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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사태 단상
폐인(嬖人) | 2008-02-13 17:22:03 | 조회 2747 인쇄하기
http://www.usimin.co.kr/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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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읽은 어떤 스님의 이야기다.

 

[지방에서 일을 마치고 서울행 열차표를 예매한 스님은 몹시 피곤하여 차를 타면 한숨 자고 가리라 좌석을 찾았는데, 어떤 젊은 여자가 그 자리에 앉아 있더란다. 내 자리니 일어나 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그 여인의 얼굴은 몹시도 창백하고 피곤해 보여 말문이 닫히더란다.

 

결국 스님은 말할까 말까를 여러번 망서리다 몇시간을 꼬박 자기 좌석 옆 걸이에 대충 기대어 서울까지 올라 왔고 내릴 때 까지도 그 여인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더란다.

 

힘들고 지친 몸으로 플랫홈을 빠져 나와 수 많은 사람이 오가는 복잡한 길을 걸어 가는데 갑자기 어떤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며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기쁨과 환희가 솟아오르더란다.

 

'아! 우리 모두는 모르는 가운데 누군가로부터 조건없이 받고 있구나!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서로 주고 받고 살아가는가!'

 

스님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누군가에게 조건 없이 주고 나서야 자신 또한 그동안 모르고 받아왔을 그 많은 은혜들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비로소 알게 되었노라.] 라고 책에다 적었다.

 

그렇다. 인간은 좋은 일을 하면 생색을 내고 싶어 하는 약간은 유치한 마음을 갖고 있다. 좋은 일을 하고 생색내는 거야 안하고 한 것처럼 위장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지만, 이왕이면 저 스님처럼 받는 사람이 끝내 모르게 전달하는 좋은 일이야 말로 세상을 품격있고 향기롭게 하는 것 아닐까.

 

오히려 보이게 보다는 보이지 않는 이런 작은 배려가 쌓이고 쌓여 믿음직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리라 믿는다.

 

전 국민을 분노케 한 숭례문 방화자가 70대 노인으로 밝혀졌다. '오죽하면 이 짓을 하겠는가' 했지만, 꼭 그리해야만 했는지 되묻고 싶다. 600년 한 역사를 개인적 울분으로 태웠으니 속이 시원하신가. 그래서 남은 게 무엇인가. 노령에 차가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누굴 위한 화풀이고 누굴 위한 복수인가.

 

방화전에 적어놓았다는 편지를 보니 할아버지 나름대로의 빗나간 분노를 사회가 부추긴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 차원의 결정된 것에 대한 불복과 다수에 대한 보복을 연결해서 이해해 주기엔 그 원한이 너무나 개인적이고 제한적이다. 그래서 불질러야 한다면 이 세상에 남아날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된 계기가 토지보상금에 대한 불만때문이었다니 처량하기 그지없다. 이런 참담한 일을 벌이기 전에 누군가 그의 말을 들어주고 화를 눌러 줄 순 없었을까 안타깝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조건없이 보이지 않게 주고 받고 있을까'

 


저 스님처럼 끝까지 서서가진 못할 지언정 살아가면서 한두번쯤은 피곤한 이에게 잠시라도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측은한 마음은 지니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방화범이 스님의 십분의 일의 마음만 지녔더라도 최악의 선택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는 패착만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상일은 억울하다 생각하면 끝이 없다. 물론 구도자도 아닌 중생이 항상 손해보고 억울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나눔과 양보속에서 세상이 따뜻해진다는 걸 믿어야 한단 뜻이다. 최소한 내 기분만으로 공동체적 가치는 파괴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어떠한 이유로도 개인적 원한을 다수를 향한 폭력으로 연결시키는 횡포는 용인될 수 없다. 어쩌다 우리 사회는 '나는 잘못없는 데 너는 문제'인 그래서 '다수에게 보복'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상황까지 왔을까.

 

이 시대에 팽배한 배금주의, 내 것에만 집착하는 사회, 손해보지 않겠다는 극단적 이기심이 숭례문 사태를 불러낸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방화범 자신도 누군가로부터 저 여인처럼 조건없이 받은 것이 있을 것이다. 받은 것은 기억 못하고 못 받은 것만 쳐다 보고 앙심품는 인심, 세상은 위험하고 불안하다.

 

사회에 대한 화풀이성 폭력과 범죄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범죄가 끼치는 영역과 파장은 점차 다양화 하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헌데도 우리 사회는 이런 범죄에 대한 예방과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 또 한번 아프게 확인됐다.

