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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에서 띄우는 세 번째 편지 - 봉하마을 참 맛을 보고 가세요.
나비효과 | 2008-03-07 10:37:59 | 조회 9457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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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참 맛을 보고 가세요.

 

 

저는 요즈음 하루에도 몇 번씩, 대문 앞에 나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힘들지만 반갑고 즐겁습니다.


그런데 참 안타깝습니다. 손님들은 봉하마을에 와서 저의 생가 보고, 우리 집 보고, 그리고 '나오세요.' 소리치고, 어떤 때는 저를 한 번 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보지 못하고 돌아가십니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참 재미없겠다 싶은데, 그래도 손님은 계속 오십니다. 미안한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재미를 느낄만한 우리 마을의 명물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봉하마을의 명물은 봉화산입니다. 봉화산에 올라가보지 않고는 봉하마을 방문은 헛일입니다.


봉화산은 참 아름답고 신기한 산입니다. 해발 150m밖에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산꼭대기에 올라가 보면 사방이 확 트입니다.

 

멀리는 겹겹이 크고 작은 산이 둘러 있고, 그 안으로 넓은 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들 가운데로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볼 때마다 저는 손을 뻗어 잡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발 아래에는 손바닥 만한 작은 들이 있고, 그 들을 둘러싸고 옛날 아내와 함께 소설 이야기를 하며 걸어 다니던 둑길이 장난감 기차 길처럼 내려다보입니다. 당장이라도 내려가서 걸어보고 싶습니다.

 

동쪽으로 조금 멀리는 동양에서 제일 큰 습지라고 하는 화포천이 보입니다. 여기 저기 상처를 많이 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생태계의 신비함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누런 갈대만 보이지만, 봄이 되면 온갖 풀꽃이 파랗게 싹을 내고 색색의 꽃을 피웁니다. 그 중에서도 흐드러지게 핀 창포는 가슴을 들뜨게 만듭니다.

 

옛날에는 철새들이 하늘을 새까맣게 가릴 만큼 내려앉았던 곳입니다.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엊그제엔 기러기 몇 마리가 줄지어 날아가는 반가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옛날의 그 오리, 기러기들을 다시 불러들이려고 합니다.

 

봉화산은 산이 높지 않고 능선이 부드러워서 산책처럼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입니다. 산이 크지는 않지만 제법 깊은 골짜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고, 산 능선에는 여러 군데 제법 너른 마당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습니다.


둑길을 걸어서 화포천까지 갔다가 들판을 한 바퀴 돌아오면 한 시간, 마애불을 거쳐서 봉화대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한 시간, 자은골로 걸어서 봉화대-관음보살상을 거쳐 도둑골로 내려오면 두 시간, 계속 걸어가서 재실 앞 낚시터를 거쳐 화포천까지 갔다 오면 두 시간, 화포천을 지나 뱀산을 돌아오면 세 시간, 이렇게 조금씩 욕심을 부리면, 1박 2일을 해도 모자랄 만큼 코스는 풍부합니다.

 

이 산책길에서 가끔 저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하면 좀 더 재미가 있겠지요. 단지 대문 앞 관광만 하지 마시고 좀 더 재미있는 봉하마을 방문을 하시기 바랍니다. 한가지, 봉하마을 오실 때는 마음 놓고 걸을 수 있게 등산화를 신고 오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밥 먹을 곳도 없고 잠 잘 곳도 없어서 불편이 너무 많습니다만, 올 해 안으로 밥 먹고 잠 잘 곳을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년, 내후년 계속해서 아름다운 숲, 자연학습 환경, 재미있는 운동꺼리 등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봉화산은 어릴 적 인근 10리 안에 있는 학교들의 단골 소풍 터였습니다. 앞으로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학습과 놀이터가 되도록 가꿀 생각입니다.


여러분이 봉화산을 많이 오르면 김해시에서 산을 가꾸겠지요. 여러분이 화포천을 많이 찾으면 나라에서 화포천 정화를 서두르겠지요.


