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과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다양한 각도로 추진되고 있다. 각 정당들과 정파들이 다양한 변수에 의하여 쪼개지고 뭉쳐지는 과정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치러질 큰 선거에 투영될 민심의 흐름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치인들의 이해득실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다.
1. 대한민국의 정치구조를 만드는 요소들
민주공화국의 정당이란 본래 같거나 적어도 비슷한 정책적 지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이 추구할 정책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받아서 공직을 담당하며, 자신들의 정책을 구현해나가는 정치결사체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당들은 민주공화국의 정당개념과는 엄청난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책적 유사성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이 추구할 정책을 숨기고, 교묘한 술책으로 국민들을 속여서 공직을 담당하며,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당들이 이러한 모습을 가지게된 원인은 무엇일까? 유권자의 지역주의적 투표행태와 정책적 요구를 투영시키지 못하는 무성의, 정치인들의 철학도 소신도 정책적 지향도 없는 자영업자같은 사고방식이 어울어진 결과일 것이다. 과거 공천권과 자금과 지역몰표를 가지고 권위적으로 통치를 해 오던 일인보스정치의 잔재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현대정치사와 정치에 종사하는 정치인 그리고 유권자들의 무지가 빚어낸 서글픈 우리정치의 현주소는 결과적으로 우리모두의 손해로 귀결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정치권에서 서로 합종연횡을 하는 모습은 그렇게 만들어진 일이다. 선거때면 되풀이되는 헷갈리는 행보들은 바로 유권자들의 현명하지 못한 투표행태 속에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과정인 것이다.
2. 정당의 구성요소
정당을 구성하는 필수적 요소는 사람과 정책적 지향점과 그것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존재이다. 또 조직체계와 당의 운영원리등도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이 없는 정당은 존재할 수 없다. 정책적 지향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공직을 담당하거나 선거에 출마하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에 가장 핵심적 요소는 역시 사람이다. 당원도 사람이고 정치인도 사람이다. 사람이 없는 정당은 없다. 따라서, 좋은 사람이 모인 정당이 좋은 정당이고, 부도덕한 사람들이 모인 정당은 나쁜 정당이 될 수 있다.
정책적 지향은 선거에 출마하여 유권자에게 일정한 지지를 받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당이 결사체로서 모이는 원인이 된다. 정책적 지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정당은 오래지탱할 수도 없으며, 정당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일이다.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은 존립할 수 없다. 영호남의 지역주의적 지지이건, 증세와 감세이건, 형평성과 효율성이건 어떤 기준에 의하여 유권자가 지지하지 않으면 정당은 존립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지율이 높은 정당이 반드시 좋은 정당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지지율이 높으면 자신들의 정책을 구현하는데 훨씬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보통은 간과하기 쉬우나 정당에 있어서 그 운영원리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정당도 일종의 조직이라면 적절한 방식으로 당의 리더쉽을 만들고 정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직의 체계와 당헌당규등 운영원리는 필수적이다. 좋은 조직구조를 가지고 훌륭한 당헌당규를 만들어서 효율적으로 대의정치를 수행할 수 있다면 좋은 정당의 자격을 하나는 갖춘 셈이 된다.
3. 정당의 형태
각 나라마다 처지에 맞는 정당의 형태가 다르다. 미국처럼 양당제가 정착되고, 평상시에는 원내정당의 체제로 운영되지만 선거때에는 지지자들이 참여해서 선거캠페인을 벌이는 방식의 정당이 있는가 하면 유럽의 여러나라들처럼 가장 하부의 단위까지 당원들이 참여하여 운영하는 정당과 다당제를 기본으로 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유력정치인 일인에 의하여 당의 지배되고 그 리더의 정치적 부침에 따라서 당운도 좌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정당의 리더가 지역주의적 정치구도의 핵으로 역할하며 정책은 실종되고 개인의 인기와 지역주의에 의한 투표를 강요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물론 최근들어 권위주의적이고 지역구도의 상징이었던 인물들이 정치무대에서 퇴장한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지역구도는 강력하게 살아 움직이는 변수이다. 또 권위적 리더의 공천권과 돈과 지역주의적 철통지지가 사라지면서 과도기적 혼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일단의 정치적 유력자들이 각 정당을 과두체제로 통치하거나, 그들의 이해충돌로 인하여 당이 갈라지고 제세력이 이합집산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정당들은 어떤 형태를 취하는 것이 좋을까? 정치인들이 원하는 구도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는 구도가 좀 다를 것이다. 원내정당과 서포터스, 당원들의 민주적 참여속에 운영되는 상향식 정당은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장단점은 여기서는 생략한다.)
