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채널을 돌리다가, 폭폭 김이 나는 찜통에서 고구마를 꺼내 뜨거뜨거~하는 손가락으로 반을 쪼~옥 갈라 노오란 속살을 보여 주며, 얄밉게 입에 넣는 호스트의 유혹질에 못 견뎌 전화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고구마를 입에 넣은 쇼핑호스트의 맛있어 미치겠다는 표정과, 말이 필요없다며 쑤욱 내미는 엄지는, 홈쇼핑을 할 때마다 느끼는 괜찮을까의 불안감을 상당히 희석시켜 주었고, 까짓 고구마 '왠만하면' 쪄먹든, 구어먹든, 튀겨먹든, 날것으로 먹든 방법이 오만가지인 식재료이니 별 걱정할 건 없겠다 싶었습니다.
지금 그 환상의 고구마 '왠만하면'도 안되어 고민중입니다. 해보다 해보다 날것으로 씹고 있는 중인데, 보관자랑은 왜 했는지 어떤 특별한 방법으로 보관을 했길래 질기기가 고래심줄(실제 밑둥엔 심도 들었다)같고, 물기는 어디로 숨겼는지 퍽퍽하기가 종이장 씹는거 같고(좀 과장해서)... 암튼 가운데 손가락이 절로 나오는거 있죠. 저걸 돌려보내 말어!
그래도 홈쇼핑은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 주고 있으니까 지나치게 흥분할 것은 없겠네요. 억울하면 기한내에 돌려 보내든가, 귀찮으면 울며 겨자먹기로 고래심줄 삼아 씹든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은 내게 있으니 말이죠.
아, 근데 지금 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였더라. 그니까 꼭 보기 좋은게 먹기 좋은건 아니더라는 겁니다.
홈쇼핑 측의 반드시 팔겠다는 목적과, 그것을 돕는 카메라의 교묘한 기술과 화려한 조명빨에, 실제론 마른 무말랭이 같은 맛을 내는 그것이 촉촉한 수삼처럼도 보이고, 호스트의 입맛엔 맛있어 죽겠다는 그것이 내 입맛엔 한대 때려 주고 싶은 맛이기도 했으니 말이죠.
맞아요. 혹시나 했다가 또 속았어요. 저렇게 맛없는 걸 우찌 그렇게 맛있게 먹냐. 참 재주도 좋당~
바야흐로 세일의 계절을 맞은 정치인들도 바쁩니다. 판매전략도 가지가지입니다.
대화통로를 놓아 두고 돗자리 깔고 단식하면서 '날 좀 보소'하는 것도 세일행위나 마찬가지죠. 이 부류는 지금 노점영업중입니다.
정치인들이 자신을 내보이기 위해 길거리에 나 앉는 것 만큼의 효과적인 홍보수단도 많지 않을 겁니다. 어쨌든 이 불황기에도 일단은 보아는 줄테니까요. 이왕한거 머리까지 밀어야 컨셉이 완성되는데 그건 왜 안했나 모르겠네요. 어정쩡해 보여~.
홈쇼핑의 세트장이 노상으로 대체되었고, 팔 물건은 반FTA, 구체적인 홍보수단은 단식, '여러분 나를 사세요오오오~'. 반FTA가 안 팔리면 물건은 또 얼마든지 있어요. 반개헌, 반노무현, 반XXX... 등등등.
그러나 팔린다는 보장은 못하겠네요. 언로가 막힌 것도 아니고, 누가 입을 막는 것도 아니고, 산통을 깨자는게 아니라면 갑자기 왜 저러나 말이죠. 자꾸 돌변들을 하니까 불량품 아냐? 의심이 든다 말이죠. 한번 속지 두번 속겠나.
이렇듯 조금 처량하게 자신을 파는 부류와는 달리 아예 홈쇼핑처럼 B급 전략을 택해 총천연색으로 치장하고, 카메라 돌리고, 조명 터뜨리고, 음악 때리고, 떠들썩하게 판매하는 부류도 있습니다.
뽀다구 나는 규모, 전국 각지의 조직 가동, 호난 내외빈 인사 초청 등으로 한마디로 여러사람 석죽이겠다는 전략이죠. '잘봐. 나 바로 이런 사람이야. 뭔가 있어 보이지. 음하하하하하~~'. 근데 결정적으로 조명빨이 안받는다나 뭐라나~. 딱 맞추기 참 어렵죠.ㅎㅎ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팔든 거짓말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쇠심줄 같은 저 고구마를 어찌 그렇게 맛있게 먹느냐고. 카메라와 조명은 어찌 그렇게 맛있게 비추냐고.
그래두 홈쇼핑은 반품이나 시원시원하게 해주죠. 정치인은 한번 구매하면 반납도 어려우니, 괜히 이런 저런 '빨'에 속아 사면 대략 낭패겠다 그런 얘기되겠습니다.~
이상은 쇼핑의 실패에서 얻은 생활의 지혜였습니다. 진지님들 즐거운 오후 되세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