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수필(문학) [隨筆, essay, 에세이]브리태니커
하나의 주제를 평이하고 간단하게 쓴 문학적인 글. 보통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를 쓴다.
이틀 전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에 보니 『후불제 민주주의』의 북리뷰가 4개 있더라. 1개는 비난을 위한 비난 같은 서평이었고, 그나마 나머지 3개도 간단한 책 소개 정도일 뿐이어서 시민광장에 올라오는 리뷰 정도의 글이 없음이 아쉬웠다. 비난을 위한 비난 글에 몹시 기분이 상하여 댓글이라도 달려고 했더니 다시 또 뭔가에 가입을 하라 해서 귀차니즘을 무릅 쓰고 가입을 시도했었는데 닉네임 생각하다가 업무가 바빠져서 내가 하던 일을 잊어버렸다.(지금 생각났다. 이런!)
자칭 '지식 소매상'이라면서 짜집기 글만 쓰냐고 하질 않나, 돈 주고 사기 아깝니 뭐니 악평이던데 참으로 '악플' 쟁이는 어디에나 있나보다. 참, 그러고 보니 예전에 '*극물'이라 평하던 보수 언론에 대해 이 책에서는 '알바 언론/악플 언론'이란 이쁜 이름을 달아주셨더라.^^
지식을 파는 소매상이라면, 연구하는 학자도 아닌데 무슨 이론이 든 논문을 발표할 것도 아니고, 그저 나의 지식이나 남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팔면 되는 거 아닌가? 소비자가 원하는 것 가공해서 파는데 뭐가 어때서? 질투는 너의 힘인가? 게다가 이번 책은 '에세이'란 형식을 빌어서 쓴 거라고. 작가의 경험과 견해를 쉽고 간단하게 풀어놓은 거라고. (그 악플 리뷰어에게 하는 말. ※ 사실 뒷부분 서너 꼭지를 덜 읽은 상태에서 이 글을 쓴 건데 마지막에 '지식소매상'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있었다. 다행히 내가 생각한 뜻과 별 차이가 없었다.^^)
제목에 들어있는 '민주주의'니 '헌법'이니 하는 단어들은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나는 '에세이'라는 가벼움에 기대어 책을 읽었다. 작가의 경험과 당시의 그리고 현재의 정서나 심리 상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공감을 하려는 쪽에 치중했다. 내용 중에는 그간 여러 강연과 인터뷰 등에서 나왔던 것이 많았기에 알져지지 않았던 비화와 깜짝 고백 등에 감동을 받게 되었다.
무슨 에세이를 줄 그어가며 읽느냐고 옆 사람이 놀리든 말든 나는 색연필 하나 들고 줄을 쳐가며 책을 읽어 나갔다. 가끔 여백에 'ㅋㅋ, ㅎㅎ, 헉! 똑바로 해!' 이런 표시도 하고 위 사진에 나온 것처럼 몇 마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솔직히 『대한민국 개조론』은 순서대로 다 읽지 못했었다. 관심 많은 주제를 찾아서 골라 읽었었는데(다 읽기 전에 그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로 줬는지 어느 순간 책이 없어져 버려서 이번에 또 샀다) 『후불제 민주주의』는 앞에서 순서대로 읽어 나갔다. 하나의 주제가 끝나면 다음 주제가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재미있게 술술 읽혀 나가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이 책을 이 명박 대통령 이하 장관들, 그리고 한나라당 족속들도 읽어보면 참 좋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 명박 대통령과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해서는 노골적이고 신랄한 표현이 몇 군데 있으니 두 분이 꼭 책을 읽고 개념을 챙겨보시길 바라는 바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 장사를 권한다면 『이 명박 정부의 문명 역주행』 혹은 『MB 정권, '헌법'이라고 들어봤니?』 정도가 되겠다. 그랬다면 완전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요주의 인물로 찍히지 않았을까?^^
진솔한 이야기
책을 보면서 꽤 놀라웠으며 감동을 느꼈던 두 가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7년 대선 예비후보 경선 과정 중에 나온 선언이었던 "18대 총선에 대구에서 출마하겠다"는 발상이 사실은 이미 2005년 4월에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당의장 선거를 치르면서 당에서는 당헌.당규를 고쳤고, 유시민은 참 많은 상처를 입었었는데 그 과정과 그 이후의 당 모습을 보면서 이미 열린우리당의 몰락을 예감하였고, 더 이상 국회 의원 할 일도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해서 공직자로서 국민을 위해 뭔가 자부심 가질 수 있는 일을 해놓고 싶어서 본인이 직접 노 전 대통령에게 요청을 했다는 것. 곧 당으로 복귀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후임으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말씀드려서 승낙을 받고 준비를 차근차근 하게 되었다는 비화이다. 대통령의 장관 지명 발표 후 당 안팎의 임명 반대 논란과 '절대 부적격자' 유시민의 청문회 등등 그 다음 일은 알려진 일이니 생략한다.
