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새해 예산안이 시한을 넘길 것 같습니다.
뭐 매년 반복되는 일이어서 특별히 이상한 느낌조차 갖지 못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이거 제법 심각한 일입니다. 그런 일이 연말마다 반복된 지 근 10년이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한나라당이 야당하면서부터 묘한 전통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죠.
과거 독재세력과 민주화세력의 극렬한 대치속에서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한 채 새해를 맞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야당의 지도자들이 항상 극렬한 투쟁을 했지만 예산안을 가지고는 그리 발목을 잡지 않았습니다. 누가 하더라도 나라 살림은 운영을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바꾸어 말하면 당시의 독재정권에 비하여 지금의 여당이 전략부재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항상 안되는 일을 가지고도 여지를 남겨서 야당이 예산안과 연계를 하는 빌미를 제공하곤 합니다. 지금은 사학법 재개정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김한길 원내대표가 재논의 약속을 해준 것이 빌미가 되어 있습니다. 차라리 그냥 두었어야 합니다.
예산안의 처리가 늦어지면 정부는 연초에 비정상적인 운용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라의 살림도 시작이 매우 중요합니다. 시작부터 갈피를 잡지 못하면 그것은 전체적인 흐름을 망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라의 살림살이를 발목잡아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는 정치는 결국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뿐입니다.
국회의 비효율적이고 생산성 없는 운영은 예산안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국정감사도 그렇고 모든 법안의 처리도 그렇습니다. 항상 정치적 계산 속에서 밀어부치거나 반대만 하는 국회가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여야가 이견이 없는 법안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결국 자신들의 공동이익이 실현되는 것만 통과되는 입법부는 입법부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모든 일들이 오로지 선거를 위한 수단이요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5년 내내 대선을 염두에 두고 국회활동을 합니다. 4년 내내 총선을 염두에 두고 의정활동을 합니다. 지방선거도 있고, 보궐선거도 자주 있습니다. 결국 선거를 위해 지지세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국회의 대치와 대결을 유발하고 그것을 국민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역정서를 자극하여 유권자를 뭉치게 만드는 일들은 그들이 암암리에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다. 독재와 민주를 대비시키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갈라서 유권자를 줄세우려는 노력도 국회의 일상활동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대립함으로써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치환경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의 국회는 영원히 대한민국의 발전에 장애를 초래할 뿐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유권자들에게 있습니다.
혹시 평소 싫어하던 지역의 정치세력과 극력하게 대결하는 모습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지역감정을 즐기는 변태일 뿐입니다. 혹시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반대진영을 강하게 비난하고 비타협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정치인에게 박수를 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나라는 망해도 홀로 즐길 꺼리를 찾는 정신이상자입니다.
그렇게 비효율적이고 나라를 망치는 국회를 보면서도 다음에 다시 그런 류의 정치인을 국회로 보내실 건가요? 그래서 국회가 지금의 모습으로 밖에 형성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대리만족과 쾌감을 추구하신다면 당신이 바로 나라를 망치는 유권자입니다. 냉혹하게 표로 심판하는 유권자가 없는 한 정치는 발전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 변태적 정치행위는 바로 유권자가 부추긴 것입니다. 유권자가 그런 변태적 쾌감을 포기하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계속 지금과 같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만들어 준 것입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