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의 최종책임은 국민이 대신합니다.
국민의 10%가 조금 넘는 이들의 지지만을 받고 있는 대통령과 그런 대통령 지지율의 10% 수준을 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서로 갈 길이 다름을 확인하는 과정은 참 지리하고 민망하기 그지 없습니다. 새삼 '그 나라의 정치는 결코 국민일반의 인식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이론상 국정의 최종책임은 누가 져야하는 것일까요? 보통은 대통령이 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대통령이 질 수 있는 책임은 한계가 있고, 그리 실질적인 책임을 질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오히려 국민이 최고의 권력기관이고 최종적인 책임도 거의 국민이 스스로 삶의 어려움을 감당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알량한 투표권의 대가치고는 상당히 가혹한 책임이 돌아 오는 셈이죠.
그런데 대부분 그렇게 가혹한 책임이 돌아오는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대강 자신의 삶이 편안하지 못하면 대통령에게 욕 좀 하고 말아 버리는 방식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정치에 대한 인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생각이 깊지 못합니다. 최소한 무엇을 해야 자신이 유리할 것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너무도 가난해서 거의 세금을 낼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 세금폭탄론에 동조하여 세금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세금을 줄이면 마치 자신이 혜택을 보는 것으로 심한 착각에 빠져 있는 국민이 적지 않습니다. 정치에 있어서도 지역주의나 패거리 의식에 의한 투표가 마치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올 것처럼 오해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말 그렇게 투표를 하고 맙니다.
국민은 책임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지금 한국의 정치판이 시끄럽습니다. 국민들은 짜증을 심하게 내고 있습니다. 특히 여당의 분열상은 곧 바로 대통령의 무능으로 연결되어 더더욱 대통령이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뭐가 잘 안되는 경우 국민이 질책할 첫번째 대상은 분명히 대통령일 것입니다. 무슨 이유로 그런 분란이 일어나는지는 알길도 없고 알고 싶어 하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뽑아 놓았으니 무슨 짓을 해서라도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보살펴 달라는 요구와 질책을 반론하기는 어렵습니다. 총체적으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쪽이 가장 혹독한 책임도 피할 길이 없겠지요.
그러나 국민이라면 대통령을 뽑을 권한을 가졌으며, 헌법을 고치거나 저항권을 발동하여 정권을 바꿀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코 대통령의 권력보다 하위에 놓일 수 없는 것이 국민의 권력입니다. 그렇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책임도 감당을 해야 당연한 이치이지요. 대통령을 잘 못 뽑았으면 잘 못 뽑은 책임을, 국회를 잘 못 구성하였으면 거기에 따르는 책임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슬쩍 책임을 회피하고 도망갈 수도 있겠지만 국민은 그렇게 책임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뽑았으면 너희들이 알아서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잘 해야지 왜 계속 국민을 피곤하게 만드느냐고 원망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알 만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정치가 잘 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구조적으로 심하게 잘못되어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국민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한 대한민국의 정치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전진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언론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우리정치를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하면 시정잡배들의 밥그릇 싸움수준에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은 그것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국민의 잘못은 아니지요. 언론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조중동문S의 잘못이 아니라 언론 전체의 잘못을 말하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개혁성향의 언론들의 잘못은 더더욱 심각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심하게 일그러진 정치에 대하여 시원하게 파헤치는 기사도 칼럼도 도무지 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국민다수가 원하는 글을 써서 영합하고 광고주의 취향에 맞춘 컬럼을 써서 장사속을 채우려는 자들만 득실거립니다. 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 이해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면 아무런 말도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언론들이 국민의 눈을 가리고 정치인들의 추악한 행태에 분단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말도 너무 고상해보일 정도로 구역질나는 짓들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내가 인식하는 정치현실과 그들의 눈에 비친 정치가 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아니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추악한 내면을 감추는 분단장에 포인트를 맞추는 것들은 이미 언론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 정치판에 대하여 직시하고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을 잃지 않았다면 최소한의 사실들과 감춰진 이면들은 국민을 대신해서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오늘은 한 가지만 집중해서 볼까요? 지금 열린우리당의 이전투구는 그 본질이 무엇일까요? 언론들이 보도하는 것처럼 친노와 반노의 대결일까요? 인기도 없는 대통령, 권력도 거의 행사하기 어려운 대통령에게 잘 보여서 그에게 뭔가를 얻어내려는 추악한 친노세력과 솔직히 자신들의 추악함을 드러내버리는 순진무구한 반노의 대결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이 것이 사실일까요?