오늘은 마을 사람들과 김해시 봉사단체들과 화포천 주변 청소를 나갑니다.

 

어제 김해시에서 연락이 왔더군요. 여러분의 방문이 김해시를 움직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드립니다. 김해시에도 감사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할 것입니다.


다시 글 올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8년 3월 6일 노무현

 


 

     

봉하마을, 편지, 봉화산, 화포천
덧글쓰기 | 전체글 12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당희(당원희망)  

1. 책 한권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2. 봉하마을로 여름에 휴가라도 가야겠습니다.
3. 봉화산과 화포천 꼭 들르고 정취에 취해보겠습니다.
4. 노짱님 못만나면 2.3번 다해도 말짱 도루묵입니다^^;;
08-03-07

나비효과  

꽃 피는 봄에 또 한 번 가고 싶어요^^
08-03-07

ball  

좋다~~
08-03-07

폐인(嬖人)  

편안해 보이시니 넘 좋아요~
08-03-07

참여  

책 한권 쓰셨으면 좋겠습니다.too!!!!!!!!!!!!!!!!!!!!!!!!!!!!!!!!!!!
08-03-07

푸른바위  

우리 노무현전대통령님의 이렇게 편안한 글을 보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요^^ 언젠가는 봉하마을 꼭 방문하겠습니다. 나비효과님 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요^^

우리가 분열되고 싸우면 누가 좋아할까요?...분명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어쩌면 교묘하게 분열하고 갈등하고 싸우게 만드는 책략을 쓸 수도 있겠죠. 이간책, 분열책^^ 깨어있습니다요. 지혜로웁시다요. 우리 교회 목사님이 그러셨어요. 하나님은 하나되게 하시는 분이라고...성서에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표현이 있는데 정리하면 하나님은 사랑으로 하나되게 하시는 분이죠.

물론 신자가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성서에서는 성령(예수님의 마음)의 열매를 사랑과 기쁨,평화,인내,친절,선을 행함과 신실함과 온유와 절제라고 합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 할 인격의 열매들이지요. 사랑에서 시작해서 절제(self-control)로 끝납니다. 앞으로도 더욱 더 공격과 술책이 난무할 텐데 이와 같은 도전들 앞에 지혜롭게 응전했으면 하는 충정에서 훈계같은 글 본의 아니게 씁니다.

우리 님들 오늘 날씨 참 좋은데 좋은 날씨 만끽하시고 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봄날들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기원드립니다^^
08-03-07

원칙1  

봉화를 찾는 분들을 위해서 이런 세심한 가이드(?)까지 하시고요...꼭 한번 봉화산과 화포천을 가보고 싶네요...덕분에 대통령님도 뵈면 더 좋구요..
08-03-07

가야산  

시상에
이런 곳에서 대통령님을 뵙다니...
08-03-07

홈런왕  

허전한 마음을 포그하게 해주었습니다.
봉하마을 달려가고 있는 제 마음....

언제가는 대한민국 모두가 봉하의 뜻을 알것으로 믿고,오늘도 저는 봉화대에 뭉게뭉게 연기가 오르도록 하나의 장작불이 되겠습니다.

오늘밤 늦었지만 행복하고 편하게 잘 수 있네요.
08-03-08

시원  

노무현대통령님 구상이 점점 보이기 시작하네요
매마른 구호나 운동이 아닌 자연과 함께 사람을 살리는 참 정치 참여운동을 하실거 같습니다
노무현대통령님을 좋아하는 우리들도 발빠르게 진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풀과 나무가 어우러질때쯤 꼭!다시가겠습니다
08-03-08

미사리  

노짱님이 소개하신 봉화산 등산로를 꼭 가보고 싶습니다. 산행길에 그 분을 뵐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08-03-08

돌팔이소년  

노짱님 아리랑 이래요^^
우리 유짱님은 소통은 잘되시고 계신지
두분다 핫팅 건강도 챙기면서 ^^
0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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