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나라당이 '5.31 전당대회' 하나?
난 그런 줄 알았다.
격앙된 목소리로 '전국의 한나라당 신임 시도지사'들을 차례 차례 호명해 나가는, 방송국 앵커의 출구조사 결과발표를 (최대한 무심하게) 듣노라니.. 그렇게라도 착각하는 편이 훨 마음이 편안하다고 생각한 걸까?
그러다가.. 저 남도 땅 언저리를 물들인 또 다른 색깔의 '땅따먹기'를 보고서야 (물론 한나라당으로부터 전략적으로 버림받은 땅덩어리이지만) 어라~ 민주당이네.. 오늘 선거를 하기는 했구나.. 인정했다. 민주당이 미웠다. 쟤들만 아니었다면 이건 선거가 아니라 한나라당 전당대회라고 우겨도 될 것 같았는데..
더 이상은 방송도 신문도 보지 않으려 애썼다.
애꿏은 소주잔만 거푸 비우다 보니 2002년의 시민님이 절필선언 직후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심판의 날 1219의 저녁, 혼자 어두운 선술집 한 구석에서 패배의 쓴 소주잔이나 기울이고 있을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뻔해서..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려 하는 것이라던..
'무능'보다 '부패'를 선택했다?
그래도 하릴없는 궁금증에 얼핏 (인터넷으로) 들여다 본 찌라시들은 신이 났다. 예상대로.. '최고의 압승' 보다는 '최악의 참패'라는 헤드라인이 훨 화려하고, 이제 곧 닥쳐 올 호남민주발 고건방주발 열린우리발 정치무협 군웅할거 활극에 온통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찌라시답다.
문득 오래 전에 들었던 복싱팬의 심리 엿보기가 떠올랐다.
권투를 보는 심리 그거.. 멋지게 '때리는' 장면을 보려고 하는 게 아니고 무참하게 '깨지는' 장면을 보는 거란다. 링사이드에서 눈구녕만 뚫어놓고 뒤집어 쓴 신문지에 핏방울이 '우두두둑' 튈 때에 그 여성팬들은 비로소 '짜릿짜릿' 하단다. 케이-원? 그래서 더 짜릿한 그 쪽으로 이동 중인거고.. 하기야.. 그 격투기의 유래라는 콜로세움의 전투에서는 그래서 어느 한 넘이 죽을 때까지 했다던가.. (죽일 때까지가 아니고 죽을 때까지)
사상 최악의 투표율일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4년 전보다 오히려 더 많이 참여하여 4년 전보다 더 심한 '참패'를 연출해 낸 '관객' 들의 심리는 열린우리당이 무참하게 깨지는 장면을 꼭 보고 싶었던 것이리라.. (한나라당을 압승시켜준 게 아니다. 열린우리당을 참패시킨 게다)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넘겨다 본 어떤 찌라시의 1면 헤드라인에 이렇게 써 있더라.. '성난 민심, 너무 미워서 눈 딱 감고 2번 찍었다!' 참 잘했어요~ (부럽다.. 나도 꼭 그렇게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투표용지에서 강금실의 이름을 보는 순간, 그녀의 또랑또랑한 얼굴이 떠오르면서 울컥~ 하는데.. 도저히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
그래도 말은 똑바로 하자, 미워서 찍기는.. 개뿔~
사실은.. '무능'보다 '부패'를 선택했다고? 개코당~
'지방권력 심판' 이라는 둥 (아아~ 한나라는 정말 무서워)
'싹쓸이만 제발 막아달라'는 둥 (짐 선거 하냐? 고스톱 치냐?)
'미워도 다시 한번' 이라는 둥 (니네가 자유당이냐? 아예 신파극을 찍어라)
(혼자서는 도저히 딴나라를 못 이기겠으니) 이 담엔 꼭 지역주의 평화세력과 합당해서 지역구도를 복원하겠다는 둥..
어깨 추~욱 늘어뜨리고 헛소리 퍽퍽 늘어놓으면서 징징~ 앵벌이하고 있는데.. 누가 그들에게 표를 던져주고 싶을까? 미운 넘은 떡이라도 하나 준다지만.. 시끄럽게 우는 넘에겐 따귀 한대 더 때려 줬을 뿐 아닌가?
그럼 바닥은 쳤냐?
23대 빵에 이어 4대 빵으로 참패할 때.. '시원하다' 했었다. 정말 시원했다. 신났다는 게 아니고 (나 아직도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이고 대의원이다) '관객'들이 수차례 던져주는 노골적인 옐로 시그널이 당근 '약'이 되리라는 기대였다.
한나라당의 5.31 전당대회.. 전혀 시원하지 않다.
열린우리당의 정치 전문 테크노크라트 지역주의 정치 부활 스토커들이 화려하게 부활시켜 준 호남민주당에 이은 단독 3위.. 모 찌라시의 만평처럼, '전북정당'으로 마무리 된 '전국정당'이란 슬로건의 거짓이 너무 참혹해서가 아니다.
