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5년쯤 아래 후배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이 친구는 청소년 때 홍정욱의 '7막 7장'을 읽으며 그를 우상으로 삼았다가, 20대 때는 강준만식 글쓰기에 세계관이 홀딱 바뀌는 경험을 했다가, 요즘은 박노자의 글이라면 모두 읽으며 열심히 사숙하는 모양이다.
대화를 나누다 노무현 편 들면 오만 십자포화 공격을 다 받아내야 하는 경험이 몇년쯤 되다 보니 요즘은 아예 건너뛰거나 입 다물고 있게 되는데 하필 이 친구가 노무현을 화두로 꺼냈다.
지난번에 그를 찍은 자기가 후회스럽다는 족속들은 50대 이후나, 30대 이하나 하나같이 어찌 그리 작년에 왔던 각설이 타령처럼 똑같은 코멘트를 날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또래 40대들도 똑같은 타령이니 새삼 내가 낀세대라고 슬퍼할 일은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노무현을 찍었던 변심자' 중 40대 이상이면 거의 한나라당이고, 젊은 친구들은 민노당의 구호에 반해있는 사회 경험 없는 경우가 많다.
글줄이나 좀 읽었다는 친구들일수록 온갖 책 이름 들먹이며, 열심히 자신의 의견을 설파하는데 이 친구 역시 그런 부류였고, 느닷없이 내게 노무현을 이해하냐는 '난폭한 질문'을 던졌다.
글이라곤 인터넷 찌라시 글도 읽기 귀찮다는 젊은 친구들은 무슨 표현이든 한 문장, 10자를 넘어갈 수 있는 표현력을 갖추지 못한지라 보통 때라면 아예 무시했겠지만 그래도 '먹물 준비생'인데 토론을 하겠다는 예의 정도는 표시해야 했다.
"응, 나 노무현 지지해!"
자기 주변의 누구하고나 그랬듯이 노무현을 씹어돌릴 준비를 하고 있던 이 친구가 오히려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으며 왜 나같은 사람이(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둘 다 반 한나라라는 것은 확실한데 반 한나라의 노선이 하나뿐었던가? ^^) 그를 지지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요즘에 노무현 지지의 공개표명은 왕따의 지름길 아니던가?
어차피 여기서 지지의 이유 구질구질 늘어놔 봤자, 입만 아프고, 기분은 상하고, 별 효과도 없을 터라서 간단하게 '한 큐'에 끝내는 쐐기를 박았다.
"나는 지지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 사랑해. 유시민도 그 사람만큼 사랑해.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
게이도 아닌데 '사랑'까지 들먹였으니 그 후배도 더이상 말해봤자 소기의 성과를 달성 못할 것임을 알고 입 다물어 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 늦게 심야 뉴스에서 본 유시민.
지난 몇달 간, TV를 거의 보지 못했고, 신문도 의도적으로 정치면을 보지 않아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유시민의 초췌한 얼굴이 내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장관 자리 받아들일 때부터 올백으로 머리를 넘기더니 그 스타일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데다 의도적인지, 실제로 웃을 일이 없어서 그런지 싱글싱글(미워하는 인간들은 뺀질뺀질이라고 표현하는)하던 그 미소가 싹 가신 표정이어서 깜짝 놀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상이 무지 '나빠지고 더러워졌다'.
내 맘 속에 언제나 '청년 유시민'으로 자리잡고 있던 그 '청순하고 명랑한 표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개기름만 흐르지 않다 뿐, 성질머리와 대갈통이 함께 나쁜 한나라표 개자식들과 별 차이가 없어보일 정도로 인상이 확 변해 있었다.
박근혜의 머리 속에 든 것이야 알 도리 없어도 엄마 닮아 해사한 인상에 생글생글 웃고 다니는 귀부인상이라며 표 던지는 노인네들에게 유시민 보여 줬다간 큰일나겠다 싶을 정도다.
내가 김승연 정도의 정신 세계를 가졌다면 "누가 애 얼굴 이 모냥으로 만들어 놨어?"라며 각목 들고 뛰어들고 가고 싶을 정도로 요즘 얼굴 상태 좋지 않다.
나이 오십이 다 된 유시민 얼굴에 삶의 궤적이 남는 거야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 상태로 인상 계속 쓰고 있다간 완전히 관상까지 변할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몇달 신경 못 쓰고 내팽개쳐 놓았더니 '앵돌아져서' 그랬다고 믿고 싶다.
'사랑하는 유시민씨', 당신은 얼굴에서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당신을 미워하는 쉬파리 같은 놈들이 그럽디다.
올빽으로 넘기라고 주변의 누가 코디네이트해 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관료다와 보인다고 믿으며 계속 go하셔도 상관은 없으나, 인상까지는 '맛가게' 하지 마십시오.
한국 물정 전혀 모르고 외국에 사는 내 친구에게 당신 요즘 사진 보내주기는 좀 걱정이 됩니다.
몇년 후가 될지는 모르고, 나 혼자만의 짝사랑이라고 해도, 그리고 당신이 싫으면 그만이지만 내 맘 속의 미래의 대통령은 당신인데 요즘 인상 보면 당신 마음이 걱정입니다.
뭘 먹어도 살 안 찌는 체질 같아서 부럽긴 한데 나이가 들면 나처럼 똥배도 나오고, 볼도 탱탱해야 남들이 욕을 덜하는 것 같으니 좀 챙겨 드십시오.
유시민 보라고 쓴 글이 아닌데 마무리 짓다 보니 그가 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주변의 보좌관들, 나 유시민 웃는 모습 보고 싶다. 서프에 가끔 올라오는 예전 사진 보면 보기만 해도 내 기분이 좋아지는데 요즘 얼굴은 솔직히 간이 철렁할 정도다. 링컨은 어린 소녀의 편지로 수염을 길렀다는데 나처럼 산적 같은 놈이 이런 글 써봤자 유시민이 머리 내리고 인상 펼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크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