 

정부와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은 한두 사람의 악의에 의해 다수가 대책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나갈 것인지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한 일 터질 때 마다 사후대책으로 엄한 애국심을 자극해 국민성금을 모아서 재건하는 단순후진뻔뻔시대로 돌아가선 제2, 제3의 숭례문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국보 1호는 사라졌지만 국가기관, 개인 모두가 이 사회에서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뼈아프게 돌아 보는 성찰의 계기는 최소한 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 시대가 두눈 부릅뜨고도 속수무책으로 잃어버린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또한 악의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은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한 다수의 지향과 확고한 인식밖에 없는 것 같다.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 주는 세상이 아름답다. 또한 무엇인가 결정된 이후엔 덜 억울하도록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앙심품고 뒤에서 칼을 가는 사회는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가고 있는가. 누군가의 홧병을 생산시키지 않으며 홧병에 걸린 이들을 다독여 풀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가. 방치하고 원한을 키우고 있진 않은가. 다수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가.

 

곧 정권이 바뀐다. 경제지상주의자인 이명박 정부는 돈에 미쳐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교도할 것인가 해법은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집권 5년동안 무차별 개발로 더 많은 원한을 만들어 내진 않을지, 숭례문 사태가 던지는 메시지를 잘 읽어야 할 것이다.

 

옛말 하나도 안 틀린다. '돈이 웬수다'. 위나 아래나 돈이라는 한 곳으로 쏠리고 있는 대한민국은 위태로워 보인다. 제발 정신차리고 잘들하시라.

 

   

숭례문, 단상, 성찰
덧글쓰기 | 전체글 23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초록뱀  

폐인님 뜨건팬~

잘읽고 갑니다.
오늘 시민광장 유빠스 모임이 있어서.
08-02-13

폐인(嬖人)  

대구로 빨랑 넘어가야 하는데, 왜 자꾸 이런 일이 터지는지 모르겠어요.
들어서면 안될 정권이 대기해 하늘도 노하셨는가...적반하장엔 두손 들었지만요.

(모임 잘하세여~)
08-02-13

당희(당원희망)  

한강고수부지도 홀라당 탔다는데요?
08-02-13

폐인(嬖人)  

엉? 그런 일이 있었어요?
08-02-13

초록뱀  

엥?
08-02-13

당희(당원희망)  

친구분이 갈켜주신거에요.
08-02-13

운유하숙  

마음을 잘 다스리는 일....참 중요한데...
자본주의체제의 정부에는 그런일하는 정부는 없는듯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08-02-13

폐인(嬖人)  

마음을 잘 다스리는 일은 '개인'이 할 일이고,
좀 더 성숙하고 안정된 사회를 위해 '국가기관'이 예방하고 대비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 사후약방문이라도 철저히 해서 다음번엔 피해를 확 줄이거나,
- 사전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사건사고를 아예 줄이거나 국가기관이 노력해야 할 일이 많겠지요. 사전이든 사후 프로그램이든 운용하는 담당자들에게 책임감이 없다면 이번 사건처럼 말짱 도루묵이겠지만요.
08-02-13

시적모험  

숭례문 관련 글들중에서 가히, 최곱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가장 올바르고 적절한 지적입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유'로 가시라! 추천 두방 드립니다.
08-02-13

폐인(嬖人)  

모험님 제 글에 동의해 주시는 것은 감사합니다.
뭐 누구나 이만큼은 생각한다 생각하지요. 다만 열린 곳에서
어떤 것을 표현하고 어떤 것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 취사선택할 뿐이라 보지요.

저는 개인의 적극적 자유로 이번 사태를 객관화 시키고자 했고,
김동렬님은 칼럼글이기에 다소 소극적 자유로 자신의 논지를 객관화 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봅니다.

동렬님 스스로 밝혔듯이 전선을 만들고자 함이 아니겠어요.
또한 전선을 짜는 논리에 있어 그닥 무리가 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험님은 왜 그렇게 동렬님 글에 과민반응하는지 모르겠어요.

저 역시도 이름표를 달고 쓴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몇몇 사람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책임을 추궁했을 겁니다.
'모두의 책임은 아무의 책임도 아니다'란 말 우리 많이 하잖아요.

이해하면 다 이해되지 않습니까. 동렬님 글에 조금만 릴렉스하면 좋겠네요.

(뭐야 대변인인가.^^ 시스템을 존중하는 사람이라 그렇네요~)
08-02-13

시적모험  

노무현 탓을 말하기 위해 그간 조중동이 전개해 왔던 그릇된 논리 방식을 김동렬님이

유사하게 차용하시는 것에, 화가 나는 겁니다. 제가 동조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주장이

아니라, 그 방식일 뿐입니다.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이기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도 '노무현 탓' 에 경끼하는 사람입니다. 그로 인한, 저 정도의 반론이

어찌 과민 반응인지요? 과민 반응의 객체를 잘못 짚으셨습니다. 김동렬님이라서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그의 좋은 글에 대해선 추천을 던지기도 합니다. 폐인님이

만약 동일한 방식으로 글을 전개하셨다면, 역시 같은 류의 댓글을 달았을 겁니다.

