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1월 28일 토요일, 일을 마치고 오후 4시 께에야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주말이라 도로는 이미 아침부터 곳곳이 막혔고 저녁 때가 된 시각까지도 풀리지가 않았습니다. 시민광장 행사를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골고루 개최하는 것은 참 좋은 취지인데, 사실 주말에 1박2일 일정으로 먼 지방까지 다녀오는 일이 보통 일은 좀 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래봤자 1년에 한두번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옵니다.
저녁 시간을 놓쳐 전주에서 전통 전주비빔밥을 먹고, 약간은 자포자기가 되어 완주에 있는 청정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일말의 희망은, '우리처럼 첨맘님도 늦을지 몰라. 첨맘님도 늦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하는 맘 뿐이었죠. 일찍 도착한 회원님들이 수련원에서 목이 빠지게 첨맘님을 기다리든 말든 제 욕심은 어쩔 수 없잖아요?
수련원에 도착 후, 우리에겐 다행, 다른 분들에겐 불행이었지만 첨맘님이 아직 안오셨다는 얘길 듣고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총회 장소에 입장했습니다. 올해로 세번째 총회에 참석해보지만 신발 벗고 들어가기는 처음이라죠?
내년 4기 집행부가 될 김성현 예비 대표님과 빈양럽 예비 집행위원장님을 모시고 질의 응답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고요. 두 분, 내년에 많은 일을 하셔야 할 텐데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미리 응원의 박수 드립니다.
첨맘님이 거의 도착할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짜투리 시간을 떼우게 하느라 그랬는지, 첨맘님과는 참정연 시절부터 동지인 이광철 전의원님을 무대로 올려 노래를 시키기도 했고(노래를 정말 잘 부르십니다), 전북 광장 대표님인 너를 위하여님이 마이크를 잡기도 하셨습니다. 너를 위하여님은 마이크 잡으시면 늘 학생들한테 강의하시는 것 같은 '직업병'이 있으시지요(^^). 강의를 한참 하시는 중에 잘려서 저는 학생 입장으로 조금 아쉬웠습니다. 좋은 내용의 말씀을 하시고 계셨었는데.
첨맘님이 도착하신듯 했고, 첨맘님을 모시기 전에 시민광장 역사상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감사제도(현 집행부 공약사항)에 따라 감사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저야 들어도 잘 모르지만, 현직 공인회계사님이 감사를 하신 내용을 스캔해서 게시판에 올리겠다니 투명하게 잘 처리되는가보다 생각했습니다. 애쓰신 색즉시공 감사위원장님과 지나가는 나그네 감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첨맘님이 짜잔~ 나타나셨습니다. 발 밑에 레드 카펫은 깔려있지 않지만, 첨맘님 앞에 터지는 플래시는 레드 카펫 위를 거니는 유명 연예인 못지 않습니다. 아, 못말릴 이 놈의 인기는!(ㅋㅋ)
첨맘님 말씀을 대충 메모했는데 옮겨보겠습니다. 편안한 자리이기에 원고 짜서 말씀하시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생각나시는 대로 한말씀 한말씀 하시다가 중간중간 목적이 있는 말씀을 하시는 듯 느껴졌습니다. 시민광장의 1년, 첨맘님의 근황, 시민광장에 대한 당부, 시국 관련 발언 등을 이어서 하셨습니다.
시민광장 1년에 대한 소회
웃자고 하시는 말씀으로 시작하셨습니다. 감사 결과를 들으시고 하신 말씀, "돈도 많이 남겨 다음 집행부에 이관한 걸 보니 대한민국 대통령도 되어야겠다." 시민광장이 재정적으로 안정이 되니 여러가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열심히 하면 대통령도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지지자들에 대한 립서비스(나쁜 의미 아님)는 언제나 환호감이죠.^^ 첨맘님도 기분 좋다는 뜻일 테고.
※ 그런데 제가 잘못 들었나봅니다. 벌써 가는 귀가 먹다니 큰일났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도 되어야겠다." 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도 배워야겠다." 라고 하셨답니다. 어쩐지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제가 억지 끼워맞추기로 해석을 해버렸던 겁니다. 정정합니다.
