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사학법 자살골
열린우리당이 결국 한나라당과 사학법 재개정에 합의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남아 있던 몇 안되는 개혁입법의 후퇴죠.
사실 사학법은 한나라당에게는 계륵과 같은 존재입니다. 일단 사학법의 무력화를 시도하는 한나라당과 종교·수구단체의 발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거의 없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나와서 삭발을 해도 사실 국민들은 비웃을 뿐이고, 십자가를 짊어지는 심정으로 사학법 투쟁에 나선다는 목사들을 향해서는 "그냥 그 십자가 짊어지고 지금 천국으로 가시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합니다.
거기다 한나라당은 2005년부터 사학법 하나 때문에 무수히 장외투쟁을 해댔고, 사학법 하나 때문에 3년간 3000여 개의 법안을 발목잡아 왔습니다. 작년 5월 김한길-이재오 회동으로 이미 최초 사학법안보다 개혁성이 후퇴한 개정을 했음에도, 한나라당의 칭얼거림은 그치지 않아서, 이제 사학법 얘기만 나오면 국민들은 손사레를 칠 정도입니다.
한나라당이 저렇게 발악을 하는 것은 일단 의원 자신들부터 사학 재단의 비리에 깊이 관여하고 있을 뿐더러, 사학 및 종단이 눈을 부라리며 한나라당을 상대로 협박에 가까운 시위를 해대고 있기 때문이죠. "니들 다른 건 몰라도 사학법 안 지키면 끝장나~"
이처럼 사학법이 한나라당에게 있어서는 이도 저도 못하고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계륵에 불과한데도, 우리 훌륭한 열린우리당 어리버리들은 덜컥 한나라당과 악수를 해버렸네요. 제대로 생각이 돌아가는 자들이라면, 사학법 때문에 점점 코너에 몰리고 있는 한나라당을 더욱 압박하여 고립무원에 빠지게 하고, 다른 개혁법안을 마련할 추동력을 얻었어야 하는데 말이죠.
하긴 그치들이 비정상이 아니였다면, 2004, 5년도에 그렇게 무력하게 국보법, 과거사법, 신문법 등을 패대기치지는 않았겠죠. 그때도 그들은 한나라당과 어떻게든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손잡기 바빴습니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가지고 발악하는 것은 상점 주인(국민) 상대로 삥 뜯는 양아치 짓과 같습니다. 대의제 때문에 국회에 입법권을 부여하고, 직접 입법에 개입할 수 없는 애석한 국민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는 한나라당의 양아치 짓거리를 막아줄 상대로 열린우리당에 기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구 언론도 사유재산권 침해니 위헌이니 빨갱이 전교조가 교육을 망친다느니 온갖 선동질을 해대는 통에 여론으로 압박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이런 마당에 열린우리당은 정국 안정, 대화와 타협이라는 명분으로 또 다시 덜컥 한나라당과 손을 잡았습니다. 그들은 한나라당을 상대로 "선택적 기억상실증 환자"라고 비난했습니다만, 오히려 열린우리당 자신들이 바로 선택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은 아닌가요?
언제 한나라당이 징징거리는 거 들어주고 달래준다고 해서 정부와 여당의 요구를 수용한 적 있었나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에 대통령이 국회에 개헌 논의의 주도권을 넘겨 주겠다고 했는데도, 한나라당은 뒷통수를 쳐서 개헌에 관한 논의는 물건너갔다고 선포하고,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국회 연설까지도 막겠다고 설친 자들입니다.
이런 양아치 짓을 지난 4년간 수없이 지켜봐야 했는데도, 열린우리당은 또다시 대화와 타협이라는 고매한 가치를 이유로 한나라당과 손을 잡다니요. 오히려 그들을 고립시켜 사학 비리를 척결하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실현해야 마땅할 이 마당에 말입니다.
열린우리당, 언제 정신차릴래
열린우리당은 왜 지금 국민 지지도가 10% 초반 밖에 안되는지 절대 모릅니다. 그들이 그렇게 배신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경로당에 앉아서 조용히 갈 날만 기다리라고 막말을 해대던 대통령의 지지도는 상승중인 이유도 모를 겁니다.
그러니 서부벨트니, 충청+호남이니, 반노 비한나라 연합이니 하면서 안방에서 통합 놀음만 해대고 있죠. 그것도 한치도 손해볼 생각은 없이, 누가 먼저 통합신당의 상석을 차지하는가만을 두고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다 부서진 배 위에서 선장 놀음 하고 있는 거죠. 한심합니다.
재보선에서 한두석 얻었다고, 대전에서 심 씨가, 호남에서 DJ 2세가 당선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통합의 주도권을 너희가 맡으라는 국민의 뜻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견강부회해서 제 입맛대로 해석하고 누가누가 지분권, 공천권 더 따내는가 시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목장의 결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한 쪽이 총을 꺼내면 다른 쪽도 총질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얼마 전 민주당과 김한길류 탈당파의 통합이 코미디로 결론난 것 역시 통합의 주도권을 철저히 이해관계에 근거해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언론 역시 이에 양념을 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반성한다, 지도부가 퇴진한다, 박·이 두 주자가 자숙한다는 식으로 동정론을 펼치고, 범여권에 대해서는 또다시 호남+충청의 지역연합이 힘을 받을 것이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식의 기사를 생산해대는 언론이 정말로 호남+충청의 전략으로 범여권이 대선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요? 오히려 범여권을 상대로 매력적인 오답을 귓가에 속삭이는 것은 아닐까요?
국민들은 분명 소위 '범여권'에 통합을 바랄 것입니다. 한나라당과 그들의 수구성과 망국적 영남패권주의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시대의 요구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국민들은 단순히 그들만의 선장 놀음을 바라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을 무찌르기 위해 또다시 한나라당식 지역 독점주의 정치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럴러면 뭐하러 '범여권'에게 표를 주겠습니까? 그 놈이 그 놈인데...
국민들은 선명하고 합리적인 개혁성을 지니고, 동북아 평화를 지향하고, 양극화 해소와 복지 등 대한민국호의 20년을 내다볼 줄 아는 세력을 대표할 수 있는 정파가 통합의 주도권을 쥐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정운찬이니, 심대평이니 되지도 않는 인물 발굴해서 제2의 JP, 제2의 DJ 쇼 해대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이같은 사실을 모른다면, 그들은 길었던 그들의 정치 인생동안 공부한 것 도로아미타불이고, 만약에 알고도 선장놀음하고 있다면, 그들은 역사의 죄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