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변화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분당은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입으로는 정체도 없는 통합론을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 분열을 향해 가속도를 내는 현상은 국민일반이 납득하기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왜 그들은 통합을 말하면서 분열하는 것일까요?
근원적인 이유는 서로 너무나 다른 정체성 때문입니다.
처음 열린우리당이 창당할 때 이미 함께 당을 꾸리기에 부적합한 사람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집권당의 일원으로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후보를 반대하던 후단협이 대거 참여한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그들의 속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결국 열린우리당에 참여를 했지만 그들에게는 예상되는 이익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역주의적 철통지지층의 이탈은 뼈아픈 손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속히 서로 갈라지는 것 밖에 길이 없게 된 상황입니다. 유사한 정체성을 가졌다면 통합을 하건 신당을 추진하건 단일한 대오를 형성할 끈이 되어 줄 테지만 서로의 정체성이 다름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통합은 이미 물건너 갔다고 판단됩니다.
다음으로 인기없는 대통령과 차별화를 통해서 정치적으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입니다.
노무현 때리기가 이미 국민스포츠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이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당연히 차별화를 해야 살아남을 것이라는 절박감이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런 차별화를 추구하는 것에도 일정한 명분이 필요합니다. 수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욕하지만 그렇다고 여당의원들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는 일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배신자로 낙인이 찍힐 뿐입니다. 그래서 통합이라는 명분이 필요한 것이죠.
말하자면 헤어지는 것에 핑계를 찾고 있는 과정입니다.
국민이 보기에 명분이 없는 정치인들의 행보는 곧장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고의 지지율로 곧 대통령에 당선될 것같던 정치인들이 결과적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고 정치의 중심에서 멀어진 예는 적지 않습니다. 박찬종이 경선을 거부하고 탈당후 신당을 만들어서 대선에 출마했다 참담한 실패를 경험한 후 국민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으며, 이인제가 경선패배후 탈당해서 역시 마찬가지의 과정을 두번이나 겪었습니다. 결국 그럴싸한 핑계거리가 없으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의 정치인들이 각기 다른 계산을 하고 다른 길을 가면서도 한 목소리처럼 대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할 그럴싸한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에게 배신자로 낙인이 찍히면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피할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정계에 남아 있는 것이 목표라면 통합이라는 정도의 명분만 가지고도 그럭저럭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다시 지역구도의 복원만 이루어져도 현역의원의 입지는 상당히 강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꿈꾸거나 적어도 야당의 지도자를 꿈꾸는 경우라면 그런 정도의 명분으로는 어렵습니다. 열린우리당을 깨면 과거 민주당을 깨던 일까지 원죄로 작용할 것이고 스스로 민주당의 분당에 대한 책임을 다시 걸머지는 상황이 되고 마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충분한 명분이 필요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열린우리당의 사수파가 극렬히 저항하여 어쩔 수 없이 탈당이나 분당을 선택한 것으로 국민에게 보여야 할 필요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과거 민주당의 분당과정을 보면 거의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당으로서 부정부패로 얼룩진 이미지를 벗어나야 할 필요성이 절박했고,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려는 일부 정치인의 의도가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개혁을 위한 새로운 모습의 당을 만들려는 것으로 포장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구당권파의 저항은 극심하고, 머리채 사건과 난닝구 사건이 터지면서 명분을 확보했던 것입니다. 물론 기간당원제와 상향식 정당, 지역구도를 극복하는 국민통합등 국민에게 그럴싸한 추가적 명분을 제시하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나름의 명분을 충분히 확보하고 창당된 열린우리당이지만 좀처럼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탄핵역풍이 아니었다면 군소여당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 만큼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서 뿌리깊은 정당이 되어가는 과정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나눠먹을 이권도 없고, 공천권도 가지지 않은 대통령과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면서 서로 맞지않는 정체성을 부대끼며 견딜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헤어질 명분을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여당의원들이 기간당원제와 그것을 고수하는 사수파를 비판하고 그들의 고집스러움을 명분삼아 헤어지려고 했습니다. 정동영 전 당의장이 중앙위원회가 기간당원제를 폐지하기 전까지 기간당원제를 비판하며 중앙위원회를 압박한 것도 일종의 명분찾기로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참정연을 설득하여 기간당원제를 양보하고 나니 이제는 그것이 본질이 아니고 소수의 모험주의자나 고립주의자와 함께 갈 수는 없다고 비판을 가합니다. 그 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지속적으로 적을 만들고 분열을 가속화 한다고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당의 해체와 대통합을 결의하는 전당대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합니다. 결국 특별한 명분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중앙위원회가 기간당원제 폐지를 의결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훌륭한 탈당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없으니 탈당도 쉽게 결행하지 못하고 다시 전당대회까지 기다려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복잡한 계산이 작용하고 있지만 간단히 보면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노무현과의 차별화와 그것을 위한 명분쌓기의 과정에 불과합니다. 다만 명분을 안주려는 노력과 명분을 찾으려는 노력이 지금의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낳고 있을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언젠가는 명분을 찾아서 헤어질 것이고 명분이 없다면 만들어서 헤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사람들은 누구나 통합을 말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사수파와 중도파의 일부는 소수당이 된 열린우리당을 고쳐서 다시 정치를 할 것이고, 탈당파는 두개의 중요한 갈래로 나뉠 것입니다. 정동영계와 김근태계가 각기 갈라져서 당을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세갈레의 분열이 주된 흐름을 이룰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김근태계가 남고 사수파가 쫓겨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나뉜 세갈레에 속하지 않는 의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는 한나라당으로 가고, 일부는 민주당으로 가고, 또 일부는 민주노동당으로 가거나 남아서 초미니 정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지만 대세는 세갈레로 나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국은 찣어질 것인데 통합을 말하고 또 명분을 만들고 그런 복잡한 계산을 할 수 밖에 없는 정치인들이 불쌍하고 안쓰러운 생각마져 듭니다.
그렇게 복잡하게 계산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정도를 추구하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정도는 바로 참여한 당원들과 국민에게 약속한 것들이 진심이었어야 하고 그 것을 자신의 정치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킬 의지가 있었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당원이 주인되는 상향식 정당",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당" 같은 주요명분이 진실한 것이었고, 정치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키려고 했다면 장차 100년가는 정당이 실현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진실성이 결여된 슬로건에 불과한 것을 명분삼아 창당된 정당이 추후에라도 그것을 진실로 추구한 바가 없기 때문에 사분오열을 피할 수 없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결국 민주당에서 탈당했던 사람들 중에 지지율이 낮은 열린우리당을 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속이고 당원을 속인 것입니다. 특히 민주당 탈당파는 민주당의 분당책임을 피할 길이 없어 졌습니다. 정중히 민주당측에 사과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 후 민주당에 복당하는 것이 그나마 남은 도리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창당의 명분을 버리는 것은 창당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는 행위이고 그것은 민주당의 탈당이 또한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