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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는 좌파가 아니에요. 대한민국 국민일 뿐이에요.
대한민국 국민 | 2008-05-15 11:39:28 | 조회 7092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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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평상시에 엄마라는 호칭을 썼으니 딱히 바꾸진 않겠습니다. 엄마, 제가 쇠고기 문제로 시위에 나간다고 했을 때 말리셨죠. 그런데 가봤자 도움 안된다고, 시위 같은 데 뭐하러 가냐구요. 쇠고기 수입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안건이라구요.

 

저는 정말 가고 싶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도 그러하였고, 부모님이 허락을 안해도 간 아이들은 많았겠죠. 저도 가고 싶었지만, 걱정하실까 그게 조금은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거기다 제 나이가 고 3인지라, 대학에만도 민감한 상황에 그런데 가면 대학가는데 불리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셨죠.

 

글쎄요, 저는 달랐습니다. 제 친구들의 생각도 달랐습니다. 우리는 결국 청계천에서 모였고, 다른 어른들이 생각하는 문제아가 되었습니다. 쓰잘데기 없는 인터넷 여론에 휩싸여 일시적인 충동으로 시위에 나간 아이가 되었죠. 그 후로도 저와 제 친구들은 참여했습니다. 언제까지 일시적인 충동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요.

 

엄마는 조선일보 보시죠? 저도 신문을 보려고 했습니다. 나라에서, 학교에서, 신문에서 논술이 중요하다고 했으니까요. 요즘, 그나마 나이가 들었다고 머리에 무언가 찬 저로썬 신문을 보니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작년 기사 기억하시나요? 쇠고기 등뼈 한 조각 나왔다고 들고 일어났던 것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조선일보입니다. 그런데 또 아시나요? 이제는 소고기가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 또한 조선일보라는 사실이요. 저는 너무 불안합니다. 제 미래를 소고기 따위에 맡겨야 한다는게요.

 

오늘도 학교에서 급식이 나왔습니다. AI의 위험으로 학교에선 닭고기가 더이상 나오지 않아요. 대신 친구들과 저는 소고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밥을 먹고 있습니다. 고기 하나만 나와도 먹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렇다 할 약속도 해주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제가 학교에서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고민되는군요.

 

▲ 조선일보 구내식당 벽면에 붙어 있던 호주산 쇠고기 원산지 증명서들.

 

비단 저에게는 소고기만 문제가 되는게 아니랍니다. 의료보험 민영화, 수도 민영화, 대운하, 종량제, 역사 삭제. 일부 언론인지 아니면 진실인지 괴담이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괴담이라고 믿고 싶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학교에서 뭔가 배운 저로써는 민영화가 너무나 걱정이 되고, 대운하 때문에 파괴될 우리나라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우리나라의 정보 수준을 올린 인터넷 종량제를 보니 막막하고, 역사 삭제를 생각하니 가슴에서 울분이 올라옵니다.

 

저요. 대학가야 합니다. 대학가서 취직 잘해서 잘 살고 싶어요. 그래서 부모님과 더 즐겁게 서로 사랑하며 잘 살고 싶었어요. 하지만 현실이 그럴 수 있는게 아니라 슬픕니다. 제가 언제 죽을지 몰라야 한다는, 죽음을 예약 한다는 그 사실이 너무 너무 두려웠습니다. 엄마는 이명박 대통령님에 반대하고, 한겨레 신문을 본다는게 좌파, 운동권으로 간다고 생각하셨겠지요.

 

제가 사상을 바꿨다 생각하시어 불안해 하셨겠지요. 하지만, 엄마. 저는 사회의 회색 분자 인지도 모릅니다. 아직 어려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그 무언가는 사상이 아니란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배웠고, 국민의 권리를 배웠고, 또 제가 그 국민이라는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국민이란 이름 아래 저는 우리나라를 걱정했을 뿐입니다. 전 단지 개인주의를 실천하는 한 사람으로써, 스스로 저의 가족만을 생각했을 때 소고기로 인한 두려움이 너무나도 컸기에 말입니다. 다른 것들의 두려움이 너무 컸기에 말이에요. 그래서 반대했을 뿐입니다. 그게 우연히도, 엄마께서 좌빨이라 지칭하시는 그 분들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배운게 아니라는 거지요.

 

글쎄요. 엄마께서 모르시는 건지 제가 젊은 혈기에 이러는 건지 몰라도 저는 그냥 안쓰럽습니다. 신문만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엄마를 보면, 아직 한참 어린 자식으로써 이러면 안된다고는 배웠습니다만,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저는 아직 제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으로써, 국민의 권리를 지키고 싶었고 보호받고 싶었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시위에 나갈 생각입니다. 엄마께서 반대하셔도, 몰래라도, 다는 못하더라도 한 번은 나갈 생각입니다. 고3이라는 환경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조금 배웠다는 이름 하에, 우리나라가 너무 답답해서, 그래서 힘들고 대학이라는 더 큰 관문 아래 나라 일에 참여할 수 없고 고민해야 한다는 그 현실이 우울해서 그래서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단지 우리나라의 국민일 뿐이고, 저 자신을 생각하는 단순한 사람일 뿐입니다.

     

국민, 촛불시위, 학생
덧글쓰기 | 전체글 2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노지심  

대2 제 딸도 열심이 나가는 듯 합니다. 화이팅입니다.
08-05-15

대구천사  

국민 건강을 말하는데
`친북좌파`로 몰아세우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건지...
마치 언론이 20년은 후퇴한 듯 하네요...
0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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