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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할 일 열심히 하고, 할 말 할 것" / 2006.12.26 청와대 홍보수석실
대통령은 왜 그러는 걸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언론에서는 연일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 게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한다. 그동안 쌓인 게 많아서 감정 풀이를 하고 있다고도 한다. 언론의 비난에 따라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게임으로 보자면 수지맞는 게임은 아니다.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또 얘기를 꺼냈다. 현장 연설 스타일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했다.
“할 말은 한 것 같은데, 표현 과정에서 절제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이리저리 시비에 휘말립니다. 여러분들 보기 미안합니다. 대화체 연설을 하게 될 때는 가끔 표현이 과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후보 때도 그랬고 대통령 돼도 그렇습니다. 변하지 못해서 탈입니다. 탈이긴 한데, 변하지 않았으니까 계속 사랑해 주십시오.”
표현이 절제되지 않은 점은 미안하다, 그러나 사실은 분명히 바로잡고 가야 한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고건 전총리하고 자꾸 싸운다고 보도가 되고 있는데, 실제로 제가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싸움의 구도로 보도가 나오기 때문에 계속 싸우는 것처럼 보이고 좀 흉하게 보이고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거듭 말씀드리거니와 저는 해명을 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분을 비방하거나 비판해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1일 민주평통 연설에서 고건 전총리 얘기는 주제가 아니었다. 미리 준비한 이야기도 아니고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 내용 역시 보수와 진보를 통합해 내지 못하는 구조를 답답해 한 것이지 고전총리 개인을 탓하거나 비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언론은 거두절미, ‘노무현이 고건을 공격했다’는 취지로 과대포장했다. 언론 보도를 기정사실화해서 고전총리의 대응이 이어졌고 다시 언론은 이를 갈등으로 몰아갔다. 청와대는 즉시 해명했다. 그것도 공격적 대응이 아니라 냉정하게 해명만 했다. 그래도 언론은 대결로 몰고 갔다.
사실은 있는 그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언론의 정치공학적 해설만 전달됐다.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파를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해설, 정계개편 구도에 관한 해설 등이 붙었다. 열린우리당 일부에서까지 싸움판이 벌어진 줄 알았는지 쌍방이 자제하라고 한다. 거듭 밝히거니와 청와대는 해명만 했을 뿐이다.
사실이 어찌됐든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 아무리 사실도 중요하지만 왜 자꾸 분란을 키우느냐고 질타하기도 한다. 대통령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충고도 있다. 대통령은 이런 비난과 충고를 모르지 않는다. 대통령은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걸까, 무엇에 집착하는 걸까.
“그런데 오늘은 제가 섭섭한 얘기를 한 말씀 꼭 좀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두 번 세 번 해명을 했는데도 전혀 미안하다는 표정이 없어서 섭섭하다는 말씀을 꼭 좀 드리고 싶습니다.
술은 빛깔이 좋고 냄새가 좋고 그 다음 맛이 좋으면 그걸 좋은 술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뒤가 깨끗해야 그게 좋은 술입니다. 나는 술뿐만 아니라 사람도 뒷모습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대통령이 동네북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제 잘못이라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의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좋은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대통령을 동네북처럼 이렇게 두드리면 저도 매우 섭섭하고 때로는 분합니다.
나는 장관 7개월 만에 보도를 통해서 제 해임 소식을 듣고 그만두었습니다만, 지금까지 그 대통령을 비방해서 말한 일이 없습니다. 한때 차별화가 그렇게 유행하던 시절 기자들이 매일 찾아와서 당신 차별화하지 않느냐고 부추기던 시절에도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제 강연 자료나 연설 자료에 다 남아있지만 끝까지 나는 김대중 대통령을 변호했고 국민의 정부를 변호하는 말만 그렇게 해 왔습니다. 재직 중에는 제가 할 말 못할 말 해서 좀 시끄러웠던 일이 있었지만 그만두고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인연이 있어 만났습니다. 그런데 정부라는 것은 뜻이 같아서 같이 일하는 것입니다. 만났을 때 뜻을 맞추어서 열심히 좀 해 주시고요. 할 말 있으면 계실 때 많이 해 주시고요. 때로는 자리를 걸고라도 할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헤어진 뒤에 우리 뒷모습을 서로 아름답게 관리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대통령이 동네북이 되어 있다고까지 했다.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 대통령의 잘못도 있고,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의 비용이라는 생각도 하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묻지마 반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정책이든 대통령의 발언이든 반대와 비난의 목소리만 높다. 나오는 정책마다 다 잘못됐다고 발목을 잡는데 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수가 없다.
야당이나 언론의 속성이 그렇다고 대범하게 넘어가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묻지마 반대’가 여론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심지어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까지 이 대열에 몸을 던진다.
참여정부는 IMF 이후 경제구조의 질적 전환, 탈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신장이라는 과도적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다. 그 과정에서 책임을 함께 했던, 그래서 정부와 대통령이 짊어진 고충과 노력을 알 만한 사람들이, 대선을 의식해서 과거 낡은 방식대로 대통령 흔들기에 뛰어드는 것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동네북이든 뭐든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제대로 해야 한다. 정치공학적 계산도, 대통령 개인의 감정 풀이도 아니다. 대통령이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가는 것은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에 대해 한 마디씩 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대통령직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도를 넘어 흔드는 것은 무책임하다.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 대통령 개인이 상처받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반드시 사고가 난다. 김영삼 정부 임기말 IMF 위기, 김대중 정부 임기말 신용불량 문제가 그냥 생긴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지금 그 악순환을 어떻게든 끊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한 대통령의 임무이고 본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제가 공격을 받았습니다. 참아 왔는데,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입니다. 할 일도 열심히 하고 할 말도 다 할 생각입니다. 할 말 한다고 국정이 결코 소홀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귀찮고 힘들어 할 만큼 저도 국정을 또박또박 챙겨나가겠습니다. 열심히 좀 해 주시고요.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또, ‘오기’, ‘독선’, ‘갈등조장’, ‘감정풀이’, ‘네탓’이라는 비난이 나올 법하다. 대통령은 언제나 언론에게 기사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사슬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비난의 소재가 될 것이다. 대통령이 말을 안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래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마 ‘힘 빠진 노무현’, ‘할말 잃은 노무현’이라는 제목이 나올 것이다.
사실이 잘못 전달되고, 왜곡된 사실이 대통령 흔들기에 활용되고, 그래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은 어려워지는 이 뿌리 깊은 굴레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하는 수밖에 없다. 몇 사람이 듣더라도 듣는 사람이 있으면 진실이 전달되는 때가 온다.
온갖 해설이 다 나오고 있지만, 결국 대통령이 말하고 있는 것은 한 마디다.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