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8일 MBC 9시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
쇠고기 협상의 진실... 다음 아고라 [펌]
"수입중단 방침, 이만하면 됐다"는 조선
[아침신문 솎아보기] 광우병 쇠고기 공안정국 논란… 경향, "조중동 보수 신문도 아니다" 비판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7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땐 즉각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표출을 '괴담'이라 치부하던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듯하다.
그러나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성난 민심에 밀려 위기를 일시적으로 모면해 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 쇠고기 협상에 따르면 한국은 광우병 발생을 이유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협상 당사자인 미국이 "재협상이나 합의 내용 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가능성을 일축한 상태다. 무엇보다 대통령 스스로 이번 협상이 졸속 협상임을 인정한 셈이 되어 신뢰 회복을 하기엔 '사후 약방문'도 되지 못한다는 평이다.
7일 국회에서 '쇠고기 청문회'가 열렸으나 정부가 '괴담'이다 '오해'다 했던 국민의 의구심은 명쾌히 해결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 누구도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한편 검경이 "광우병 괴담 유포와 불법집회를 주동한 이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유신시대, 5공시대를 떠올리는 '광우병 공안정국'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거센 '광우병' 파고 한 가운데 정치권과 보수신문은 '10대'들이 불순 정치세력이 오염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되려 '10대', 그 중에도 '10대 소녀'들이 한국사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 칼럼이 눈길을 끈다.
다음은 8일자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 아침신문 1면 머릿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졸속협상' 자인한 셈>
국민일보 <건강위협 단호조치/ 광우병 땐 수입중단>
동아일보 <"국민건강 위협받으면 쇠고기 수입 즉각중단">
서울신문 <MB "건강 위협땐 수입 중단">
세계일보 <"미 광우병 발생땐 즉각 수입중단">
조선일보<"미서 광우병 발생하면 수입 중단">
중앙일보 <"김용선 교수도 미국 쇠고기 즐겨 먹는다">
한겨레 <한-미 합의 뒤집어 통상마찰 우려>
한국일보 <당정 '쇠고기 재협상' 혼선>
"'수입중단' 카드, 실효성 없는 임기응변"
이 대통령의 '수입 중단' 발언과 관련 경향신문은 8일 자에 "수그러들지 않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며 "성난 민심을 괴담이라고 비판하던 여권이 쇠고기 협상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협상대로 수입을 재개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담고 있어 상황 타개용 임기응변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3면 <'괴담' 탓하다 반대여론 커지자 한 발 물러서>)
실제 이러한 발언이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짙다. 정부가 이 같은 방침을 실천하기 위해선, 지난달 18일 타결된 한미간 쇠고기 수입 재개 합의문을 부분적으로 파기해야한다. 현재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지위를 낮추지 않는한 한국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향은 "우리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을 이유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면 미국과 통상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고,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로 우리 정부가 독자적인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허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3면 <일방적 발표… 국제사회 비판 우려>)
한겨레도 <한-미 합의 뒤집어 통상마찰 우려>에서 "정부 방침은 재협상을 통한 검역주권 확보 등 근본적 해결책 대신 실효성 없는 정치적 선언으로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광우병 논란으로 결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 반대 국민대책회의'도 "졸속 타결된 협상문을 그대로 두고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성난 민심을 일시적으로 모면하려는 것"이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한겨레 8일자)
▲한겨레 8일자 1면
"이만하면 됐다"는 조선, 동아
이런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8일자 사설을 통해 "이만하면 됐다"고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 조선은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지난 4월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와 배치되는 것으로 실제 통상 마찰을 부를 소지가 크다"면서도 "우리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광우병 논란은 이제 끝낼 때가 됐다"는 모순된 논리를 폈다. 대책이 실효성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일단 광범위하게 퍼진 현실로서 불안과 혼란은 수습하고 보자는 얘기다.
▲조선일보 8일자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을 통해 "이 대통령이 미국과의 통상 마찰까지 각오하고 국민 건강에 최우선을 두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근본 대책으로서의 실효성에 대해선 침묵했다. 동아는 되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대로 떨어진 것을 광우병 선동 세력이나 과거 정권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며 지지율 급락의 원인은 '인사 실패'로 보고 "국정 쇄신책을 마련해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사회적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조직적인 저항에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취임 두 달 반 만에 쇄신책 찾아야 할 이 대통령>)
중앙, "김용선 교수도 미 쇠고기 즐겨 먹는다"
중앙일보는 8일자 1면에 <"김용선 교수도 미국 쇠고기 즐겨 먹는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인 광우병 취약'하다는 논문을 냈던 김용선 교수의 핀란드 헬싱키 현지 인터뷰를 실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직접 인터뷰가 아닌 그와 동행한 윤대원 한림대 이사장의 인터뷰였고, 제목도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8일자 1면
중앙은 윤 이사장의 말을 통해 "김 교수의 논문이 일부 미디어에 의해 부풀려졌고, 이를 다시 정치권이 마녀사냥 식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광우병 논란이 미국산 쇠고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이는 정치적인 이유이고 실제 문제는 유럽산 쇠고기이다", "김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 이 정도면 김 교수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알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등의 주장을 폈다.
중앙은 윤 교수의 말을 인용해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드러난 미국 소는 세 마리에 불과한데다 이들 모두 미국 밖에서 감염됐다"는 말도 전했는데, 실제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드러난 '소'가 아닌 '사람' 3명으로, 이 중 2사람이 해외에서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어서, 기본 사실 확인 없이 인터뷰를 그대로 전제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 김 교수도 함께 만났으나 할말이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고 전했다.
