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대화를 나눌 일이 가끔 있다.
물론 우리 국민의 대부분이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쉽지않은 문제다. 사실 딱히 지적을 하자면 잘못한 일이 없지는 않다. 문제는 내 생각에 잘못이 아닌 것을 잘못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정확히 잘못의 실체를 알고 비판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경제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말한다. 과거 우리가 저개발 국가였던 시기에 년간 성장률이 10%를 넘어가던 것에 비교를 해서 지금의 성장률이 형편 없다고 평가 절하한다. 성장률이 낮아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그것이 대통령의 좌파적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반론을 한다. 이제 우리가 소득 20,000불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의 성장률이 비교적 선진국들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또 집권 초기에 비하여 수출이 2배로 성장하였다. 주가도 상당히 높아졌다. 실업률도 선진국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물가도 안정되었다. 내수가 어려운 것은 서민들의 소비 여력이 없어서 소비에 참여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현정부는 오히려 우파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판을 하려면 오히려 좌파가 하는 것이 옳다. 좌파적 분배정책을 했다고 비판할 일이 아니라 그것을 못한 것이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다.
민생
그러면 수치상의 것은 인정하더라도 서민들이 왜 이렇게 어렵게 되었느냐? 택시도 손님이 없고, 재래시장은 장사가 안되서 임차료도 못내고, 동네슈퍼는 파리를 날리고 있다. 대리운전도 장사가 안되고, 미용실도 장사가 안된다. 심지어 화장품 가게도 장사가안된다.
정부가 무슨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왜 못하느냐? 오히려 접대나 향락문화를 축소하는 정책으로 그런 일에 종사하거나 주변에서 벌어먹는 사람들의 형편만 어려워졌다.
앞의 것과는 상호 모순되는 지적이다. 사실 서민들의 생활이 어렵지 않았던 정권은 없었다. 말로는 서민을 위하지 않은 정권이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한 서민들은 어려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세월이 갈수록 점점 심화될 뿐이다.
그래서 정부가 서민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해야한다. 그러려면 고소득자들의 세금부담이 훨씬 늘어나야 한다. 서구의 복지 국가는 세율이 너무높고 복지가 과도한 상태이니 우경화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우리는 복지가 대단히 빈약해서 오히려 강화되어야 할 형편이다.
점점 소비자의 취향이 고급화와 대형화의 추세로 가고 있기 때문에 서민들이 하는 장사는 안될 수 밖에 없고, 그런 현상은 점점 심화될 것이다. 향락과 접대는 우리 사회를 저급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고 그 안에서 약자가 착취를 당하는 구조인데 그런 부도덕한 일을 정부가 권장할 수는 없지 않느냐? 결국 그런 쪽으로 흐르는 돈과 인력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옳은 것 아니겠느냐? 이런 정도면 대강 수긍들을 합니다.
부동산
그리고 나서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놓습니다. 집값을 잡는다고 맨날 허풍을 치더니 지금 이꼴이 뭐냐? 서민들이 평생을 벌어도 집을 사기는 다 틀렸다. 그거 모두 노무현이 의지가 없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니냐? 아뭏튼 노무현이 부동산정책으로 서민들의 꿈을 모두 날려 버렸다. 삶의 희망이 없어져 버렸다. 이거 어떻게 할거냐?
참 난감한 지적입니다. 현정부 들어서 집값이 엄청난 속도로 올랐고, 가장 많은 대책을 내 놓았지만 결국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맞다. 정책의 강도나 시기의 조절에 실패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자율에 맞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이 문제에 관한한 주범이다. 부동산 처럼 특이한 것은 시장 자율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지난 정부에서 분양가를 자율화한 것은 거의 최종적인 정부의 수단을 놓아버린 일이어서 지금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하지만 서서히 그동안의 정책적 노력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정도면 대강 마무리가 된다.
정치
그런데 여전히 노무현은 믿지 못하겠다는 주장을 하면서 정치문제로 옮겨간다. 열린우리당이 사분오열되고 항상 불협화음을 만들어서 국민이 불안하다는 주장이다. 오죽 못하면 여당의원들이 대통령에게 그렇게 반발을 하겠느냐? 뭔가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것같다. 내용은 모르지만 다수의 정치인들이 대통령을 욕하고 있고, 언론도 매일 비판하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거 우리의 정치에서 가장 큰 병폐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느냐? 이렇게 반문을 던진다. 대부분 부정부패라고 대답한다. 맞다. 문민정부시절의 김현철비리나 지난 정부의 홍삼트리오의 비리가 왜 생겼는지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많은 자금을 모으고 그 돈으로 정치인들을 관리하며 이끌고 다녔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을 관리하는 수단은 돈과 공천권과 지역주의와 권력기관이다.
이런 수단을 하나도 가지지 않은 노무현이기에 따르는 정치인이 매우 드물고 각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을 매도하기도 하는 것이다. 부정부패로 돈을 모으고, 공천권이나 권력기관을 활용해서 협박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느냐? 오히려 국민들은 그렇게 관리되지 못하는 정치인들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정도의 수준이면 보통 수긍을 합니다.
말
마지막으로 공격하는 포인트는 바로 말입니다. 너무 함부러 말을 해서 권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품위가 없어 보인다. 언론이 공격하는 것도 그런 품위없는 행동 때문이다. 대통령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대통령의 품위는 곧 나라의 품위와 다를 바가 없다. 너무 가벼운 언사가 나라의 품위까지 떨어뜨렸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좀 무게있는 언동을 하는 것이 좋을 것같다.
대통령이 권위적인 모습으로 국민을 대하면 그것은 이미 대통령이 아니라 임금이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는 청지기여야한다. 국민위에 군림하는 대통령만 보던 국민에게 가벼워 보일 수도 있지만 당연히 권위주의는 허물어야 하는 것이다. 나라의 주권자는 국민이지 대통령이 아니다. 선진국의 대통령들을 보면 항상 국민에게 편하게 말하고 가벼운 화법을 사용한다. 권위는 스스로 무겁게 압제하는 데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수용하는 데에서 생기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말이 가벼웠는지 예를 들어봐라. 생각이 안난단다. 말이 문제될 것은 없다. 말만 가지고 평가를 하려드는 것은 다른 잘못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노무현이 싫어!"
이런 수준에서 대강 끝나고 나면 "그래도 나는 노무현이 싫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아뭏튼 노무현이 하는 일은 뭐든지 싫다는 것이다. 국익에 부합하는 일도 그가 하면 싫단다. 과연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 때문에 자신이 싫어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싫다는 것이다. 새삼 한나라당의 집권전략의 치밀함과 조중동문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잘못한 일이 없을 수는 없다.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근거를 가지고 논리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이 진정한 비판이다. 무조건 싫다는 것은 이미 비판이 아니다. 감정일 뿐이다. 그런 류의 대화를 나눌 때마다 참 맥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류의 사람들 중에 한 때 여당에 몸담았던 정치인들이 합류를 하는 꼴도 자주 보게될 것같다.
정말 짜증이 지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