다만 일인지배 체제의 정체성구분이 모호한 정당들의 리더쉽이 해체되는 과정에 있는 우리의 경우 새로운 리더쉽을 좀 더 민주주의에 가까운 방식으로 신속히 수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것은 당원들이 하부조직에서부터 참여하여 리더쉽을 만들고 당의 정책적 지향도 유지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한 형태가 아닐까 여겨진다. (물론 정치인들의 경우는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정치권의 신당논의들은 정치인들만의 이해관계에 충실할 뿐 민의와는 거리가 멀고, 정책적 지향을 가리지 않고 정치꾼들을 모으는 방식의 정당건설은 정치를 오히려 퇴행시키는 일로 보인다. 더욱이 그들의 정치적 이익은 지역구도를 강화하는 지점에서 극대화된다는 의미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분명한 정책지향, 국민의 참여확대, 상향식 운영원리, 탈지역구도 지향성 등을 갖춘 정당을 만들어야한다. 그렇지 않는 한 그 정당은 또 다시 일회용 선거정당으로 끝나게 될 것이고 그것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손실은 국민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시점에서 건설될 정당들은 정책지향도 보이지 않고, 지역구도를 강화하며, 상향식 원리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
4. 정치구도를 만드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우리 정치가 그동안 보여온 퇴행적 모습들이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고, 여전히 국민의 마음에 흡족한 정당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정치인들의 행태를 방치한 것은 국민이다. 국민은 항시 정치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지만 정치인들이 만들어둔 그들만의 리그에 들러리를 서고 만다. 지속적으로 좋은 정치를 갈망하고 진정한 대의정치를 원한다면 국민이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투표만 잘하면 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
첫째, 지역구도에 안주하는 정치세력을 절대로 지지하지 말아야한다. 국민이 지역패거리즘에 물들어 투표를 하는 한 지역구도는 허물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확대재생산을 반복할 뿐이다. 지역주의를 부추기거나 그것을 해소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정치세력을 철저히 외면해야 한다.
둘째, 정책지향이 불분명한 정치세력을 배제해야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속이면서 표가 많이 나오는 쪽으로 좌고우면하는 약삭빠른 정치인을 배제시켜야한다. 민의를 정치가 적절히 대변하는 구도의 정치를 원한다면 정책적 스탠스가 분명한 정치인을 지지하고 정치의 중심에 세워야한다.
예를 들면 감세와 복지축소냐, 증세와 복지확대냐를 분명히 선택하도록 강압해야 한다. 따스한 배려가 흐르는 사회를 지향하는냐,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을 추구하느냐를 분명히 가려서 지지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당의 운영원리를 잘 살펴야한다. 정치인들의 이익나눠먹기가 용이한 과두체제의 정당이냐, 국민이 참여하는 상향식 정당이냐를 확연히 가려서 지지해야 할 것이다. 당원은 항상 동원의 대상일 뿐 참여할 수 없는 정당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정치집단이다. 민주공화국의 정당은 민주공화정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옳다. 그것을 유권자가 강압하지 못하면 진정한 대의정치는 불가능하다.
유권자는 투표하는 날에만 힘을 가지고 정치인들의 입법이나 행정행위는 항상 자기들 맘대로 가는 정치는 진정한 대의민주주의가 아니다. 자신들이 선거전에 분명히 제시하고 선택받은 것이 아닌 사안은 항상 민의를 물어서 추진하는 것이 옳고, 그것이 진정한 대의민주주의이다.
정치에 대하여 항상 분노하고 속을 태우지만 정작 투표장에선 지역주의나 자신의 연고를 찾아서 덜렁 표를 찍고마는 유권자는 좋은 정치를 향유할 자격도 없다. 우리의 후진적 정치를 발전시킬 주인은 바로 유권자인 국민의 옳바른 선택에 달린 일이다. 최소한 다른 것을 다 무시하더라도 자신의 계급적 이익에 충실한 정당과 정치인을 선택하는 정도는 되어야 정치를 비로서 비판할 자격도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정치수준은 유권자의 정치의식을 넘어서서 훌륭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 부디 유권자가 깨어서 옳은 정치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너와 나 우리모두의 공동책임인 것이다.
유권자여, 부디 깨어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