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얼마간 애써 눈물을 버렸다. 헌데 오늘,
회사 건물 옆 그늘진 공터에 쪼그려 앉아 에이씨 에이씨...를 연발하며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고 말았다.
서프라이즈에 올라 온 다미님이 쓰신, 아래 글을 읽고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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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2009.6.11 | 다미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만땅으로 쌓이고 있다. 이 스트레스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원망에 기인하는데 그냥 사람들이 싫다.
2002년 대선에 즈음해서 유시민이 주축이 되어 노무현을 지지하기 위해 창당된 개혁국민정당에 입당을 했었다. 매일 저녁 모임을 갖고 압도적으로 우세해 보였던 이회창 후보에 비해, 비젼 있고 실행능력 있고 도덕적으로 우월한 노무현을 대통령 한번 만들어보자고 그 추운 거리에서 기호를 외치고 손가락을 흔들며 들떠서 흥분했었다.
우리가 이루었던 기적의 기쁨도 잠시였고 어느새 대통령 노무현은 5년 내내 국민 스포츠라 불리던 노무현 까기의 희생자가 되어 있었다.
당시 내 마음에 가장 생채기를 냈던 한마디는 노무현 비판자들의 "나도 한 때는 노사모였어"였다. 아군이라 믿었던 그들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개나발에 휩쓸려 어느새 노무현 죽이기에 첨병이 되어 앞장서고 있었다.
공은 간데없고 과만을 가지고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전직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 그들은 다시 외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나도 사실을 당신을 좋아했었다고...', '당신은 참 좋은 대통령이었다고....'.
사람들은 솔직하지 못하다. 까놓고 얘기하자. 지켜주지 못한 게 아니고 지켜주지 않은 거잖아. 왜 노무현이어야 하는지 성찰없이 바람에 휩쓸려 지지했다가 뭘 잘못했는진 모르지만 남들이 그렇다니까 같이 욕하고 서거 소식 하루만에 국정을 실패하고 도덕마저 타락한 대통령에서 성군으로 추앙하는 이 모순을 저지르는 국민이 나는 너무 무섭다.
요즘 나는 매일 후회한다. 그깟 몇푼에 양심을 팔고 쥐새끼만도 못한 인간을 대통령이랍시고 찍는 자들을 위해서 그 소중한 사람을 내주었다는 생각에 미칠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
그냥 놔둘걸... 그랬으면 그분도 기득권이 되어서 어여쁜 손주들과 행복한 여생을 보내셨을 것을... 지켜주지도 못할 것을 내 욕심은 왜 부렸던가!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 열기 속에서도 나는 불안하다. 이것이 한나라당이 말하는 '정 많은 우리 국민이 겪는 광풍'에 지나지 않을까봐. 감당할 수 없는 희생에도 불구하고 다음 대선에 '박모 여인'의 의기양양한 낯을 보게 될까봐.
이럴수록 더욱 악랄해져야 한다는 걸 알지만 지난 몇 년을 되돌아 볼 때 국민이 정말 각성했는가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진정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더이상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들과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할 문제다.
오늘따라 지난 '참여'정부와 '참여'민주주의에 '참여'의 가치가 처절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독재의 향수에 젖어있는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란 어떤 의미일까?
500만의 추모객이 모두 이 아픔을 통절하고 진정 뼈에 새기고 있을까?
알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답을 듣기를 미루고 싶은 두려운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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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이, 지금 나를 지배하고 있는 정서를 대신 솔직담백하게 토로해줬다.
나서기가 주저된다는 유시민. 어디 산사로 들어가 살고 싶다는 문재인.
나도 이럴진데, 하물며 그들이 어찌 이와 비슷한 '허망과 공포'를 극감치 않을 수 있겠는가.
가신 님을 애도해주는 수백만 사람들의 눈물과 행렬. 그것은 희망에 덧붙여, 내겐 또 다른 '큰 두려움' 으로 다가왔다. 나는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졌다.
며칠 전 누군가에게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세상을 등진 노무현이 불쌍하니...? 난 노무현을 잃은 이 세상이, 저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 죽겠다...
다시 언론은 유시민을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기 바쁘고, 그 와중에 사람들은 다시 유시민의 자질을 놓고 싸운다.
보수매체는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가느라 바쁘고 진보매체는 슬슬 노무현에게 진 빚을 잊어간다.
갈 길을 잃은 사람들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행복을 내어놓기는 주저한다.
이런 세상.
나는 과연 또 다른 '좋은 누군가'를 지켜낼 수 있을까?
하루에도 수차례씩 고개를 저었다 끄덕였다 한다.
어제 6.10 대구 시민문화제에 나가 이종필 기자가 쓴 '그들은 제 2의 노무현이 싫었다'
전단지를 '그냥 싫은 사람들' 사이를 돌며 돌렸다. 7살 딸아이도 같이 돌렸다.
시민광장이란 말은 한마디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중요치 않으니깐.
좋은 기사니까 한번 읽어보세요가 다였다.
알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답을 듣기를 미루고픈 두려운 질문들에 대해,
나는 저런 식으로 내가 듣고픈 답을 만들어내고팠나보다.
그냥 나의 이 공포를 저렇게나마 해소하고팠나보다.
묵묵히 참여.
그러다 어느 날들엔 뒤돌아앉아, 허탈해서 서러워서, 꺼이꺼이 울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정도 청승은 봐주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