금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지금의 정치판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익숙하게 길들여진 정치판이 지역주의의 달콤한 꿀단지와 정치보스들의 더욱 달콤한 국물이 이제 공급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금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열린우리당에는 좀 과거의 그들과 다른 인물군이 있지 않을까 했던 일말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진 상황입니다. 그들도 전혀 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386도, 반독재 투쟁을 하던 자들도 결국은 보스들의 국물과 지역주의라는 꿀단지를 잃어버린 것을 견딜 내성이 없는 수준이었던 것이죠.
시작부터 그랬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창당하던 시기부터 그들에게 대통령은 과거의 보스와 같은 국물공급역이었어야 합니다. 권력을 조금만 사용해도 거대한 자금을 불법으로 조성할 수 있고 그것으로 자신들을 다스려주는 그런 역할을 기대한 자들이 90%가 넘었을 것입니다. 물론 항상 그런 추악함을 감추는 레토릭은 기본이겠죠. 그것이 잘 되면 지역주의라는 꿀단지쯤은 잠시 잊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대통령이 그런 일을 전혀 하지 않았고 할 생각도 하지 않았으며 할 능력도 없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멀쩡한 당이 죽어가던 민주당을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던 4.2 전당대회의 통합론이 시작이었습니다. 사사건건 대통령의 인사권도 자신들의 취향과 다르다면 반발하고 정부가 부족하나마 개혁의 시늉이라도 내려고 만든 정책들은 당과의 협의만 시작되면 거의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스스로 금단현상을 견디지 못하고 대통령에게 짜증을 내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국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잠시 유보해 두었던 꿀단지라도 다시 찾아오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그들의 속마음을 정확히 짚어서 보도한 언론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습니다. 소위 개혁세력이나 민주화 세력과 가까운 척하던 언론이나 저널리스트들도 모조리 저들의 추한 금단현상을 노출시키지 않고 감춰주기 바쁩니다. 국민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채 결국 과거와 같이 공천권과 국물에 의하여 일사분란한 통치를 해야 잘하는 정치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살기도 어려운데 친노와 반노로 갈려서 싸우는 저들이 보기도 싫고 그 정점에 노무현이 있다며 화살을 그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대한민국의 이단아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대통령이 지지율 10%를 근근히 이어가는 것도 신기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인기없는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1%밖에 지지받지 못하는 자들은 거의 신기에 가까운 일입니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거의 90%라면 대통령과 대립함으로서 적어도 20%의 지지는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간으로서 도의를 버리면서까지 정치적 입지를 위하여 안감힘을 쓰는 자들이 더러운 짓을 하면서도 1%의 지지도 받지 못하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적어도 국민은 그들의 수준보다는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러나 우리정치의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은 결국 지역주의와 국물에 의한 통치입니다. 그러한 후진적 구조를 정확하고 통렬하게 꿰뚫지 못하는 한 우리의 정치는 역시 퇴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노무현은 새시대의 첫차는 물론이고 구시대의 막차도 절대로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구시대의 열차들이 잠시 뜸한 휴지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쯤에서 한국정치의 이단아는 대통령을 비난하는 그들이 아니라 오로지 노무현과 그 일당이라는 결론은 어렵지 않게 도출될 수 있겠죠?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대한민국의 이단아일지도 모릅니다.
국물과 지역주의라는 꿀단지를 버리라고 하면 저들은 국민에게도 총부리를 겨눌수 있을 것입니다. 그 것의 위력은 생각보다 훨씬 강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략 이기기는 어려울 듯 싶군요. 그러나 굴복하기는 더더욱 어렵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