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오늘 대통령께서는 열린우리당 당적을 정리했습니다.
대통령의 입당원서를 받았던 당사자인 저는 지금 참담한 심정입니다.
2004년 5월 20일 대통령 초청 열린우리당 지도부 만찬의 자리였죠... 대통령의 입당은 청와대와 사전에 논의되거나 기획된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 채 입당원서를 준비해 만찬에 참여했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대통령의 덕담을 기회 삼아 건너편의 대통령 자리로 가서 입당원서와 펜을 내밀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결례였습니다.
예전의 청와대였다면, 아무리 여당의 당의장이었다고 해도, 사전에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대통령 옆에 가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불쑥 내미는 행위는 제지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는 달랐고, 노무현 대통령도 달랐습니다.
이심전심이었을 것입니다. 분위기는 자연스러웠고, 대통령도 아무 말씀 없이 빙긋 웃으며 입당원서를 작성하셨죠... 만찬 후 저는 시내로 나와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세분의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당에서 임기 말 밀려나듯이 탈당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만큼은 그런 일이 결코 없으리라 확신했습니다. 대통령 스스로 만든 당도 아니었고, 대통령의 공과를 모두 떠안고 우리 스스로 책임질 것이니 들어오시라고 권유해서 입당한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임기 말이 되더라도 당에서 나가란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가서 당 일각으로부터 탈당 주장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대통령의 탈당이 책임정치의 원리를 위반하는 중대한 잘못임을 잘 알면서도 대통령을 탓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열린우리당의 일원으로서 대통령께 미안한 마음이 앞설 뿐입니다.
대통령의 탈당이라는 현실은 현실로서 받아들이겠습니다.
임기말 탈당이라는 잘못된 관행은 사실 단임제 대통령의 비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젠 대통령의 의지에 기댈 것이 아닌 연임제 개헌을 통해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저는 연임제 개헌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통령이 되어보겠다는 사람들이 무조건 대통령이 되고 보자는 욕심이 아니라 나라를 잘 이끌겠다는 책임감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라면, 임기말 대통령의 탈당사태의 폐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연임제 개헌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개헌안을 발의해주시길 바랍니다. 국회에서 합리적인 결론이 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이제 대통령께서 열린우리당의 당원은 아닐지라도 열린우리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지켜나갈 책무는 여전히 남아있을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아무리 탈당했다고 해도 한나라당이나 민주노동당의 정강정책을 수행하실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한반도 평화와 번영, 동반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그 핵심으로 하는 평화와 복지정책의 기조를 흔들림 없이 지켜 주시길 바랍니다. 한나라당에게나 어울리는 신자유주의적 정책, 그 폐해에 대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경각심을 놓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청합니다.
시장개방은 양극화 현상을 필연적으로 심화시킨다는 점을 대통령께서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은 한미FTA 협상에 있어서도, 준비된 개방으로 국익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타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대통령께 요청을 드리면서도 한편으론 부끄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사학법을 재개정하겠다, 출총제를 완화하겠다’는 요즘 우리당의 이상기류 속에서 대통령에게만 개혁 기조를 지켜달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 송구스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에는 아직 개혁정신과 창당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 많은 동지들이 있고, 그 일원으로서 저 역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대통령께서도 역사의 큰 길에서 다시 어깨를 같이 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언제나 개혁의 큰 길에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대통령도 언제나 이 길에 서 있다는 믿음으로 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깨를 같이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2007. 2. 28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신 기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