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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여, 바람이 되어라
유학생수학도 | 2008-11-08 07:18:02 | 조회 4062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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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가서 세상을 새롭게 깨닫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 혹은 나라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에 새겨진 상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정통성 없는 권력들이 사람들에게 새겨놓은 강요된 나라사랑 또는 강제된 충성의 주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애국이라는 단어에서 군사독재 파시즘의 잔재를 연상하게 되었고, 그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제가 눈앞에서 본 장면들이 저의 이런 생각들을 요동치게 만듭니다.


오바마의 당선이 확정된 후, 이 학교 캠퍼스 주변에서는 놀라운 광경들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기획하지 않았고, 연출하지 않았던 학생들의 자발적이며 자생적인 축제가 시작된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지난 월드컵 때 경험했던 것과 똑같은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결정적으로 달랐던 것은, 이것이 축구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 선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국기를 흔들어대며, USA를 외쳐대는 이 미국의 젊은이들은 조금도 촌스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들의 축제에서 분명히 그들이 말하는 애국을 들었고 느꼈지만, 거기에서 파시즘이 남겨놓은 구김살과 상처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 젊은이들은 이 선거의 승리를 마치 그들 혁명의 성공처럼 대했고, 그들의 돌아온 조국을 기꺼이 환영하는듯 보였습니다. 적어도 제가 눈앞에서 본 젊은이들은 마치 전부 주술에라도 걸린듯이 소리높여 ‘Yes, we can’을 외쳤습니다.


이들의 이 축제를 바라보며, 물론 저는 초라한 조국의 모습이 떠올라 슬프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기꺼이 그들과 함께 어울릴수 없도록 하는 상처가 있었고, 그래서 또 외롭기도 했습니다. 부러운 마음도 컸습니다. 저만 그랬던 것은 아닐 겁니다. 많은 분들이 다음과 물었을 것입니다.

우리에겐 오바마가 없을까.

물론 저에게도 이 질문이 떠올랐지요.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이것은 방향이 잘못된 질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질문이 틀리면 답도 틀리게 됩니다.


선거가 끝나고 당선이 확정된 후, ‘헬로 시카고’로 시작되는 오바마의 가슴 떨리는 연설이 시작됩니다. 그 첫마디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If there is anyone out there who still doubts that America is a place where all things are possible; who still wonders if the dream of our founders is alive in our time; who still questions the power of our democracy, tonight is your answer.

 

미국이 모든 것이 가능한 국가라는데 회의를 가진 분이 있다면, 우리 건국 선조의 꿈이 우리 시대에 살아있다는 것을 의심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의 힘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이 바로 그 답입니다.

 

지난 세월 방황하던 미국인들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하나가 되어줄 수 있게 만드는, 언제고 다시 되돌아갈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오바마가 언급한 이 건국 선조들의 꿈. 우리에게 없는 것은 오바마 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와 비슷한 것들이 있던가요?

 

그가 말하는 이 건국 선조들 중 중요한 인물의 하나인 제임스 매디슨의 삶을 조금 살펴봅니다. 미국 헌법을 기초한 사람. 그 미국 헌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초 자료중 하나인 연방주의자 교서의 많은 부분을 작성한 사람. 초대 의회의 리더가 되어 자신이 설계한 정치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기여한 사람. 최초의 제정헌법이 가진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시 수정헌법의 최초 10개 조항을 입안한 사람. 독립선언을 기초한 토마스 제퍼슨과 함께 오늘날 미국 민주당의 기원이 된 민주공화당(Democratic–Republican Party)을 만든 사람. 미국의 제3대 대통령 제퍼슨 시기에는 국무부 장관을 맡고, 그 뒤를 이어 제4대 대통령이 된 사람. 오늘날 미국이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준 가장 중요한 설계자 중 한명입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오바마가 언급하는 건국의 선조들일 것입니다. 물론 그들 대다수가 노예소유주였으며, 그 시대의 한계 속에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었음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들이 남겨준 꿈과 비전이라는 유산의 빛이 바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독립선언의 유명한 구절을 다시 보게 됩니다.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이들이 말하던 ‘all men’- 모든 남자, 그것도 그들의 시대에는 여러 조건이 붙어 있었을 것이 틀림이 없던 이 단어 하나를, ‘모든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기까지 2세기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있고 그 혁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노예소유주들의 위선을 묻겠습니까? 아니면 그들의 선언 속에 담긴 원대한 비전을 보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미국의 역사이며, 이 도도한 흐름 속에 바로 링컨이 있고, 마틴 루터 킹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 속에서 이제 오바마라는 미국의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원대한 비전을 남겨준 선조들에게 감사하는 것, 그 나라의 리더라면 누구라도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다시 우리의 현실을 봅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방황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황을 시작했을때, 다시 바른 길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어디를 바라보며 누구에게 다시 길을 물을 수 있겠습니까? 어디에 그 지친 어깨를 기댈수 있을까 물어봅니다. 그것은 이승만의 길입니까? 아니면 그것은 박정희의 길입니까?

