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민주정치'를 위한 동화, 모모
제2부
회색신사
“죽음이 뭐라는 걸 알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을 게다.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아무도 사람들의 인생을 훔칠 수 없지.”
모모는 제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럼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기만 하면 되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누어 주며
매 시간마다 진실을 말해 주지. 허나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란다. 사람들은 오히려 두려움을 불어 넣는 자들을
더 믿고 싶은 모양이야. 정말 수수께끼야.”
“저는 두렵지 않아요.”
- 모모 中에서, p218 -
제2편
노짱, 회색신문의 정체를 밝히다
그들은 어느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대도시를 장악했고, 대도시 사람들의 삶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그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진격해 들어와 사람들을 손아귀에 넣었다. 이 사실을 눈치챈 소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말이 통제를 위한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소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서 행동했다. 그러나 그들은 소수의 사람들을 색출하여 잡아 가두었고, 고문했으며, 아무도 모르게 죽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매일 같이 읽는 신문에는 그들의 우수성과 위대함을 칭송하기에 바빴다. 그들이 장악한 대도시의 사람들은 수 십 년간의 시간을 아무도 모르게 도둑질 당하고 있었다.
회색신사의 속임수
남자가 말을 이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딱 한 가지야.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거지. 남보다 더 많은 걸 이룬 사람. 더 중요한 인물이 된 사람, 더 많은 걸 가진 사람한테 다른 모든 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거야. 이를테면 우정, 사랑, 명예 따위가 다 그렇지. 자, 넌 친구들을 사랑한다고 했지? 우리 한 번 냉정하게 검토해 보자.” 
회색 신사는 담배 연기를 뿜어 허공에 동그라미 몇 개를 만들었다. 모모는 맨발을 치마 속에 감추고, 헐렁한 웃옷 속으로 될 수 있는 대로 깊이 몸을 파묻었다.
회색 신사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선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거다. 네가 있어서 친구들이 얻는게 뭐지? 친구들에게 무슨 도움이라도 되나? 아니.
그렇지 않아. 친구들이 남보다 앞서 가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인생에서 뭔가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까? 물론 그렇지 않아. 넌 친구들이 시간을 아끼려고 노력할 때에 도와 주었니? 오히려 그 반대야. 너는 친구들이 하는 일마다 못하게 훼방을 놓고 있어. 길목에 버티고 서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거야! 아마 지금까지 네가 그런다는 걸 몰랐겠지. 하지만, 모모, 너는 거기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친구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어. 그래 네가 그러고 싶었던 건 아니겠지만 넌 네 친구들의 적이야! 그러면서 친구들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모모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식으로 사물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모모 中에서, p131 -
회색신문의 거짓말
회색신문은 매일 같이 같은 말을 반복 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딱 한가지야. 그것은 남들보다 잘 사는 거야. 남들보다 잘 살기 위해서는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거나, 뭔가를 한 몫 손에 쥐는 거지. 그래서 남들보다 더 뛰어난 교육을 받아야 해. 그렇게 하려면 우선 유명한 강사가 밀집된 학원에 자녀들을 보내야겠지? 그리고 학군 좋은 아파트는 미리 미리 사 두는게 좋을 거야. 대출 받아서라도 두 세 채 꼭 쥐고 있어봐, 나중에 효자노릇 할걸? 이렇게 남들 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이 중요한 인물이 되고,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에게 다른 모든 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거야.”
그 말을 들은 노짱은 몸이 으슬으슬할 정도로 한기를 느꼈고, 소름이 끼쳤다. 그들이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기 위해 매우 잘못된 수단을 정당화 하는 것을 지금까지 여러번 봐왔기 때문이었다.
한편 회색신문은 노짱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공격했다.

“노짱, 우선 이렇게 물어 보겠다. 네가 있어서 국민들이 얻는게 뭐가 있지?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라도 되나? 아니. 넌 전혀 그렇지 못했어. 국민들이 남들보다 앞서 가고,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줬니? 인생에서 뭔가를 이루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어. 넌 국민들이 잘 살아 보려고 노력할 때에 도와 주었니? 오히려 그 반대야. 너는 국민들이 남들보다 더 뛰어난 교육을 받는 것을 못하게 하고, 좋은 아파트를 미리 사두는 것을 못하게 훼방을 놓고 있어. 길목에 버티고 서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거야! 아마 지금까지 네가 그런다는 걸 몰랐겠지. 하지만, 노짱, 너는 거기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어. 그래 네가 그러고 싶었던 건 아니겠지만 넌 네 국민들의 적이야! 그러면서 국민들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노짱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식으로 국민들을 바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모모, 회색신사의 정체를 밝히다
회색 신사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네 친구들을 너의 악영향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거야. 네가 친구들을 정말 사랑한다면 우리들을 도와야 해. 우린 네 친구들이 무언가를 이루길 바란다. 우리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친구인 거야. 우린 그들이 중요한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네가 훼방을 놓는 걸 묵묵히 구경만 할 수는 없어. 우린 네가 그들을 내버려 두도록 조치를 취하기로 했지. 그래서 이 예쁜 물건들을 네게 선물하는 거야.”
모모는 입술을 덜덜 떨며 물었다.
“‘우리’가 누구예요?”
회색신사는 대답했다.
“우리는 시간 저축 은행에서 나왔다. 난 영업사원 BLW 553c호지. 난 개인적으로 네게 호의를 베풀고 있는 거야. 시간 저축 은행은 허튼 장난을 절대 용납하지 않거든......,”
회색신사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모모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어떤 것과 싸우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회색신사의 얼굴이 더욱 짙은 잿빛으로 점차 변하더니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야 해.”

