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제의에 유불리도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거부를 밝힌 한나라당, 이들의 생각은 참으로 단순하다.
이들은 대통령이 제시하는 의제엔 무조건 말려들지 않는게 최상이라는 원칙(?)만 있을 뿐, 시대적으로 무엇을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 그러니 맨날 노무현 입만 쳐다 보면서 뒤만 쫒아 다니게 되는 것이다.
'새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지만 구시대의 막내노릇을 할 수 밖에 없다'던 노통, 87년체체를 반드시 극복해 내겠다는 일관된 소신과 각오가 원포인트 개헌이라는 합법적인 대통령의 개헌 발의로 이어졌을 뿐이다. 여기에 무슨 꼼수가 있고 정략적 의도가 있단 말인가.
새시대의 맏형이 될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는데 현재의 지지율만 보아선 버선발로 뛰어 나와 반겨도 시원찮을 것 같은 한나라당이,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거부노선을 그어 놓았다고 하니 두려운게 뭔지 당최 모르겠다.
대연정 제안 당시에도 무조건 거부로 일관했던 박근혜 전 대표는 이번 개헌 제의엔 '나쁜 대통령'이란 카드를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의 입장에선 나쁘기도 할 것이다. 지지율이 이명박에게 한참 밀리는 상황만도 미칠 노릇인데 '4년 연임 대통령제'라니 이번에 안되면 8년을 어찌 기다리란 말인가, 열불이 날 만도 하다.
그러나 이것 저것 계산하느라 상대적으로 느긋한 대응을 보이는 이명박만 보아도 누구들이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지는 빤히 보이는거 아닌가.
그러나 어쩌냐.
"대한민국의 미래와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불합리한 제도는 고쳐서 합리적인 제도 위에서 다음 정부가 출범하여 보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책임있게 국정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 말씀에 이의를 달 명분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 설령 대통령의 제안에 정국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미가 있다해도 누구를 위해 나쁘다는 말인가.
집권 1년은 흔들기, 집권 2~3년차엔 버티기, 집권 4~5년차엔 무시하고 뒷방 취급하기, 대략 대통령 5년 단임제의 집권수순이 그러하지 않았던가.
중장기적인 국가비전과 정책의 일관성이 먹힐 여지가 없으니 5년 내내 흔들고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진저리나는 대결 정치가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개헌이 되어 이 판을 바꾸면 다음 4년을 맡게 될 대표선수는 국정을 운영할 강력한 주도권을 쥐게 된다. 그렇다면 국민들도 일희일비 않고 좀 더 여유있게 국정에 대한 신뢰를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 4년을 더 집권하기 위해선 지금처럼 대충 일하고 대충 몰려다니면서 든든한 줄이나 찾으러 다니는 한량정치도 사라질 것이다. 열심히 일하지 아니하는 자, 퇴출 당하지 않을 수 없는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이래저래 국민에겐 나쁠 것이 없다. 나쁘기는 커녕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이제 우리 정치도 좀 더 합리적인 조건에서 안정적인 정책을 펼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 때가 되었다. 새 시대를 여는 첫 단추,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에 적극 찬성하는 바이다.
'만일' 개헌이 되고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고 국민신임을 얻어서 4년을 더 집권하게 된다면, 멍석 깔아주고 배아플건 우린데 왜 집권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정당이 무조건 싫다 손사래를 치는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은 좀 더 자신감과 책임감있는 자세로 87년 체제극복 과제를 당당하게 고민해 주기 바란다. 집권하려면 뭔가 신뢰를 보여줘야 할 것이 아닌가. 어떻게 맨날 날로만 먹자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