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무엇을 기준으로 성공을 말하고 실패를 말합니까?
사람들은 흔히 성공과 실패라는 용어로 무엇을 규정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지를 규정하라고 하면 모두 다른 기준을 적용합니다. 성공을 말하건 실패를 말하건 그건 모두 각기 자신의 기준에 따른 판단에 불과합니다. 극단적으로 기준을 바꾸면 모든 일이 성공으로 보이기도 하고 모든 일이 실패로 보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성패를 평가함에 있어서 특별히 이론의 여지가 없는 기준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떤 이는 겨우 연명하는 처지라도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아직은 실패했다고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뭐 수십억의 돈을 가지거나, 상당한 정치권력을 가지거나, 대단히 유명세를 탈 정도로 명예를 얻거나, 하지 못했다면 실패로 단정하는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다면 더더욱 그렇게 규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성패를 가르는 것은 바로 판단하는 이의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 좌우될 뿐 어떤 객관화된 기준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결국 어떤 일의 성공이나 삶의 성공이라면 그것은 그 일이나 삶의 주체가 가장 중요하거나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에 도달하였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기준으로 성공을 말하고 실패를 말합니까? 좀 생각해볼 일입니다.
참여정부의 성적표
많은 사람들이 참여정부의 실패를 말하고 있습니다. 거의 실패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실패가 아니라고 하는 일부의 사람들조차 당당히 성공이라는 주장은 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들이 점차 득세하여 객관성을 가장하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꽤 심각한 상태로 보입니다.
차라리 부문별로 나누어서 주관적인 성적표를 작성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주관적인 성적표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먼저 정치면에서의 성적을 뽑아보려고 합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를 맴돌고 여당은 매일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습니다. 야당은 매우 강력한 응집력을 가지고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여당은 날마다 대통령을 향해서 비판 아닌 맹목적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외견상의 성적은 낙제를 면하기 어려운 점수입니다. 거의 20점도 주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각도를 달리해서 참여정부 주축인사들의 지향점에 비추어서 점수를 좀 조정해 볼까요? 그들의 지향점은 과거의 부정적인 정치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탈지역주의, 패거리정치, 보스정치, 국물정치, 당정일체, 공작정치, 권력남용, 부정부패가 연상되는 바로 그런 정치에서 좀 멀리 달아나고 싶었던 것입니다.
탈지역주의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여러차례 강조한 바가 있느니 별론으로 하고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직 대한민국은 지역주의 공화국입니다. 아직 한발작도 더 나아간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지향을 굽히거나 버린 바가 없으니 낙제점을 주기는 어려운 항목입니다. 우리의 정치구조가 강하게 지역주의에 고착화된 상황에서 그것에 대한 지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80점정도 주고 싶습니다. 지향은 100점이지만 실천적 결과는 아직 실현될 때가 멀었다고 봅니다.
패거리 정치는 해소되었나요? 결과는 역시 별로 없습니다. 다만 대통령의 생각은 분명히 그것을 벗어나 있습니다. 보스정치, 국물정치, 당정일체 모두가 결과물을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지향은 강력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것도 80점은 될 것으로 봅니다.
공작정치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적어도 국정원과 검찰과 국세청등 권력기관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동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대통령의 측근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동하는 일도 아주 흔히 있습니다. 이것은 실현된 결과물이 눈에 보일 정도이고 앞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에 와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적어도 90점은 줄 수 있습니다.
권력남용은 너무 과도하게 진도를 나가고 말았습니다. 대통령의 권력이 거의 정상적으로 행사된 일이 드물어 보일 정도입니다. 너무 과도한 점을 고려하면 감점될 일입니다. 역시 90점은 넉넉히 줄 수 있을 듯 합니다.
부정부패 부분은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우리사회의 부정부패가 해소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통령의 가족이나 측근들의 부정부패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선자금 관련하여 옥고를 치르고 송사에 휘말렸다 풀려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만 그 정도가 심각히 회자될 수준이면 이미 과거의 정권들과는 어마어마한 격차를 벌이고 있습니다. 역시 90점은 족히 될 것으로 봅니다.
