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죽어가고 사람이 살아난다
2005년 한국광고대회에서의 일입니다. 한국광고대회라는 것이 광고쟁이들에게도 그리 관심을 받지 못하는 지라 언론에도 크게 다뤄지지 않는 행사입니다만 그 해의 광고대회 주제는 "New media, New opportunity" 즉 새로운 매체와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광고계에도 본질보다는 허세에 더욱 치중하여 이름이나 알려보겠다거나 나 잘났다고 자신을 광고하기 위해 연사로 등장하는 교수랍시고 나서는 사람들과 소위 전문가들의 알맹이 없는 시간죽이기가 만연합니다. 2005년의 광고대회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이었습니다만 포럼의 마지막 세션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두 연사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한 월드와이드 광고회사의 멕시코 법인 사람이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국내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이 두 사람의 발표는 언론에서는 차마 기사화하기 싫은 내용이었습니다. 무슨 얘기냐. 이른바 4대 매체, 즉 TV, 신문, 라디오, 잡지들의 광고 매체의존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고 곧 그 하락 속도에 탄력이 붙게 된다는 엄청난 얘기입니다.
언론은 대부분의 수익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각 언론마다 부가컨텐츠 등을 통해 또 다른 수익을 노리고도 있습니다만 광고가 가져다주는 수익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입니다. 따라서 언론들은 거대광고주의 심기를 건드리기 힘들고 한 술 더 떠 거대광고주에게 유리한 기사를 작성하거나 논조를 견지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서로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죠. 그런데 둘 사이의 커넥션이 가능케 된 젖줄 광고비가 언론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흐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사실, 언론 특히 신문사가 타격을 입기 시작한 것은 시민단체 등의 안티운동과 인터넷의 저변확대와 함께 무가지의 등장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가랑비의 수준이고 광고시장에서 매체의 이동은 어찌보면 욕조의 물막이가 빠져버린,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수면만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콱콱콱 소리를 내며 욕조에 담긴 모든 물이 빠져나가버리는 치명적인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겁니다.
여기서 잠시 광고비가 어디로 빠져나가고 있는가를 보면, 일단 인터넷입니다. 과거처럼 창을 열어두는 배너 정도로만 인터넷을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Viral Marketing :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인 확산성에 기초한 이 마케팅 툴은 저렴한 제작비와 매체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는 장점에 제법 큰 규모를 갖고 있는 광고주들도 꽤나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즉, 네티즌들에게 호감을 주는 영상물이나 간단한 게임 등을 만들어 스스로가 친구나 선후배 직장동료들에게 손쉽게 퍼날라주어 부지불식간에 스스로가 매체가 되어 광고행위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죠. 마치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바이럴입니다.
Board on game : 예를 들어 F1 그랑프리 경주를 생각해 봅시다. 경기에 출전하는 차들엔 자동차나 담배관련 회사들의 로고가 붙습니다. 가격이요?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고 거기다 슈마허같은 특급선수의 경우엔 두, 세배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큰 돈을 들여놓고 경주차가 사고로 불이 붙게 되면 천금같은 회사로고는 불길에 가려 보이지도 않게 되고 예선탈락을 하거나 우승을 하더라도 얼마나 광고효과가 있을지 얼마나 잘 노출이 되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국민게임이라고 하는 카트라이더에 요즘 세계적인 광고주들이 앞 다투어 광고를 게재합니다. 게임이라 해서 거저먹기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매체들처럼 거품이 끼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회원 천만을 자랑하는 카트라이더의 경우 코카콜라와 mini 자동차회사에서 광고를 운용하고 있는데, 회원수와 각 회원들의 게임수 등을 종합해 광고노출을 계산해보면 하루 2천만이라는 어마어마한 노출수를 기록합니다. 한 마디로 대단한 거죠. 광고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 얼마나 눈에 많이 보이고 많이 기억되는가하는 건 광고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Mobile Marketing : 휴대폰으로 오가는 정보들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모든 광고행위를 뜻합니다. 어느 광고주가 자신의 로고를 문자메시지에 달아주면 문자메시지 비용의 절반을 부담한다는지, 광고를 봐주면 특정 TV프로그램 다운을 무료로 받게 해준다는지 하는 단순한 방법에서부터 사용자 자신이 광고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도록 아무런 거부감 없이 움직이는 광고매체가 되어버리는 경우까지 모바일 마케팅 또한 누구도 그 가치의 끝을 가름하기 힘든 황금시장이 됩니다.
Off line marketing : 4대 매체 이외의 모든 생활환경에서 벌어지는 광고물들입니다. 예를 들어 옥외광고판이라거나 지하철매체, 빌딩 Wrapping 등 그야말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광고매체로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간단하게 살펴보았지만 뭔가 낌새를 눈치 채셨습니까? 네, 바로 IT강국 한국의 미래가 엄청 밝다는 것과 이제 언론은 그야말로 체질을 완전히 바꿔 패러다임 전환을 하지 못하면 그대로 말라죽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IT강국이라는 것은 기술로만 해결되지 않습니다. 광고는 사람이 움직이고 반응하고 모여주지 않으면 아무런 쓰잘데기가 없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광고가 있고 그 광고가 가치를 갖게 됩니다. 지금 한국의 IT는 어떻습니까? 한국인들의 IT에 대한 반응속도는 그야말로 빛의 속도입니다. 그러니 전 세계에서 신매체를 찾고 그에 대한 예를 찾으려면 모델이 오직 한국밖엔 없는 것이고 그러면 그럴수록 한국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이 얘기는 곧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도 성공하고 한국에서 망하면 세계에서도 성공확률을 높이기 어렵다는 원칙이 생겨난다는 겁니다. 마치 양궁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 결승전과 마찬가지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는 겁니다.
도무지 스스로 생산적인 컨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좃선류의 언론은 이제 내리막 길 밖엔 없습니다. 돈이든 권력이든 뭔가를 만든 놈이 떵떵거리고 세상을 주무르던 때가 지났다는 겁니다. 사람이 움직이고 사람이 판단하고 사람이 인정해줘야 비로소 설 수 있는 무한컨텐츠경쟁의 시대.
한국은 이미 세계의 중심국가이고, 모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