조금 시끄러웠던 게시판 문제는 정리가 된 것 같다고 만족해 하시는 듯했고, 1년을 생각해보면 두 분의 전대통령님이 돌아가셨고, 시민광장도 많이 바쁘고 여러가지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해 격려와 고마움이 담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바자회도 하고 자봉도 하고, 돈도 많이 쓰셨다는 말씀 한마디에서 우러나오더군요. '첨맘님이 다 아시는구나!'
첨맘님 근황
한달 전에 책을 냈는데 여러분이 많이 사주셔서 잘 팔린다고 하셨습니다. 『청춘의 독서』가 나오자 마자 베스트셀러로 기록되고 있지요? 인문 분야로는 당당히 1위입니다. 원래는 연말에 나오기로 되었던 것인데 노무현 재단에서 내년 노대통령님 서거 1주기에 맞춰 책을 써달라고 부탁해서 앞당긴 것이라더군요.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는 이 책의 집필에 전념해야 한다 하셨고요. 다른 일정은 노무현 시민학교에서 강연하는 것과 국민 참여당의 행사에 참여하시는 것이고요.
또 웃기는 말씀으로 언론에 기사화된 걸 해명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요즘 신문 보면 난 바쁘다. 어떤 날은 서울 시장도 나갔다가, 대구 시장도 나갔다가, 대선 후보도 되었다가, 또 어떤 날은 경기도지사로 나간단다. 손오공 같으면 머리카락 뽑아 다 내보낼 텐데..... 저도 궁금하다. 제가 어떻게 될지. 대구에서 엄마한테 들렀더니 '야야, 우째 되노?' 물으시는데 이렇게 대답했다. '저도 모르겠는데요?'"
오늘(11/29) 세종시 건설청 앞에서 열린 국민 참여당의 공식 행사, '제2청와대 기공식'에 대한 안내 말씀도 하셨고, 며칠 전 TV에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본 시청 소감도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국민과의 대화가 아니라 '대통령과의 대화'라고 회자되고 있죠. 저는 '벽과의 대화'라고 부르고 싶습니다만. 새로운 진리를 발견해서 새벽 3시까지 잠을 못잤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선지 오늘 대전 강연에서 자세한 내용을 들으시라더군요. (전 아직 못들어서 궁금해 잠 못이룰 것 같은데 어쩌죠?)
또 다시 '연대'에 대한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핵심 내용은 "1:1로 붙이자"는 것이라고. 기초의원을 제외한 광역/기초 단체장과 광역의원까지는 1:1로 붙여보자는 거라고. 이건 우리가 상상해볼 수 있는 가장 설레고 재미있는 선거가 될 거라고.
"가능하겠어요? 그거 되겠어요?"라고 묻는 사람들은 될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거 아니겠냐?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고 하시네요. "정치하는 귀하들이 맘 먹으면 되는 거죠!" (차암, 쉽죠잉~)
당분간은 책쓰는 작업을 하고 여력이 되면, 모두가 힘을 합쳐 한나라당이 가을 바람에 낙엽 떨어지듯 하는 일에 힘을 써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권 도전 강력 시사'라는 기사에 대한 언급도 잠시 하셨습니다.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발언 중 앞에 있는 청중이 입을 오물거리는데 보니 나보고 하라는 것 같아서 "제가 할 수 있으면 하고"라 한 건데 기사가 그렇게 난 거라고. 그래서 사모님한테 이런 문자를 받으셨다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한거야? 알아야 대답을 하지!" 사모님이 영문도 모른 체 엄청 많은 걱정의 전화를 받으셨었나 봅니다.
시민광장에 대한 당부
1년간 시민광장이 많은 중요한 일을 하고 연대 활동을 하셔서 요즘은 인사를 많이 받는다고 자랑하셨습니다. 진보신당의 모 의원님이 부러워한다는 말씀까지 하실 때는 정말 기분이 좋으신갑다 했습니다. 시민광장 덕분이라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신다고 말씀하시니 저희들도 어깨가 으쓱으쓱~.
