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광우병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움직임을 소고기 수입 완전개방에 대한 사안별 반대냐, 탄핵을 포함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완전 비토냐, 내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명박 정권 두달의 결과가 광우병 논란으로 폭발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수권능력 부재를 확인하는 데 고작 두달이라니 선택한 국민이나 정권관계자들이나 막막하긴 매한가지일 것 같군요. 대통령 지지도는 35%까지 곤두박질쳤답니다.
인수위의 뻘짓부터 시작해 고소영 강부자 내각과 청와대에 이어 정치권의 비례대표 쩐파문은 시민의 선택에 대한 의심과 인내심에 흔들림을 가져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와중에 캠프데이비드 하룻밤 숙박료로 안전판 없는 미국소 즉시개방이라는 비싼 비용을 치루고도 '질 좋은 소고기 싸게 먹게되어 좋겠다'거나, '싫으면 안먹으면 된다'는 식의 대통령의 안이한 발언은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지요.
그리고 말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탄핵'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거의 이 단어에 알레르기 수준의 반응을 갖고 있는 저로서도 새삼 시민들의 반응을 복기해 볼 필요를 느꼈는 데 그만큼 이 정부가 하는 꼴을 두고만 볼 순 없다는 강력한 회초리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경제' 살린다기에 다른 거 다 눈감고 뽑아 줬더니만 하는 짓이 국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친기업, 친언론, 친부자, 친부시에만 매달리고 친국민은 없다는 데 분노가 폭발한 것이지요. 겨우 집권 두달만에요.
급속한 민심이반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판단한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실패(??)한 이유가 무수한 논쟁만 불러 일으키고 실제론 밀어부치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었다고 말입니다. 실제 노 대통령이 주도한 사회적 이슈가 좀 많았던 게 아니잖습니까. 그 과정에서 보수언론과 완전 척을 졌고 국민들은 합의하지 못하고 쌈박질만하는 정치권에 지쳐 등을 돌렸고 말입니다.
이명박은 이러한 참여정부의 국정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국민은 민주적 절차니 뭐니 말은 그래도 결국은 밀어부치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걸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삽질맨이니 불도저니 실컷 놀리고도 압도적 차이로 청와대로 보내준 국민들 아니었습니까.
그랬던 국민들이 왜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일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이명박은 똑같은데 왜 아니라고 하는 것일까 MB는 고민스러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고민해 봅니다. 무엇이 시민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일까요.
결과적으로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대선과 총선 승리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있지만, '그만하면 됐다 한 번 바꿔보자'는 의미가 더 강했던 것으로 판단합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 아닙니까.
국민들은 '정권 넘어가도 나빠질 것은 없다. 오히려 다른 방식과 목표의 국정운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치권에 이미 상식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말입니다.
그랬던 국민들이 새정부 집권 두달만에 정치권보다 먼저 봉기의 깃발을 들었습니다. 이건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현상인데요. 정치권과 언론이 '이 사람들 정말 왜 이래' 하는 사이에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반대를 곧장 행동으로 옮겨버린 것입니다. 정치권과의 연대도 없이 말입니다. 정치권과 시민과의 괴리감엔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요.
집회참가자들 대부분이 젊은 층과 여성이었다니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나요. 젊은 층의 탈정치, 무투표 현상을 사회연대를 잃어버린 행위라고 기성세대가 비판하는 사이에, 그들은 훌쩍 큰 모습으로 정국을 끌어가고 큰 의미의 집회를 자발적으로 주도하고 있습니다. 정말 무섭잖습니까.
결국은 니들끼리 노는 건 괜찮은데 국민의 자유를 핍박하고 삶의 질을 무시하는 정치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것입니다. 그동안 그들이 정치로부터 무관한 듯 보였다면, 정치인들만의 리그에 들러리 서진 않겠다는 강한 자존감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곱씹어 보게 됩니다. 민심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사실입니다. 바꾸는 게 낫다고 판단한 국민이 이 정권과 기존 정치판에 벌써 절망하고 들썩이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시민광장은 대중이 먼저 주도하고 있는 정국에 시민광장 깃발을 들고 갈 것인가, 머릿수 채울 것인가, 택일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건강한 욕망을 담아낼 수 있는 진정한 대안세력'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통감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국민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필요로할 것이란 가능성이 빨리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면서도 아직은 기다림의 시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그날은 반드시 온다'는 확신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지 않습니까. 그러니 너무 사생결단 마세요.^^
기꺼이 시민들 흐름에 동참하시고 연휴 잘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