 진로 문제도 중요하고, 언론개혁 문제도 중요하며, 차기 대선 문제도 중요하며, 참여정부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막말로 이런 문제들은 지금 해결되지 않아도 언젠가는 해결될 거라는 희망과 신념을 갖고 있는 한 반드시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안은 다르다. 물론 나중에도 개혁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민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그만큼 개혁의 고통도 커지며, 따라서 실제로 개혁이 이루어지기까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비록 누군가가 왕창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가급적 이른 시간 내에 급한 불이라도 꺼야 하는, 정말 시급한 사안이 바로 이것이라는 게 필자 생각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작성했다는 보고서에 의하면, 현행 제도로는 하루의 잠재부채가 무려 8백억에 이르며, 1년에 30조원씩 부채가 누적되고 있다는데, 이게 거짓말이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손보면 부채를 없앨 수는 없어도 줄이거나, 하다 못해 증가속도라도 좀 늦출 수 있다는 것 아니겠나? 사정이 이렇다면, 나라의 민주화도 중요하고, 경제의 성장이나 분배의 개선도 중요하며, 선진한국 건설도 중요하며, 정권 재창출도 중요하겠으나, 그런 추상적이고 거시적 담론보다 더 우선적으로 이 문제부터 일단 해결하고 넘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요구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개혁이 어려웠기에, 제도가 개떡같이 설계되었다는 걸 모두가 다 알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해왔던 것이 벌써 수년도 넘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도와주면, 이 어려운 과업이 한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이 보건복지위는 통과되어 법사위에 회부되었다고 한다. 법사위에서도 표결로 처리될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어렵고도 어려운 난제 하나가 잘 하면 올해를 넘기기 전에 아쉽게나마 해결될 기미가 보이는 것이다. 여기까지 끌고 온 것만으로도, 많은 우려를 딛고 보건복지부 장관에 취임한 유시민이 아니었으면 가능했을까 싶을 만큼 대견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국회를 믿지 못하기에,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그 순간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겠다. 멀쩡한 법안도 들어가기만 하면 나오지를 않는 블랙홀로 변한지가 하도 오래된 게 대한민국 17대 국회라서, 정말 통과되었다는 국회의장의 방망이질이 있기 전까지는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물며, 이 법안이 통과 직전까지 오도록 노력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유시민 아닌가? 열린우리당의 지리멸렬과, 이른바 비대위로 대표되는 정체불명의 통합신당파가 당을 분란에 휩싸이게 만든 월권과 독선, 그리고 당헌 당규 무력화가 횡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믿을 만한 일꾼이 유시민이기에, 그를 시샘하는 정치 모리배들의 뻘짓 덕분에라도 자칫 잘못해서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는 국민연금법의 개혁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누가 내게 유시민의 대통령 선거 출마와 국민연금 개혁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눈물을 머금고 국민연금 개혁안의 국회통과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부담하는 돈이야 얼마 안되겠지만, 이 개혁안이 좌초될 경우, 우리 다음 세대가 부담해야 할 돈이 하루에도 몇 백억씩 더 쌓여간다는 소리 앞에는, 필자도 어찌 해 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막말로 유시민은 다음에라도 출마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연금 개혁은 이번 아니면 그냥 이대로 좌초해 버릴지도 모르는, 정말 이미 돌아가고 있는 시한폭탄 아닌가? 그냥 놓쳐버리기에는,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성 싶기 때문에 조바심이 더 나는 것도 사실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대통령 잘 못 뽑아서 생기는 손실은 하루 수백 억 수준이 문제가 아닐 정도로 크다고... 맞는 말이다. 필자도 지금 언론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는 맹박이나 발끈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가져올 국가적 손실이 연간 수십 조는 가볍게 뛰어 넘고도 남을 위인들이라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대선보다 더 시급한 문제로 연금 개혁을 꼽는 것은, 설사 맹박이나 근혜가 한 해 수십 조씩을 말아먹는 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우리의 호프가 그 손실을 한해 수백 조씩으로 벌충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고도 남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는 반면, 국민연금 개혁은 지금이 아니면 5년 후에는 정말 정말 친위쿠데타를 할 각오라도 하지 않고서는 바꿔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나라 전체가 망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고? 바로 이해당사자의 수 때문이다. 88년에 도입된 제도이다 보니, 그간에는 납입자만 있었을 뿐, 실제 연금 수급자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어언 20년이 다 지나가면서 한 해가 다르게 수급권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득권을 완전히 허물어뜨리지 못하는 국민연금 개혁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늘어나는 수급권자 수만큼 연금개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걸 필자는 잘 알고 있다. 2만 명이 수급권자일 때 드는 공력은 1만 명일 때의 공력보다 10배나 힘들어 질 수도 있는 법이다. 늘어나는 잠재부채도 문제지만, 바로 이 늘어나는 이해당사자의 수가 사실은 더 큰 문제라는 걸 필자는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른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한 가지로 국민연금 개혁을 꼽는 당위성이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여당의 상황은 분명 어렵다. 필자가 전례 없는 빈도로 글을 올릴 만큼 어렵고, 짜증스러우며, 매우 위기에 봉착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은 정파를 떠나서,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그야말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초미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마침 역대 최고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 일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상황이며, 이제 문전처리만 남은 상황이다. 문전까지 오는데도 그 온갖 험난한 길을 거쳐야 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골이 들어가는 그 순간, 주심의 골인 인정 호루라기가 부는 그 순간까지 잠시라도 방심하면 안된다. 헛발질도 안되고, 우리 슈터에게 다른 부담 줘서도 안된다. 슈터에게 상을 주든, 슈터를 정치를 시키든, 슈터를 TV에 출연시키든, 히어로 인터뷰를 시키든, 모든 것은 골을 일단 넣은 다음에 이야기하는 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도리다.
마음이 굴뚝같지만, 필자도 여당 상황이 정말 조급하지만, 우리 장관이 이 법안을 온전히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이끄는 그 순간까지는, 적어도 우리 복지부 장관은 이 일에만 매달릴 수 있도록 모든 것에서 열외시켜줘야 하지 않나 싶다.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 국민연금 개혁안의 통과는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부디 무사히 마지막 골라인을 통과하는 그 순간이 오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 우국충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