당부의 말씀은, 늘 그러셨듯이 "즐겁게 하셨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올 봄 같은 치고 박는 게시판은 안했으면 한다고. (지금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덜 즐거우니까 '시미니즘' 같은 카페가 생기는 거 아니냐고. 그러면서 은근히 선의의 경쟁을 부추기시네요. 국민 참여당에도 첨맘님 팬들이 많이 암약하고 있으니 재미있게 잘 놀아서 경쟁 우위를 점해 보시라는 것인지?ㅋㅋ
그리고 '역할 분담'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차피 혼자는 다 못하는 거니까 참여당 활동이 좋으면 참여당 당원으로, 시민광장이 좋으면 시민광장에서, 연대 활동에서 의미를 찾는 분은 연대활동을 하는 등 다른 곳과 네트워킹해서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결국 한마디로 결론 내리자면 이게 아닐까요? "싸우지 마라!" 싸우지 말고 각자 좋아하는 거 하면서 즐기라는 것.
시국 상황
최근에 시국을 보는 생각이 바뀌셨다고 하셨습니다. 야권에 국민에게 인정 받는 사람도 없고, 진영 자체가 집권할 태세도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5년 후에도 어렵겠다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그 유일한 변화는 '국민 참여당'이 생긴 건데 앞으로 변화가 생긴다면 이것 때문이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잘만하면 3년 후에 다시 가져올 수 있겠구나 하고. 이건 천기누설이라는데 과연?
노회찬 대표의 모텔론을 듣고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저 분들이 의기소침해 있구나'라고. 자신감이 없으면 소극적이 된다면서요. 민노당이든 진보신당이든 국민참여당이든 민주당이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집권당이 될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통합'은 어려우니까 '연합'하면 되는 것이고, 연합해서 선거에 이겨 집권하면 '연립정부'를 하면 된다고.
총선에서 1:1로 붙였다면 국회에서도 협력을 한다는 것이고, 그걸 위해 공통의 공약이 나와야 하며 국회에서 그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입법활동을 하면 된다고. 우리가 안해본 거니까 내년에 먼저 지방 자치 단체를 가지고 '연립 정부'를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머리를 맞대면 얼마든지 공통의 공약을 만들 수 있다면서요. 이런 분위기만 이루어진다면 3년 후에 거의 100%로 한나라당 집권을 끝낼 수 있다고 확신하신다는데 정치하는 분들이 오래된 고정 관념과 정서에 매몰되어 생각을 못한다고 하시네요. 이렇게만 된다면 정치가 한단계 높은 단계로 성숙해지고 시민사회도 그에 걸맞게 발전할 거라고 보시는데 말입니다. 이거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첨맘님 왈, "저도 남 욕을 안해야 하고(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만 빼고) 여러분도 '그래, 네 말도 맞아.' 하면서 품이 넓게 하셔야 합니다."
마무리
참여당 당원(가입)에 대한 문제는 정리된 것 같아 뭐라 안하겠다. 다만 '하면 된다, 안된다'는 얘기는 안했으면 하신다고.
내년엔 중요한 선거도 있고, 상승하는 분위기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기를 빈다고 덕담으로 마무리 하셨습니다.
저의 소회
저는 시민광장 총회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다 참석했었습니다. 대구 팔공산-경기도 안성-전북 완주, 겨우 3회 밖에 안되지만(^^). 3회 밖에 안되었는데도 이젠 확실히 틀이 잡혔다는 느낌도 들었고, 3회엔 정말 하나가 되어 축제를 즐긴다 싶었습니다. 총회는 총회로서 시민광장의 1년을 마무리 하고(비록 현 집행부의 임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송년회는 다 잊고, 그야말로 '망년회'(나쁜 일은 잊어버리는)로써 함께 즐기면 좋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번 송년회는 정말 좋았습니다. 시민광장 식구들은 어쩜 그리 열정이 뜨거운지! 유쾌하게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다 모여있었습니다. 어느 지역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다들 더 잘 논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 서고 무대 아래에서 호응하는 걸 보니 어깨춤이 절로 덩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오랜 친구들의 얼굴이 안보였다는 거였지요. 오랜만에 보면 늘 반가울 얼굴들인데 말입니다. 내년엔 더 많은 분들이 더 가열차게 놀아서 광란의 도가니탕을 팍팍 끓이기를 기원해봅니다.
준비하시고 애써주신 전북 광장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