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 낙선이란...
/ 사채업자
유시민은 당선과 낙선 외에 뭔가 배울 수 있는 선거를 치뤘다고 말했다. 대구의 아들로 받아준 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약속한대로 의리를 지키겠단다. 대학에 출강도 하고, 책도 쓰면서 대구발전을 위한 연구와 노력을 계속하겠단다.
그런데 어쨌든 낙선했다.
유시민은 3개월 넘는 강행군에 피로가 뼈에 사무쳐 있을텐데도 낙선사례를 위해 수성구을 지역을 빠짐없이 돌고 있다. 유권자들도 미안한 마음에 손을 흔들어준다. 손을 들어 밝은 웃음으로 화답하는 유권자들을 보면 대구에도 봄이 가까웠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유시민은 낙선한 정치인이다.
정치인에게 낙선은 국회에서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다.
더이상 법안을 발의할 수도, 표결을 통한 의사표시를 할 수도 없다. 원내 의원도 아닌 사람의 의견을 비중있게 다뤄 줄 언론과 방송은 없다고 봐야 한다.
더군다나 무소속은 정당활동을 통한 정치적 입지를 가질 공간도 없다. 무소속 정치인이 낙선할 경우 그냥 그걸로 끝이다. 입사시험에서 떨어진 사람과는 다르다. 달리 지원할 회사가 없다.
직업을 잃는 것이 유시민 혼자만은 아니다. 정치판을 기웃거린 폴리페서처럼 다시 기어들어갈 대학이 없는 이상 보좌관이나 비서관들은 자기 밥벌이를 하러 가야 한다.
냉혹한 찬바람이 부는 취업전선에 그들은 내몰리게 된다. 가치가 밥 먹여 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겪게 되면 다시금 좋은 정치인과 정당을 위해 일할 의욕이 생길까 의문이다.
낙선한 정치인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진다.
소장가치를 따지는 명화나 명품은 될지언정 평범한 사람들이 기억하며 익숙하게 거래하는 상품은 되지 못한다. 명품은 매니아들이나 가치를 따져 가격을 매기지만 일반인들에겐 그저 줘도 유지하기에 버겁다.
돌발 변수가 산재한 급변하는 정세에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질 1~2년은 오히려 길다. 낙선자가 자신을 낙선시킨 유권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사례를 하는 장면을 사람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할까?
망각의 동물인 인간들이 1년 후까지나 오늘의 감동적인 장면을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낙선한 정치인에게 주어지는 정치적 과제는 없다.
그런데 낙선한 정치인 유시민은 스스로 앞으로 해야 할 정치적 과제를 말하고 있다.
"유연한 진보정당 건설(?)"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돈을 끌어 쓰다 도저히 못 갚으면 파산 신청을 하면 되지만, 사채를 끌어 쓴 사람은 그렇게 못한다.
비록 신체포기각서를 쓴 적은 없더라도 그 돈을 이자까지 다 갚기 전에는 사채업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빚이 가득한 정치인 유시민. 이 빚을 다 갚기 전에는 사채업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정치인 유시민의 운명인 듯 하다.
정치인이 낙선하면 국회에서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며, 아무런 정치적 과제가 주어지지 않는다.
낙선한 정치인 유시민이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그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던진 정치적 과제를 해결해 가며 거꾸로 사람들의 기억을 일깨우고, 다시 국회에 그의 존재를 자리매김할 지 지켜볼 일이다.
▲ 2008.4.11 낙선인사를 하는 유시민 의원에게 답례하는 대구시민들
아쉬운 푸념과 의문
/ 시아
유시민 의원을 존경했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일을 놀라움으로 바라봤던 국민입니다. Why not? 에서 보여준 유시민님의 트인 사고는 저를 일깨워 주었고, 참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국민입니다.
눈으로 글들을 읽기만 하지만 시민광장에서의 소통도 매우 좋아합니다. 이번 총선을 보고 한 가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 문득 글을 올립니다. 이번 총선은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거였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정서로 봤어도, 한나라당의 압승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이를 우려하는 국민들도 많이 있었구요. 그렇기에 야당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낙선은 더욱 아쉽습니다. 특히나, 낙선이 예상된 지역, 거물들끼리의 불꽃튀는 경쟁에 의한 낙선은 더욱 아쉽습니다.
그냥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의석 한 석 한 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의원의 한 표 한 표가 입법의 방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한 석을 지키는 것이 지금은 더 절박한 일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나오면 될 확률이 높은 곳으로 출마하여 국회로 진출했으면 이러한 압승의 결과는 막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몇몇 낙선을 보면서 "만약 다른 곳에서 출마했더라면..." 이라는 푸념을 내놓으며, 유시민님의 이름에도 역시 같은 푸념을 해 보았습니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 지역감정의 타파... 지역을 뛰어넘는 지지도... 좋습니다. 하지만, 서울에 사는 저로서는 서울, 아니 수도권이라도 출마하셨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서 국회에서 일을 하셨으면... 이라는 아쉬움이 큽니다.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하고 싶다면, 아래에서 직접 발로 뛰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위에서 굵직한 일을 하는 사람도 중요합니다.
소탐대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소이고 어떤 것이 대인지 잘 구분이 가지는 않습니다. 제가 작은 것을 탐하는 마음으로 이러한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치적 소견이 짧은 저로써는 인터넷 정치면에 나오는 소식들을 보면서 자꾸만 아쉬움이 더해짐은 어찌할 수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