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을 긴장시키지 못하는 언론 (읽어보면 본글을 읽는데 도움되는 글임)
조선일보가 까놓고 경고음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이명박 피로증"이 몰려 온다는 것이다. 말로는 인수위의 뻘짓이 피로증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사실 본질은 인수위의 뻘짓이 아니라 조중동의 가마태우기가 본질이 아닐까 한다.
대한민국에서 까놓고 경쟁하기를 가장 거부하는 세력이 누굴까?
당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언론이다. 사실 이런 식의 은근슬쩍에는 한겨레, 경향, 오마이도 다를 바가 없다. 자신들의 참호를 단단하게 구축해 놓고 편하게 참호 안에서 총질하는 게 이들의 대표전략이다.
인수위의 3대 뻘짓(영어 몰입, 지분형 아파트, 핸드폰요금 조정)은 사실 아이디어 차원에서만 보자면 신선하긴 하다. 어차피 영어교육이나 부동산이나 통신요금이나 뭐 뾰족한 대안이 없는 건 사실이거든.. 인간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근본적인 시장주의 함정(욕망의 폭탄돌리기 패턴)을 쉽게 벗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정화되고 경직화된 이런 인간의 뇌구조를 함 유연하게 돌려보자는 브레인 스토밍 차원에서 인수위가 3개의 아젠더를 던졌다면 이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아젠더를 던지고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햐.. 존내 우리네 시장주의 욕망이 처절하구나"라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1차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 거다.
그러나 인수위는 이런 과정으로 상황을 몰고 가지 못했다. 야들은 아이디어를 던져놓고 브레인 스토밍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호도하는데 급급했다. 도대체 뭔 배짱으로 이리 무모한 수작을 벌인 것인가?
이유는 언론의 카르텔에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명박과 인수위는 조중동 믿고 까분 것이다. 자신들의 선전전에 조중동 화력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적으로 오판이라는 걸 깨닫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성언론은 본질적으로 까놓고 이야기하는 전투를 선호하지 않는다. 전선이 붙으면 슬쩍 다른 주제를 돌리는 게 그들의 주된 전략이다. 깊게 파면 팔수록 기성언론의 한계가 드러나서 밑바닥이 보이는데 미쳤다고 갸들이 깊게 딥다 파는 행동을 하겠는가?.
국민 대다수는 언론에 대해 심각한 착각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한민국 기자들이 굉장히 많은 지식과 논리 그리고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그러나 그건 완전 넌센스다.
대한민국 언론기사의 90%는 출입처가 써준 보도자료를 그대로 뿌리는 것에 불과하다. 고작 10% 정도만 스스로 취재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게다가 그 취재라는 것도 근본적인 구도는 지식경쟁이라기 보단 제목장사에 불과하다. 사실 언론 환경 자체가 누구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자료를 조사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둘만한 구조가 못된다.
"까놓고 이야기하기?" 이걸 하면 할수록 언론의 밑천이 드러나는 상황인데 미쳤다고 언론이 그런 자리를 깔아주겠는가? 이러니 제대로 전선이 붙을 만하면 언론은 "xx 피로증후군" 하면서 국면을 전환하려고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이명박과 인수위에 국민들이 "이명박 피로증"을 느낀다 라고 사인을 보내준 건 쉽게 말해서 "야.. 임마들이 밑천 드러나서 우리 죽게 생겼으니 그거 고만하고 딴 거 틀어"라는 말의 다른 표현에 불과한 거란 말이다.
21세기 언론환경, 정치환경은 결국 "까놓고 이야기하고 지식으로 경쟁하기" 구도가 될 수 밖에 없다. 만일 인수위가 아이디어를 꺼내놓고 열린 토론을 주도하는 모습으로 포지셔닝했다면 3대 뻘짓은 단순 뻘짓이 아닌 값어치 있는 행동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수위는 조중동의 능력을 과대평가해서 지금 상황이 뭔가를 관철하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그러자 조중동이 급당황하면서 "얌마 우리 능력 없어"라는 사인을 보내고 그만 막 내리자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명박과 인수위만 개작살 나버린 것이다. 취임 보름을 남기고 당선자의 지지율이 60%라는 것은 역대 최악의 지지율을 뜻한다. 어디 참 믿을데가 없어서 대한민국 언론 실력을 믿다니 역시 이명박과 인수위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