절박했던 2002년의 '개혁정권 사수'에 이어졌다는 기적 같았던 2004년의 '개혁의회 쟁취', 민주개혁세력이 헌정 반세기만에 이루었다는 그 과반수 제1당을 불과 2년만에 온전히 말아 먹어서만도 아니다.
끝 없이 추락하는 주식은 바닥을 치면 다시 상승한단다. 바닥에서 주식을 사면 모두 떼부자 된다. 진리다. 문제는 언제가 바닥인지 아무도 모른단다. 바닥인 줄 알고 있는 던 털고 없는 던 꿔서 바닥이 확실한 기대주에 '몰빵' 했는데 그 밑에 숨겨 둔 지하실이 또 있었더라는 거다. 것두 지하 2층.. 지하 3층.. 줄줄이 끝도 없이
열린우리당?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
언극이 끝나고 난 뒤
'우는 넘 한대 더 때려 준' 선거에서 무슨 패인 분석이 필요할까? 의미 없다. 내가 소속되지 않은 정당의 전국 전당대회에 새삼 평가를 하고 싶은 의욕도 없으리라.
만약 열린우리당에서 5.31 '선거 백서'를 쓰려거든 그저 이면지 한 장 뜯어서 짧게 한 줄만 써라.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함께 할 수 없었던' 절반의 정치인과 '대통령의 철학이 어렴풋이 이해됐지만 함께 하기 싫었던' 나머지 절반의 정치인이 함께 말아먹은 선거였다고.
로드맵은 이랬다.
'국민통합'은
오직 '정치개혁'으로만 가능하고,
'정치개혁'은
오직 '정당개혁'으로만 가능하다.
'개혁정권 수립'의 첫 번째 과제는,
오직 '개혁의회 쟁취'의 두 번째 과제를 해냈을 때 비로소 완성되고,
'개혁의회 쟁취'의 두 번째 과제는,
오직 '참여정당 완수'의 세 번째 과제를 해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성과물은 이렇다.
참여했던 '일꾼'과 '관객'들은 비록 '아주' 값 비싼 댓가를 치루었지만, 정당개혁 없이 국민통합은 절대 없다는 것을 역시나 증명받았다. 정당개혁은 당근 정당이 하는 것일진데 그 정당의 당원들에게 당이 자랑스럽지 못할 때, 그 당이 그 당원들을 귀찮아 하고 그리하여 그 당원들이 그 당에 희망을 버리게 될 때에 국민들은 차라리 '부패'를 선택한다는 것을.
제16대 대통령이 취임하자 마자, 앞 다투어 '만만한' 노짱을 훈육하던 찌라시의 주필들이 지금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는 현실을 받아 들이라고 또 다시 붓을 날리고 있다. 아주 또 한번 때를 만났다. 참여의 한계를 뼈저리게 체험했으면 이제 다시 정치에는 관심 끊으라고 협박을 해 댄다. 조용히 죽치고 앞으로 펼쳐질 무림 아사리 활극이나 지켜 보란다.
정말 연극도 끝나고 잔치도 끝난 건가?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열린우리당이 존재한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1년전에 5.31 참패를 예언했다는 (그 뻔한 패배를 피할 수 있는 뻔한 길을 안타깝게 호소했던) 시민님의 아침편지 한 대목이다. 모르겠다.
다만, 악어의 눈물을 흘리던 '명배우' 들의 연극은 대략 끝났음이다. 이제 제발 더 이상은.. 싶은 커튼콜을 또 다시 펼치려 할 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렇담.. 잔치도 모두 끝났나?
그런 적이나 있었던가.. 제대로 잔치상 차려 본 기억도 이제는 솔직히 가물가물하고.. 어쩌면 시인은 알고 있었다는데.. 누군가가 있어.. 이제 또 새벽이 오기 전에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꾸미면서 다시 상을 차릴 거라고..
'죽어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는 다시 일어서고야 말 것입니다.'
그 아침편지의 마지막 줄이다.
덧글.
다분히 넋두리스러워질 염려에 딴당 전당대회 이야기 쓰고 싶지 않았으나.. 오늘 티비에 비쳐진 서울시장 선거캠프 해단식에서 '갑자기' 노래를 하는 강금실 전 장관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주절주절 적어 봤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헤어져도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그저 뒷 모습이 보였을 뿐 우린 다시 만날테니까..
강금실.. 누가 들어도 슬픈 노래를 누가 봐도 참 즐겁게 부르더군요.
우리가 지금은 헤어져도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그저 뒷 모습이 보였을 뿐 우린 다시 만날 테니까
아무런 약속은 없어도 서로가 기다려 지겠지요
행여 소식이 들려올까 마음이 묶이겠지요
어쩌면 영원히 못 만날까 한 번쯤 절망도 하겠지만
화초를 키우 듯 설레이며 그 날을 기다리겠죠
우리가 지금은 헤어져도 모든 것 그대로 간직해요
다시 우리가 만나는 날엔 헤어지진 않을 테니깐
☞ 강금실의 노래를 들으시려면.. 화면에서 ▶를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