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지도부, 평일 전당대회 계획은 미친 짓이다.
- 개혁적 당원 배제시키면서 민주세력 대통합이라니 -
계간 <새길 이야기> 2006년 겨울호에는 기획토론으로 “우리사회 뉴라이트, 어떻게 볼 것인가”가 실려 있다. 최만자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는 자유주의연대 대표 신지호, 최근 ‘419 의거, 516 혁명’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교과서포럼 공동대표 박효종씨가 뉴라이트를 옹호하는 입장으로, 성공회대 김민웅, 상지대 김정란씨가 비판적 입장에 섰다.

뉴라이트가 올드라이트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핵심 메시지는 어떤 것인지 설명해달라는 사회자의 주문에 신지호 씨는 천하사분론(天下四分論)을 꺼낸다. 보수, 진보 나누어진 것에 선을 하나 더 그어 넷으로 나누어 생각했단다. 좌. 우. 뉴. 올드. 다시 말해 수구우파, 혁신우파, 혁신좌파, 수구좌파 이렇게 넷으로 나누어놓고 혁신우파에 속하는 자기들이 수구 좌파 퇴출 및 수구 우파 혁신을 뉴라이트 운동의 양대 과제로 정했다는 것이다.
천하사분? 사분이면 25%씩 나누자고? 1사분면, 2사분면, 3사분면, 4사분면으로?
그리고 천하사분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혁신우파 자기들이 수구좌파 퇴출, 수구우파 혁신을 과제로 삼는다면, 천하사분의 한 부분인 혁신좌파는 수구우파 퇴출, 수구좌파 혁신을 과제로 삼아야겠네. 그러다보면 양쪽 수구들이 상대의 혁신파들에 의해 퇴출되어 다시 천하이분이 되거나, 자기 쪽 수구를 퇴출시키지 않고 혁신시키려고 감싸다 보면 역시 다시 좌우로 천하이분이 될 거 아닌가?
그런데 대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하늘 아래 혁신이든 수구든 좌파가 태양빛을 제대로 쬐일 수나 있었던가? 저렇게 천하사분론을 들먹일 거면 국가보안법 폐지하라고 목청 높이고 일인시위라도 했어야 할 거 아닌가? 그래서 하늘 아래에 50%는 태양빛을 쬐는 좌파를 만들어 놓아야 천하사분론을 들먹일 수 있는 거 아닌가 말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으로 뉴라이트를 출범시켰다던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한나라당이 사학법재개정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서자 얼른 한나라당의 사학법 장외투쟁을 지지했고 전교조와 대립되는 자유교원노조의 지도위원으로 나서지 않았던가?
자유주의연대? 강자의 자유를 위해 부역하며 강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걸 연대라고 하는 건가? 정말 천하에 몹쓸, 엉터리 천하사분론이 아닐 수 없다. 신지호의 궤변에 쓴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열린우리당 의장 김근태의 발언이 눈에 들어온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수구냉전세력에 맞설 전선 구축을 촉구하면서 원칙 있는 반한나라 전선을 시급히 세워야 하니 민주개혁세력이 모여 평화와 번영, 개혁을 위한 새 출발에 모든 세력이 기득권을 버리고 대통합에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단다. 대통령이 지역주의에 기대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은 안된다고 한 주장에 동의한다며 그런 통합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한다 해도 일부 정치인이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벌이는 일이라는 비판은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단다.
반가운 말이다. 구구절절 얼마나 옳은 말인가? 이 말을 2002년 대선 전에 누군가가 했더라면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쳐도 한참을 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시절 그런 말을 했다면 누구 입에서 나왔더라도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2006년 12월. 저 말을 들으면서는 일어서서 박수를 칠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전부터 그들에게 속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게다가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2월 14일로 잡았단다. 새 달력을 넘겨보고는 한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수요일!