이건 제게 이해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한 견해차라면 조용히 반대만

누르면 됩니다만. 그 전개 방식이란 게,,참. 제 지향 가치와는 정면 '배치' 되는 지라.

그렇잖아도 피로합니다. 그래서 이젠 그냥 외면할까 합니다. 근데,, 폐인님이 왜

흔해 빠진 제 몇몇 댓글에다, 괜한 근심을 쌓고 계신 지? 별 일 없습니다 모두가.
08-02-13

폐인(嬖人)  

피로해서 그냥 외면할까 한 참에 괜히 거들었나요.
좀 더 일찍 말하거나 말거나 할 걸 그랬나 봅니다.
딱 맞추기 어려워.~

동렬님 글에 모험님 소회를 적었듯이 역시 모험님 몇몇
댓글을 보고 느낀 제 소회를 적은 것이니 너무 신경쓰지는 마십셔.
근심까지야 뭐.~~

동조할 수 없는 것은 주장이 아니라 방식의 차이라...그랬군요.^^
08-02-13

솔향!  

구구절절 옳은 말씀을 하셨네요. 전 어제 숭례문 방화범이 70대 노인이며, 울산의 실종 어린이는 그 엄마가 죽여놓고 태연하게 거짓말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이 사회의 앞날이 암울했답니다.

우리 사회가 물질만능주의, 극단적 이기심에 찌들어있고 또한 윤리의식의 부재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건임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이 70이면 세상에 대해 좀더 바르게, 넓게, 여유롭게 생각할 나이인데 얼마나 돈에대해 집착하면 그럴 수 있을까. 단지 개인적인 복수심에 불타 공공시설에 대해 무자비한 테러를 가하는 그 마음이 넘 악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무리 계모라 하더라도 엄마가 어떻게 아이를 때려서 죽일 수 있었는지...그리고 태연하게 사회를 조롱하며 거짓말을 하는지 그 마음도 넘넘 악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것이 맞아죽는 것이란 생각을 늘 합니다. 80년 오월의 영령들 사진을 보면서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는데 그 어린것이 무슨죄가 있다고 그렇게 무섭고 끔찍한 일을 당해야 했는지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답니다.

폐인님 말씀처럼 "함께사는 세상"을 향한 다수의 지향점이 우리사회에서 발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물론 국가적으로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또한 병행되어야겠지요. 사회복지제도의 확대, 부의 균등한 분배 등등...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런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들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감각을 무디게 하지 않음 힘들다는 사실을 되새겨보는 날들입니다.
08-02-13

폐인(嬖人)  

그러니까요. 그 나이에 무슨 욕심으로...

울산 어린이 사건은 그 엄마 인터뷰하는 모습도 보았는데 나중 뉴스와
그 표정이 엇갈려 사뭇 당혹스럽더라구요.

왜 이렇게 미쳐가는 것일까요...

개개인의 양식과 상식의 회복이 시급합니다. 온만큼 되돌아만 가지 않아도
다행일텐데요. 지금은 반동의 시대인가 봅니다.
08-02-13

폐인님뜨건팬  

암튼....무지 반성하겠나이다.
일단 정신 차리겠습니다.
08-02-13

폐인(嬖人)  

새해 복 많이 받으세효~
08-02-13

용담16  

이명박 당선자인 은
선거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 하겠다고 약속 했는데

모금 운운하지말고
남대문 복원에 내놓을 생각이 왜 안들었을까?

돈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세상에서 .....
취임후 할려나?
08-02-13

폐인(嬖人)  

자기껀 아껴두고 걷는 거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몰라요.
08-02-13

온새미로  

창단식 때 뵈용~~^^
08-02-14

아랑아빠  

'돈이 웬수다' 2
08-02-14

첨맘정부  

저같은 눈팅족이 과감하게 덧글을 달만큼 좋고 향기나는 글이군요.

머릿속에서만 뱅뱅돌던 답답한 마음이 폐인님의 글을 읽고 좀 정리가 됩니다.

님의 좋은글 또 읽겠습니다.
08-02-14

폐인(嬖人)  

온샘/그래용~~~
아랑아빠/ 글쎄 말여요. 웬수는 귀엽기나 하져. 원수여 원쑤.~
첨맘정부/ 감사합니다.^^
08-02-14

ㅎㅏ튼  

나는 폐인님만 생각해두 기분 주탕~~~
글두 잘쓰시지요...
생각두 깊으시지요...

18대 때 북악의 춘추관장 하실거져?
그때 난 다시 기자할게요....

청와대 대변인 : 폐인

COME TRUE
0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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