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민주정치'를 위한 동화,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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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회색 신사
세상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비밀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 비밀에 관여하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대개 이 비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비밀은 바로 시간이다.
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 |
제1편
그들의 거짓말
회색 신사들
그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대상으로 모종의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방대한 계획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활동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미 어느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대도시와 대도시 사람들의 삶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그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진격해 들어와 사람들을 손아귀에 넣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당사자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에 이미 자기들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람의 신상을 속속들이 파악해 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사로잡을 적당한 시간만을 기다렸다. 또 그 순간이 어서 빨리 오도록 나름대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 모모 中에서, p77 -
회색 신사들의 둔갑
그들은 또한 역사와 국가의 운명을 두고 모종의 계획을 꾸몄다.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방대한 계획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어느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대도시를 장악했고, 대도시 사람들의 삶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그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진격해 들어와 사람들을 손아귀에 넣었다.
이 사실을 눈치챈 소수의 사람이 있었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전달할 수 없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신문들에는 날이면 날마다 그들의 우수성과 위대함을 찬양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한 이 사실을 눈치챈 사람들의 신상을 속속들이 파악해 놓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사람들을 사로잡을 적당한 시간만을 기다렸다. 또 그 순간이 어서 빨리 오도록 나름대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회색 신사의 속임수
시간 절약, 나날이 윤택해지는 삶!
시간을 아끼면 미래가 보인다!
더욱 보람찬 인생을 사는 법 ― 시간을 아끼라!
자신의 일을 기쁜 마음을 갖고 또는 애정을 갖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것은 방해가 되었다.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는 것, 그것만이 중요했다. 그래서 커다란 공장과 사무실에는 예외 없이 이런 글귀가 적힌 팻말이 걸리게 되었다.
시간은 귀중한 것. 잃어 버리지 말라!
시간은 돈과 같다. 그러니 절약하라!
부장의 책상 위에도, 국장의 안락의자 위에도, 의사의 진료실에도, 상점과 레스토랑과 백화점에도, 심지어는 학교와 유치원에도 이와 비슷한 팻말이 걸리게 되었다. 이런 세태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대도시의 모습도 차츰 변해 갔다. 옛 구역은 철거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모두 생략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살린 새로운 집들이 지어졌다. 그 안에 살 사람들에 맞추어 집을 짓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자면 제각기 다른 모양의 집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똑같은 모양의 집을 지으면 돈이 훨씬 적게 드는데다 무엇보다 시간을 절약하는 이점이 있었다. 대도시의 북쪽 지역에는 이미 거대한 신축 건물 구역이 점차 세력을 넓혀 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다른 점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성냥갑 같은 고층 아파트들이 끝없이 우뚝우뚝 솟아났다. 집들이 똑같아 보이니까 당연히 거리도 똑같아 보였다. 단조로운 거리들은 늘고 또 늘어, 아득한 지평선까지 똑바로 쭉 뻗어 나갔다. 삭막한 질서의 황무지라 아니할 수 없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꼭 그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아득한 지평선까지 똑바로! 여기서는 한 순간, 단 1센티미터까지 모든 것이 정확하게 계산되고 계획되었다.
하지만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점을 확실하게 느끼는 것, 그것은 아이들 몫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아이들을 위해서도 시간을 낼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 모모 中에서, p97 -
둔갑한 회색 신사의 거짓말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
그들은 사람들에게 잘 살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수출과 공업화만이 살 길이라며 농촌의 젊은이들을 도시로 불러 들였다. 파병과 달러와 맞바꾸기도 했으며, 대도시에는 각종 공장이 만들어졌고, 고속도로도 뚫었다. 결국 대도시의 모습은 차츰 변해갔다.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멀리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도시로 밀려들었다.

시간은 곧 돈이었다. 공장주인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시간동안 일을 시켰다. 젊은 언니 오빠들은 적은 돈을 받았지만, 고향에 있는 어린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말없이 일하고 또 일해야만 했다. 그들이 시간을 아껴 일을 하고 돈을 벌어도 그들에겐 잘 살게 되는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시간보다 돈이 더 중요했다.
수출과 공업화 우선정책으로 농촌의 젊은이가 급속히 도시로 빠져 나가 인력이 부족해지자 그들은 농촌 각 마을에 새마을 운동을 진행시켰다. 새벽 종이 울리고 새아침이 밝으면 사람들은 너도 나도 일어나 새 마을을 만들자고 다짐했으며 그들은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듯이 일하자고 사람들을 독려했다.
사람들은 차츰 ‘우리도 살기 좋은 내 마을’을 만들어 보자고 부푼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구호가 달린 모자를 이마팍에 눌러 쓰고 목표를 비교적 단시간 내에 성취하기 위해 그들을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자고 다짐을 하고 시간을 아껴 모두들 열심히 일했지만 도무지 ‘잘 산다’는 막연한 상태를 경험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잘 산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회색 신사들의 회색 신문
사람들이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시간을 아끼는 사이 정작 관심을 가지지 못한 영역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행동하고 있었다.
소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말이 통제를 위한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소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서 행동했으며, 점차 소수의 사람들이 하는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일들이 확산되어 진행되지 않도록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 소수의 사람들을 찾아 잡아 가둘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실을 전달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폐쇄했다.
사람들이 매일 같이 읽는 신문에는 소수의 사람들을 색출하여 처벌하는 내용들이 종종 보도되었다. 사람들은 신문을 읽으면서 차츰 소수의 사람들이 전했던 말을 잊어버렸으며, 소수의 사람들은 국가에 대해 모종의 나쁜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더욱 바빠졌다. 사람들은 이제 아이들을 위해서도 시간을 낼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잘 살게 된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다만 그들이 보여주는 신문을 보며 잘 살아 보겠다는 욕망을 달래야만 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여 있다는 것을 잊은 것이다.
거짓말로는 사람들을 속일 수는 있어도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시간은 역사가 된다는 것을 결코 잊으면 안된다.
□ 차례 □
예고편 / 진실은 그 사람의 삶 속에 있다.
제1부 / 모모와 친구들, 놀랍게도 노짱은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제2부 / 회색신사, 제1편 - 그들의 거짓말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세"
제2부 / 회색신사, 제2편 - 노짱, 회색신문의 정체를 밝히다.
제2부 / 회색신사, 제3편 - 노짱을 까는 회색신문들의 발악
다음 글은 제2부 / 회색 신사 제2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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