쇠고기 협상 타결 전후 무슨 일이?
광우병 쇠고기 반발 여론에 비판적인 조선이 8일자 A3면에 <한미정상 만나기 16시간 전 워싱턴서 긴급회의/ 3시간 뒤에 서울서 "협상 타결됐다"전격 발표>에서 지난 4월 쇠고기 협상 타결이 발표되기 전후의 상황을 상세히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4월 11일 쇠고기 협상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동물성 사료 제한 조치를 더 강화하지 않으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하기 11시간 전에 협상이 타결됐고, 합의 내용은 당초 우리 쪽 입장을 대폭 양보한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방미 중이던 대통령이 17일 자정 무렵 유명환 외교부 장관, 김중수 청와대 경제수석 등 수행원들을 불러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 대통령이 다음날 오전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 전에 쇠고기 협상이 타결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협상 중인 사안들을 일일이 점검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이날 오후 6시(한국시각 18일) 협상이 타결됐다는 발표가 났다. 이는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11시간 전이었다. 조선은 "이런 정황은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쇠고기 협상을 타결하려고 한국 정부가 양보했다는 추측을 낳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 "보수 언론 자격도 없다" '조중동' 직접 비판
경향은 이날 사설 <'보수'의 칭호가 부끄러운 언론>에서 "이번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과 관련해 이들 신문에게 붙여진 이른바 보수 언론의 호칭은 바뀌어야 한다"며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을 직접 거론해 비판했다.
▲경향신문 8일자 사설
경향은 "수년 전만해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광우병 우려'를 강조했고, 심지어 동아일보는 불과 1년 전 한국인의 광우병 취약 학설을 소개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지금 이순간 이런 우려들을 '반미·반정부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불과 1년 전의 사실이 지금 괴담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그 불가피한 사연을 털어놓아야 언론의 존재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들이 뱉었던 말을 잊어버리고 뒤집는 후아무치를 어찌 보수라 일컬을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쇠고기 공안정국' 오나
검찰과 경찰이 광우병과 관련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괴담에 대해 수사에 나서면서 현 정부의 위기관리 대처가 유신 5공시절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검이 7일 임채진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민생침해사범 전담 부장검사회의를 열고 광우병 등 5대 인터넷 괴담을 악의적 조직적으로 유포할 경우 국가정책에 대한 불신과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테러로 규정해 엄단키로 했다. 경찰은 또 일선교육현장에 대한 본격 수사 돌입. 휴교시위 등교거부 등 문자메시지를 받은 학교를 대상으로 현황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연석회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명백히 시대착오적인 과잉 수사", "정부와 경찰이 여론마저 폭압으로 통제하려 한다", "검경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사실과 법리를 왜곡해 국민을 범죄자로 몰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 3면 <경찰 '5·17 휴교 문자' 수사 착수>)
경향도 "유신·5공시절을 방불케하는 '쇠고기 공안정국'"(경향 10면)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경향은 사설(<유언비어 날조 유포죄 부활하겠다는 건가>)에서도 "과거 독재정권 시절 시국사범을 잡아넣는데 단골로 활용된 법 조항 중 하나가 유언비어 날조 유포죄였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사회일수록 유언비어가 활기를 띤다. '색출해서 족치면 된다'는 식의 권위주의시대 요법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8일자 10면
이어 "문제의 괴담에 허무맹랑한 내용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공권력 개입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향은 또 "가수 나훈아에 대한 괴담을 비롯해 인터넷 상에 숱한 괴담이 떠돌아도 가만히 있던 당국이 왜 유독 이번에만 범죄가 된다고 하는지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광우병 파동 가운데 '움직이는 10대 소녀' 주목
조선(사설<전교조, 선생님이라면 선생님답게 행동하라>), 중앙 (사설 <교사가 광우병 진실 제대로 가르쳐야>) 동아 (사설 <교육계와 학부모, 괴담 수렁에서 아이들 건져내야>) 등이 광우병 논란과 관련 10대 청소년들에 대해 정치적 노파심을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이번 광우병 촛불집회와 관련해 10대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각이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겨레 칼럼 '야! 한국사회' 에서 "이번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한국 10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소녀들이 먼저 움직였다"고 지적하고, "2008년 한국, 이들이 바로 희망이고, 이들의 꿈이 구현되면 한국에도 구원이 올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의 10대 소녀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런 피동적 대상이거나 아무 생각 없이 선동을 당해 움직이는 그런 존재는 결코 아니다. 10대 소녀와 20대 대학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하버마스가 지적한 개념으로 '소통', 그리고 최근 경제학에서 유행하는 '신뢰'라는 개념과 같이 20대가 가지고 있지 않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들에겐 냉소주의가 없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며 자신의 옆에 있는 또 다른 친구들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낸다. 이는 한국의 20대에게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는 현상이다.
어떻게 보면 유럽에서 얘기하는 '합리적 존재' 혹은 '시민적 주체'에 가장 가깝게 처음으로 등장한 집단이 바로 지금 한국의 10대 들일 것이다. 이들은 대화하고, 고민하며, 그 속에서 시민적 신뢰를 만들어 낸다. 이들의 지식은 느리더라도 '집단 진화'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협동 진화'의 가능성을 가진 존재가 바로 촛불 문화제에서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한국의 10대 소녀들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겨레 8일자 '야! 한국사회' -움직이는 10대 소녀, 어떻게 볼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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