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민노당의 대의원 임시 당대회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난 민노당 당원도 아니고 민노당에 애정도 없지만 상당히 진지하게 인터넷 중계를 봤다. 다른 건 몰라도 당 운영의 형식과 진지함은 높게 봐줄만 했다. 어찌되었던 그들은 헤어지는 마당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에 상당히 충실했다.
심상정 비대위의 혁신안에 대한 찬반토론은 우리 국회가 한 번쯤 배웠으면 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결국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 정치의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닐까 한다. 국회의장이 사회를 못 보는 현상이 국회에서 벌어진다는 건 그 자체가 막장이다. 그런 면에서 민노당의 당대회는 참 신선했다.
결국 2008년 2월 3일 임시 당대회를 통해 민노당은 분화를 선택했다. 난 민노당이 결국 분화될 것이라고 이미 예측한 바 있기에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스타트는 민노당이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건 87체제의 종식과 새로운 질서 수립의 흐름이다.
87체제는 인물중심, 지역중심, 권위주의 중심의 체제였다. 이제 이 기득권이 허물어지고 네트워크 중심, 컨텐츠 중심, 지식경쟁 중심의 새로운 판이 짜여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금 현상을 보라. 이회창의 대선지지도가 15%인데 자유선진당의 지지도는 5%가 되지 않는다. 창조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5.8% 문국현 지지도가 창조한국당 지지도에선 절반으로 떨어진다. 왜그럴까?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두 당 모두 지식 네트워크와 컨텐츠 중심의 정당으로 변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인물 중심의 1인 보스정당으로 회귀했다. 이건 마치 87년 3김정당과 다를 바가 없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민노당의 자주파들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국가보안법에 결사항전하자라고 말하지만 속내는 국가보안법과 함께 하는 이른바 적대적 공생관계를 계속 누리자는 발상이다. 이는 87년 이래 소위 지역주의자들 보여주었던 행동(반호남, 반영남 전선)과 다를 바가 없다.
이렇듯 국가주의, 권위주의, 지역주의, 인물주의 정당은 좌우 이념을 가리지 않고 어쨌든 몰락하게 되어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모든 기존 정당이 이 흐름을 통해 정리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진보개혁주의 정당을 만들던 위의 흐름에 거슬리면 만들어봐야 헛짓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정당을 만들어 낼 기반이다. 유시민이 말했듯이 정당은 이른바 패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패거리란 단지 사람의 머리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물적 토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공감과 이해관계가 밀착될 수 있는 토대와 기반이 필요하다. 이것 없이 단지 선거정국이라는 흐름을 이용하여 정당건설의 동력을 만들어내려 한다면 그건 영락없이 위의 변화흐름에 반해서 꼬꾸라 진다는 거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의 토대는 산업기술과 항해술의 발전에 기인한다. 증기기관이 배에 탑재되고 대량생산의 무기체계가 확립되자 무역이 늘고 생산성이 올라갔다. 새로운 계급이 탄생하고 이들의 이념적 토대가 곰감을 이루자 정치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와 그것을 밀고 나갈 새로운 정당이 건설되려면 마치 새로운 산업을 창조한다는 각오와 비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존의 기득권 산업을 대치할 새로운 신 동력 산업의 창출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력화를 만들어내려는 당찬 목표가 필요하다.
단지 게시판과 CMS를 개설하고 명망가 한두명을 영입해서 당명을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문국현의 실패에서 뭔가를 느껴야 한다. 물론 문국현 입장에선 현재 진행형이지 아직도 나는 실패가 아니다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문국현 현상이 최초에 비해 상당히 퇴색한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세력 기반의 확보 없이 지나친 인물론에 추종한 경향 때문이다. 사실 문국현과 아이들(김영춘, 김갑수, 정범구, 김헌태, 김두수 등)의 생각은 무한 도전의 하찮은 형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때깔 좋은 문국현 좀 이용해 먹자는 생각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이런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토대를 만들어야 하고 레일을 깔아야 한다. 기차 객차를 만들었다고 여러 사람이 그걸 땅바닥에서 밀고 갈 수는 없다는 말이다.
정당을 만들기 앞서 먼저 연구소를 만들고 벤처기업을 만들고 사회적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사회를 구동할 OS(오퍼레이팅 시스템)를 만들고 산업을 주도할 역량을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패거리가 모이고 그 토대를 기반으로 정당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물론 두 가지가 투 트랙으로 동시에 나란히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절대로 정당이 토대를 앞서갈 순 없다, 반 보 앞이라도 항상 토대가 우선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구체적으로 미디어산업, 출판산업, 친환경산업, 대체에너지산업, 지식문화산업, 온라인산업에서 우리는 집단적인 성과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놓여진 당면한 과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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