20점과 90점의 괴리
가중치에 따라서 각자의 점수를 계산해 보시면 재미있을 듯 합니다. (재미없으시면 말고요.) 그런데 외형상의 정치점수 20점과 부분적으로 평가된 점수 80~90점의 괴리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노무현의 정치와 한국정치 풍토간 격차이기도 하고,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이 함께 평가될 수 밖에 없는 현실때문이기도 합니다.
야당과 언론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나서서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현실에 투영해낼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과거의 우리정치는 항상 지역주의를 무기로 삼은 일인보스가 부정한 방법으로 끌어모은 엄청난 액수를 정치자금을 나누어주며 의원들을 지배하였습니다. 공천권을 가진 보스에게 저항하는 것은 곧 정치적 사망을 의미하기도 했었죠. 노무현의 연이은 낙선도 바로 그런 예에 해당합니다. 정치인들이 입으로는 다른 말을 하지만 가장 달콤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지역주의와 돈입니다. 그것을 끊어버린 노무현은 정치권의 공적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것이 괴리의 가장 중요한 원인입니다.
또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쫓아 날아든 부나비였을 뿐 사실상 그의 정치철학이나 발언들을 공감하지 못합니다. 다만 노무현의 레토릭일 것으로 생각하고 함께 권력을 나눌 생각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방향을 잡아나가면서 답답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차기주자라며 거론되던 두명의 계파수장사이에서 줄서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서 지역주의라는 꿀단지가 깨질까 노심초사 하다가 죽어가던 민주당을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올려놓고 스스로는 한없이 변방으로 밀려가고 있습니다. 2005년 4월 2일 전당대회부터 쏟아져 나오던 통합론이 바로 그것입니다. 국민의 눈에 정말 한심한 정당이죠. 문제는 이들이 엄연한 여당이고 대통령과 함께 평가받을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20점과 90점의 괴리는 이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실패일 뿐입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논점이 하나 나옵니다. 그런 모든 것을 포괄해서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일면 타탕한 주장입니다. 또 리더쉽이 모자라서 그렇다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뭐 대통령이 책임을 면하기 어렵죠. 과거의 예로 보면 당연히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당도 대통령의 지배하에 있고 수 많은 권력기관이 대통령의 정치적 편의를 도모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수단을 모두 상실한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욕할 것인지 아니면 먼미래를 위한 훌륭한 출발이라고 격려해야 할 것인지 쉽지가 않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가고자 하는 길을 다가지 못하더라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러 돌리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지금 국민이 비판하는 실패는 대한민국의 실패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다만 열린우리당의 실패일 뿐입니다. 물론 당연히 열린우리당의 수석당원이라는 대통령이 그 평가에서도 벗어나 있을 길은 없습니다. 그런 평가가 무서워서 과거로 회귀하는 일을 하지 않고 당당히 서서 버티기를 바랄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과거보다 아주 조금 진보하였습니다. 다만 열린우리당의 제자리걸음 또는 퇴보가 너무 크게 보일 뿐입니다.
결국 총체적으로 참여정부의 정치성적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빼면 그럭저럭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들은 대통령의 지지율을 깎아 내리는데 열심히 노력하더니 이제 대통령 때문에 자신들의 지지율이 낮다고 아우성입니다. 모두가 자업자득인데 자신들은 그리 잘못이 없다는 듯 대통령에게 모두 뒤집어 쓰고 희생하라고 합니다. 그것에 순응하면 노무현은 이미 노무현이 아닙니다. 끝까지 책임은 각자 나누어져야 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면피하고 나면 국민들은 누구에게 심판을 내리겠습니까? 그들이 면피하게 만들어선 안됩니다. 물론 그들이 정계개편을 하고 이합집산을 하더라도 국민이 잊지 않고 심판해 줄 것입니다만 그것을 피해가려는 저들의 추악한 계산속이 실현되어서는 술수부리는 정치가 잠시나마 성공을 거두는 일이 될까 걱정입니다. 지역주의 꿀단지, 패거리정치, 포장지 바꿔서 국민 속여먹기가 잠시나마 성공하도록 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