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 만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 전에 등기로 유시민 의원의 감사 편지를 받았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금액을 후원하고 이렇게 정성스러운 답장을 받으니 쑥스럽습니다. 유명 정치인의 이름이 적힌 등기 편지를 주면서 우편 배달을 하는 분이 묻더군요.
"유시민씨 팬입니까?"
"네"
그 분이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더군요. 거... 참... 멀쩡하게 생겼는데, 하는 얼굴이더군요.
저는 어쩌다 보니 어영부영 유시민 팬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유시민 의원에게 소액으로 정치 후원을 하고, 연말 정산에서 따박따박 소득 공제로 환불을 받았습니다.
유시민이라는 정치인을 통해서 나의 정치적 가치를 대변 받았고, 좋은 리더를 위한 작은 받침대 하나를 놓았다는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유의원을 도왔다는 생각은 없고, 그를 통해서 세상을 향해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유의원님, 고맙습니다.
지난 5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갈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보궐선거, 탄핵, 총선, 당의장 경선, 장관, 대통령 후보 경선 등등... 정말 숨 가뿐 시간이었습니다. 한 고비를 넘길 때마다, 또 다른 고비가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비마다 유시민의 선택이 나의 정치적 기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기에 즐거웠고, 유시민의 정치적 성장에 큰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명석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정치인을 만났다는 설렘.
그러나 이제 여의도 정치판에서 유시민 의원의 목소리를 듣기는 어렵겠죠. 그리고 우리 모두는 지난 대선의 결과를 진짜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일 겁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모든 논란거리들은 우리 국민의 30%가 지지하고, 40%가 기권함으로써 빚어진 결과물들입니다. 대선 기간에는 이명박이라는 사람을 지지하고 이제와서야 그 사람의 공약을 반대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약을 하고 당선된 사람에게 그 공약을 지키지 말라는 코메디가 벌어지고 있죠.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무언가를 배울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신의 정치적 선택이 자신의 삶과 관련을 맺게 될 거라는 분명한 상식이 더욱 일반화될 겁니다. 주관적인 경험은 결국 가장 훌륭한 삶의 철학을 만들어냅니다.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나? 지난 10년의 공들임이 다 무너져 내리지는 않나? 하고 고민하는 친구넘을 만나기도 합니다. 대선 전에는 미래가 두려워 잠이 오지 않았다는 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시점도 결국은 우리 모두가 치뤄야 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의원님도 이 점을 저보다 더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미래를 완전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통해서 대비를 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만약 과거에 우리가 지향했던 방향이 설령 인기가 없었을지라도 나와 공동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면, 유연한 진보를 지향하는 우리 모두에게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까지는 우리 모두가 강한 개인이 되야 합니다. 약자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세력도 결국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올바른 견해를 지향하는 강한 개인의 연대입니다.
유시민이 여의도에 없어도 이런 우리 사이의 생각의 공유, 가치의 나눔, 그리고 따뜻한 연대를 이어가야 할 겁니다.
유시민 의원님, 저는 언젠가 다시 또 다른 길목에서 의원님과 만날 겁니다. 그 때가 언제가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까운 미래일 수도 있고, 좀더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르죠. 그러나 언제가 되더라도, 의원님이 다시 후원회를 열면,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클릭을 하고 은행 창구로 걸어갈테죠. 그 시간이 빨리 오길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