회색신사의 목소리는 멀리서 들려 오는 것 같았다.
“그 누구도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을 알아서는 안 돼......, 우리는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도록 신경을 쓰고 있어......, 우리는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야만 일할 수 있거든......, 아주 힘든 일이야. 사람들에게서 몇 시간, 몇 분, 몇 초를 조금씩 빼내야 하는 거야......, 사람들이 아낀 시간은 그냥 사라져 버려......, 우리는 시간을 끌어 모아......, 저장하는 거야......,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해......, 우리는 시간을 갈망하지......, 아, 너희들은 그게 뭔지 몰라. 너희들의 시간 말이야......,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어. 그래서 뼛속까지 너희들의 진을 빨아들이는 거야......, 우리는 시간이 더 필요해......, 더 많이......, 우리의 수도 늘어나니까......, 더 많이......, 더 많이......”
회색 신사는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처럼 그르렁대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튀어나온 눈으로 모모를 노려보았다.
- 모모 中에서, p133 -
노짱, 회색신문의 정체를 밝히다.
회색신문은 이어서 계속 말을 했다.
“노짱, 우리는 국민들을 너의 악영향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 뿐이야. 네가 국민들을 정말 사랑한다면 우리들을 도와야 해. 우리는 국민들이 무언가를 이루길 바란다. 우리야말로 국민들의 진정한 친구인 거야. 우린 우리들이 중요한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네가 훼방을 놓는 걸 묵묵히 구경만 할 수는 없어. 우린 네가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도록 조치를 취하기로 했지.”

노짱은 소름이 끼치는 회색신문을 붙잡고 큰 소리로 외쳤다.
“도대체! ‘우리’가 누구요?”
회색신문은 대답했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나왔지. 그들과 우리는 원래 하나야. 난 딴나라의 기관지(機關紙) 영업사원 CJDM 588S호지. 난 개인적으로 네게 호의를 베풀고 있는 거야. 딴나라는 허튼 장난을 절대 용납하지 않거든......,”
회색신문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노짱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어떤 것과 싸우고 있는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회색신문을 정면으로 쳐다본 정치인은 한 명도 없었다. 모든 정치인은 회색신문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고, 회색신문이 시키는대로 행동했다. 회색신문에게 대든다는 것은 정치인에겐 곧바로 죽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회색신문의 종이가 더욱 짙은 잿빛으로 변하더니 검정색 활자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야 해.”
회색신문의 목소리는 멀리서 들려 오는 것 같았다.
“그 누구도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을 알아서는 안 돼......, 우리는 국민들이 누구도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신경을 쓰고 있어......, 우리는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야만 일할 수 있거든......, 아주 힘든 일이야. 사람들에게서 몇 시간, 몇 분, 몇 초를 조금씩 빼내야 하는 거야......,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은 시간은 그냥 사라져 버려......, 우리는 시간을 끌어 모아......, 저장하는 거야......,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해......, 우리는 시간을 갈망하지......,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시간 말이야......, 아, 너희들은 그게 뭔지 몰라. 너희들의 시간 말이야......,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어. 그래서 뼛속까지 너희들의 진을 빨아들이는 거야......, 우리는 시간이 더 필요해......, 더 많이......, 우리의 수도 늘어나니까......, 정치에 대한 너희들의 외면과 더 많은 무관심의 시간이 필요해......, 더 많이......, 더 많이......”
회색신문은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처럼 그르렁대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튀어나온 눈으로 노짱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 사람의 인생을 훔칠 수 없다.
매 시간마다 누가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 주는지 귀기울여 들어 보자.
□ 차례 □
예고편 / 진실은 그 사람의 삶 속에 있다.
제1부 / 모모와 친구들, 놀랍게도 노짱은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제2부 / 회색신사, 제1편 - 그들의 거짓말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세"
제2부 / 회색신사, 제2편 - 노짱, 회색신문의 정체를 밝히다.
제2부 / 회색신사, 제3편 - 노짱을 까는 회색신문들의 발악
다음 글은 제2부 / 회색 신사 제3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