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대학을 다녔던 분들은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최류탄 공격을 받으며 돌맹이를 집어 던지고 심하게는 화염병을 집어 던지던 학우들.
언론에서는 그들을 가리켜 급진 용공세력, 정부 전복세력이라 도배질했었고 저를 비롯한 다수의 동료 학우들조차도 그들을 피해다니며 뒤에서는 손가락질 했다는 사실..
어쩌다 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논쟁을 하더라도, 그들의 행동이 학생신분에 어긋난다는 판에 박힌 말만 했지, 그들이 주장하는 독재정권의 부당성이나 민중의 애환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려 했던 우리들..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사상을 존중하고 그들의 진정성에 불을 지펴야 될 의무가 있는 교수들은, 오히려 그들을 비난하고 그들에게 빨간 딱지를 붙여 무식한(?) 나머지 학우들로부터 그들을 격리시키려 했다는 사실..
몰랐습니다.. 진정으로 몰랐었습니다. 당시에는 말이죠..
마르크스란 단어를 들으면 뭔가 섬칫한 느낌이 들어서 슬슬 피해다녔고, 빨갱이란 단어를 들으면 심장이 벌렁거리며 매 맞는 강아지 모습처럼 주위를 두리번 거렸죠.
험상궃은(?) 전라도 사투리를 들으면 경계하는 눈빛으로 다시 한 번 바라보던 게 다반사이고, 그런 의심스런 눈빛을 느낀 당사자가 들리지 않는 한숨을 쉬며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를 승리감이 들었던 슬픈 과거도 고백합니다.
아~~ 고백하는 이 순간도 부끄러움에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군요.
몰랐습니다.. 진정으로 몰랐었습니다. 당시에는 말이죠..
예나 지금이나 활자화된 것은 진리라 여기는 우매한 민중이 다수이기에, 비단 언론 (신문, 방송, 잡지) 뿐 아니라 제가 일하는 일터에서도 활자에 대한 그들의 맹신화를 온몸으로 터득하기에, 신문으로 그들의 가치관을 좌지우지하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었음을 인정합니다.
강준만 교수의 "김대중 죽이기"라는 책을 접하는 행운만 없었다면, 지금 이시간 저는 이명박을 칭송하며 노빠, 유빠 때려잡자는 구호를 외치면서 지만원의 서적을 탐독하고, 조선일보를 옆구리에 낀채 인터넷 독립신문을 즐겨찾기에 달아 놓고 왠종일 컴 앞에 앉아 나라를 망쳐놓은 노무현과 그 졸개 유시민을 때려잡자고 자판을 두들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 저에게 도래하지 않게 해준 인터넷에 감사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 저의 굳은 뇌를 풀어준 강준만 교수께도 감사합니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 강국을 만들어준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도 감사합니다. 주옥같은 명작으로 제 가치관을 정립해주고 있는 수많은 인터넷 논객들께도 감사합니다.
권위와 협박으로 나라를 지배했던 시절에 그럴수 있었음을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교수에게 말대꾸 하는 순간 그들의 권위가 떨어짐과 동시에 제 학점도 떨어지던 시절이었기에, 모욕감과 수치감을 느끼는것도 사치스런 시절.. 그럴 수 있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반칙을 하더라도 돈과 권위만 있으면 용서받던 시절에 그럴 수 있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고무줄법이었던 시절.. 힘 없고 나약한 사람은 법의 보호도 국가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야말로 짐승이나 노예 취급받던 시절이었기에 그럴 수도 있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권위와 협박의 시절에 태어나 유신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 대학생활을 했던 사람으로서 당시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던 투사들의 피와 땀에 경의를 보냅니다. 제대로 학습하고 공부해서 세상의 진실을 깨달으려 노력하지 않은 게으름을 반성합니다.
현충일 오전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올린 반성문이오니 광장 여러분들의 하해와 같은 이해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