참 대단한 두 분이다. 유시민과 노무현 전 대통령.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소신있게 강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만큼 서로를 신뢰했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이어지는 '시대적 과제물/뜨거운 감자/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멍텅구리배'와 같았던 '국민연금개혁'을 위한 일련의 과정을 읽으면서 난 '대장정'이 따로 없구나 싶었다. 그 대장정을 유시민은 이렇게 술회했다.
국민연금법을 개정하고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해 300만 명의 가난한 어르신들에게 작은 혜택이나마 드리게 된 것은 전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이다.(중략) 대통령의 큰 신임이 없었다면 애초에 일에 착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며 입법을 완수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혼자 힘으로 성공하는 리더는 없다.(p. 284~285)
감동에 겨워 내가 저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메모를 남겼다. 요렇게.
자기 공을 노무현 대통령에게로 돌리는구나. 하긴 대통령이 밀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지.
대단한 유시민!
목표에 대한 집념, 열정, 도전으로 자기 희생까지 감수하며 성공시키는 진정한 승부사!
두번째 내용은 깜짝 고백이었다. 유시민이 가끔 인용하는 표현 중에 '모두의 잘못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란 게 있다. 과연 과거의 잘못이 모두의 잘못
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지만, 유시민은 이제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했다. 어떤 집단 혹은 성향의 사람들을 이끈 리더라면 다소 억울한 감이 있더라도 이런 모습이 아름다울 것이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다 가벼워지는 걸 보니 유시민은 더 이상 그 일로 꿈에 가위 눌릴 일은 없지 않을까?^^
큰 희망을 안고 개혁당 당원이 되었던 분들, 의구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기대를 품고 열린우리당에 당원으로 참여했던 많은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개혁당의 정신을 열린우리당에서 실현하려고 했던 시도는 실패했으며, 그 원인이 오판에 있든 능력 부족에 있든,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정당개혁운동가로서 나는 지난 5년 동안 정말 비참한 실패를 겪었다. 이 실패 때문에 마음의 고통을 느낀 모든 분들에게 용서를 청하고 싶다. (후략)(p.318~319)
이렇게 함으로써 그 동안 무겁게 짓눌려왔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하다. 그대에게 마음의 평안이 있으라.
자기 성찰, 행복
인간과 대중, 권력의 양면성을 말하면서 언제나 중요한 것은 '성찰'이라고 했다. 어느 서점의 이 책 소개를 보면 '오랜 성찰의 기록'이라고 되어 있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글'이란 도구가 있기에 얼마든지 자신을 변명하고 항변할 수 있으나 꼭 필요한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시시콜콜히 지난 일을 따지지 않았다. 결국 문제의 시작은 '나'이기에 '나'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내가 존재 하지 않으면, 또 나의 행위가 없다면 나에 대한 비판도 없는 거니까. 겸허한 자기 반성과 깨달음, 그리고 마음을 비우고 관조하며 욕심 없이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더 이상 유시민은 개혁 조급증에 시달리지도 않을 것이고, 과잉 의욕에 따른 무모한 도전도 하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내 소망이 다수의 소망과 일치하는 때를 기다리며, 인내하며, 그만의 방법대로, 자신과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 일을 찾아 실천하게 될 것이다. 과연 그가 찾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답'은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그렇다면 지지자로서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 그것이 고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