 


우리는 오바마가 하늘에서 떨어져주기를 기대하지 맙시다. 오바마를 보지 말고, 오바마가 자라나는 땅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바마가 아니라, 저 미국을 그 시작부터 떠받쳐주고 있는 원칙들입니다. 우리에겐 꿈을 가졌던 선조들이 남겨준 기댈 수 있는 원칙이 없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기꺼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묶어주고, 그 동력을 현실속의 정치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정당이 없으며, 지역마다 촘촘하게 잘 짜여진 정치제도를 통해 정치인을 훈련시키고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이런 땅에서 오바마같은 열매가 알아서 맺혀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너무나도 지독한 불성실함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지금 코리아에는 할 일이 많습니다.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남과 북을 함께 말하는 단어로 코리아를 쓰는 것입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코리아의 역사에 있어서 어제 오바마가 언급했던 그런 선조들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고, 아마도 그 시험의 때는 머지 않아 찾아올 것입니다. 이러한 기회는 역사에 있어, 모든 세대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선왕조 오백년에서도 창조적이었던 단 한 세대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며, 미국의 건국에 있어서도 가장 창조적이었던 한 세대만이 그 과업을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에 오는 사람들은 그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며, 그 길을 다듬고 넓히는 것 뿐입니다.


우리가 언젠가 먼훗날의 후손들이 언제고 다시 찾을 수 있는 창조적이었던 세대로 기억될지, 아니면 시대의 흐름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원망스런 조상들이 되어 그저 잊고 싶은 악몽이 될 것인지,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어쨌든 지금 코리아는 잠을 자고 있고, 침묵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애국이란 말에서 감추고 싶은 파시즘의 상처가 연상되는 나라가 아니기를 꿈꿔 봅니다. 젊은이들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구김살없는 애국을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이 역사의 과업을 실행하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언급되는 미국인들의 그 선조들처럼, 새 시대를 열었던 창조적인 세대가 되면 좋겠습니다.


현실이 어렵더라도 우리는 세상을 원망하며 저주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을 아끼고 키우며, 젊은이들을 깨워야 합니다. 바람이 없다고 가만히 앉아 있지 않도록 합시다. 바람이 없으면, 우리가 바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baram.jpg

 

     

젊음, 바람, 창조, 오바마
덧글쓰기 | 전체글 8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아랑아빠  

지금은 단지 부러울 뿐!
08-11-08

음..  

좋은 글입니다.
유학생수도님 같은 분들이 항상 깨여 있고 바람이 되어주셔야 합니다.^^
08-11-09

과천아줌마  

오바마의 당선이 이 땅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도 준비된 오바마가 있는데 시민들이 깨어나야 합니다.
08-11-10

대구천사  

오바마당선을 보며 희망을 가져 봅니다.
yes, we can!
08-11-10

나는  

울었다...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연설을 들으며

그리고 그 전

지난해 킨텍스에서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유시민 대통령 경선 후보의 선언을 들으며

울었다.

내가 울보라고?

천만에....