우선 전당대회를 한다는 날짜부터 살펴보자. 2003년 11월 11일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이래 당원이 참석해야 하는 대규모의 행사는 모두 토, 일요일을 기해 이루어졌다. 창당초기부터 당원이 중심이 되는 상향식의 정당구조를 표방하며 출발하였기 때문에 대부분이 생활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당원들이 참석할 수 있으려면 당연히 주말 이외의 날을 잡을 수 없었고, 이것은 동원된 청중들에 의해 얼렁뚱땅 진행되는 과거의 구태를 벗어던진 획기적으로 진화된 정당으로 변신한 하나의 징표와 같은 것이었다.
열린우리당 창당일. 눈에 선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개혁당을 발전적으로 해산하고 열린우리당으로 합류한 개혁당원들 중에는 상향식 정당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전국에서 ‘동원한 버스’에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당원들이 섞여 있음을 보고, 100%가 진성당원이 아닌 현실에 대해, 개혁당과는 다른 풍경이 연출되는 것을 보며 눈물을 찍어내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내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당원 여러분이 우리당의 주인입니다’를 똑같이 녹음기 틀어놓듯 외치던 정치인들이 이제는 기간당원제의 근간을 흔드는 기초당원제를 만들더니 평일전당대회를 전격 예고함으로써 완전히 동원되는 당원들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진성당원, 기간당원의 전당대회 참여를 애당초 봉쇄하고 그리하여 동원된 핫바지들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동원된 핫바지들을 통해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의원총회에서 선거관리를 담당할 당의장을 합의추대하고, 전대에서 추인을 받으며 통합수임기구를 띄워 당의 해산과 ‘통합신당’의 모든 권한을 부여할 모양이다. 핫바지를 동원해서, 창당정신을 유지하고 당의 정체성을 지켜야한다고 주야장창 외쳐왔던 개혁성향의 기간당원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당의 운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생각이다.
평화와 번영, 개혁을 위해 정당정치의 진화를 촉구하며 지역주의청산과 개혁적인 정책정당이 될 것을 요구해왔던 개혁적 기간당원들을 눈의 가시처럼 여겨 그들을 배제하기 위해 평일전당대회를 열면서 <평화와 번영, 개혁을 위한 새 출발에 모든 세력이 기득권을 버리고 대통합에 함께 해야 한다>고?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모두 노파심에서 기인한 오해라고 한다면, 수많은 당원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평일전당대회 계획은 취소되어야 한다.
이렇게 기간당원을 무시하고 강행되는 전당대회 계획은 기간당원들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수구냉전세력에 맞설 전선 구축을 위해... 민주개혁세력이 기득권을 버리고 대동단결’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모든 민주개혁세력 역시 기만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폭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창당정신을 지키자는 민주개혁세력인 기간당원을 애써 배제시키면서 ‘민주개혁세력이여, 대동단결하자’는 이런 얼빠진 구호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민주개혁세력은 언제라도 그들의 권력욕에 이용당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신지호의 천하사분론은 해방이후 압살해왔던 좌파를 하늘 아래 합법적으로 50% 존재하는 것처럼 전제하는, 자기의 존재를 굳이 의미 있게 하기 위해 상대를 부풀려 엉뚱하게 조작해낸 개념인 것처럼, 열린우리당 비대위의 평일전당대회 계획은 이미 존재하는 민주개혁세력을 부정하고 애써 배제시키면서 민주개혁세력이 밖에만 존재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자기들의 또 다른 변신을 굳이 의미 있게 하기 위해 술수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
현재의 당원만으로는 민주개혁세력의 대동단결을 이룰 수 없다고? 아니, 현재의 당원들은 골치 아픈 존재들만 남아있다고? 그래서 기초당원제라도 만들어 핫바지 당원의 동원이라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바로 비대위의 그러한 구질구질한 인식 때문에 민주개혁세력이 지금까지 등을 돌려왔다는 것을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민주개혁세력을 때와 장소에 따라 이용만 하고, 자기들의 유불리를 따져 삼키고 뱉어 온 구태에 이제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민주개혁세력이 당신들의 속셈을 아직도 눈치 채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민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한 가닥이라도 남아있다면 평일전당대회 계획을 당장 걷어 치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