맹세코 말하건대

유시민의 진정성을 알고, 보고, 듣는 이가 울지 않는다면

그는 목석이거나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자이다.
08-11-10

참슬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지도자가 되어야합니다.

그것도 정직하게 사랑해야합니다.

그 조국은 부자들, 기득권층 만의 조국이아닌 우리 모두,

아니 오히려 비득권자들의 조국이어야한다.

노무현의 애국이 그랬고

오바마도 애국이 그렇고

유시민의 조국 사랑이 그것이라 생각합니다.
08-11-10

도덕세상  

제안은 씩씩하고 좋은데 성숙되지 못한 듯 한 내용은 아쉽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기댈만한 원칙이 없고, 가치를 공유하고 묶어서 하나될 수 있도록 키워주는 정당이 없다고 하는 지적은 사회 중심이 되는 세대로서는 신중해야 함을 잃은듯 합니다. 특히 파시즘에 관해서, 미국의 경우 도도한 흐름 속에서 원대한 비젼때문에 노예소유도 허물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그 세대를 부끄러운 상처로만 규정짓는 시각은 다른 세대와 아울러야 할 제안으로는 아쉽움을 느낍니다.

정신을 잃고 방황하던 미국인들이 다시 하나되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그 희망이 미국에만 있고 우리에게는 없다고요? 미국을 받침하고 있는 원칙이 우리에게는 없다고요? 다시 말하면, 우리 조상사에는 원칙이 없는 역사고 그래서 현재 우리 세대가 원칙을 지킬 줄 모르는 세대 라고요?

묻겠읍니다. 원대한 미국을 위해서는 대외 약한 나라에 가하는 무례와 무자비함과 같은 일들에 대해서도 역시 허물하지 말아야 합니까?

우리에게도 지켜온 원칙이 있었고 되돌아 가야할 지점이 있고, 계승시켜 가야 할 가치가 엄연히 있습니다. 지켜온 원칙이 없었다면 민족 역사가 없었을 거고, 돌아갈 지점이 없다면 지금 귀하의 한숨이 다를 것이고, 계승할 가치가 없다면 후손을 고민하지 않겠죠.

미국의 대통령이 많았는데 유독 오바마 한테만 긍정사를 붙여놓고 우리가 그것이 없다고 하는 것은 편협성이 아닐까요? 오바마가 아프리카에서 대통령이 되었다면 상황을 그렇게 읽어지지 않았겠죠. 그래서 귀하는 오바마가 아니라,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미국 사회를 그렇게 감탄하시는가 봅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달리 봅니다. 흑인이 미국사회에 기여한 공로에 비하면 "이제야"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도 오바마 같은 흐름이 있었지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업적 말입니다. 그러나 그 업적을 반대하는 힘은 누구였읍니까? 인화적 정의보다 물리적 평가에 노예가 된 세력이 변칙과 불법을 자행하고, 미국의 물리적 힘을 부러워 하며 원칙과 공정함을 거부하는 세력들입니다.

무엇보다도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원칙을 지키는 힘이지요. 그 힘의 원칙이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전통이고요. 귀하의 상처가 되는 파시즘은 그 전통과 원칙을 어기거나 바꾸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 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가 차려야 할 정신은 무엇일까요?
우리 역사속에도 그만한 원칙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 원칙을 찾아 다시 계승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그런 역사와 계승 가치를 부정하며 흐려놓는 파시즘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입니다.

남의 것을 부러워만 한다면 그것이 원망의 싹이 됩니다. 귀하의 말씀같이 어차피 큰 흐름 속에서 모든 세대가 공유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으로 지난날을 탓 할 것이 아니라, 탓 할 부분이 찾아 진다면 그 중심 세대가 고쳐 가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우리가 보충 해야 할 것이라고 사료 되기에 몇자 밝혔습니다.
08-11-10

허허  

실실....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시는데...

강조법의 테두리를 건드려서 뭐하요?

<..오바마를 보지 말고, 오바마가 자라나는 땅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바마가 아니라, 저 미국을 그 시작부터 떠받쳐주고 있는 원칙들입니다. >

요 말 아니겠수, 아(혹은 +가 )씨?
0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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