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다가오면서 점차 반한라당을 모토로 하는 진영에도 암중모색이 한창입니다. 누가 나가야 이길 것인가의 문제는 아직 생각할 단계도 되지 못하고 오로지 서로 모이고 뭉치자고 합니다. 뭉쳐도 어려운데 흩어져선 더더욱 어렵다는 주장이 제법 설득력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옳곧은 뜻이 세워지지 않고 마구잡이식 잡탕을 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걱정입니다. 물론 흩으져서 각기 갈길을 가는 것보다는 서로 뭉치는 것이 더 힘이 될지도 모릅니다만 무엇을 위해서, 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언제, 모일 것인지도 모두 다른 상황에서, 여전히 뭔가 잘될 것이라는 기대는 생겨나지 않습니다.
첫째, 무엇을 위해서 모이자는 것일까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내기 위해서 또는 차기 총선을 승리하기 위해서 각기 분주한 계산은 있으나 목적도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국민의 생각과는 여전히 심각한 괴리가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만 하면 모든 일이 잘 될까요? 그것이 지순한 가치라도 가지는 일일까요? 혹시 국민이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래야 하는 것일까요?
둘째, 왜 그렇게 모여야 할까요?
정치인들의 계산은 국민의 그것과 다를 테지만 호남과 충청권이 뭉쳐서 몰표를 던져도 영남의 응집된 표에는 전혀 승산이 없습니다. 물론 총선에서 자신들의 재선을 생각한다면 유리한 측면도 있겠지만 그것 역시 국민의 관심사는 전혀 아닙니다. 혹시 현정권에 대한 낮은 지지율과 이미 형성된 반감을 피해가려는 술책은 아닐까요?
셋째, 누가 대선에 출마하고, 누가 당을 이끌어야 좋을까요?
오로지 한나라당에 반대하기만 하면 극우세력도 진보세력도 모두 함께 모일 수 있을까요? 아니 그것이 바람직할까요? 그래서 설혹 정권을 잡더라도, 총선을 이기더라도 지금의 열린우리당처럼 모두 뿔뿔히 분열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그럼 국민이 느낄 짜증과 스트레스는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요?
넷째, 모두 제각각 흩어져서 한 깃발에 모여야 할까요?
아니면 기존의 제세력을 법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좋을까요? 서로 생각도 지향점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뜻을 모으고 하나로 뭉칠 수 있을까요? 당을 먼저 만들까요? 각기 모여서 국민경선을 먼저 할까요? 탈당이 좋을까요? 당대당 통합이 좋을까요?
다섯째, 어디에서 모일까요?
반한나라당의 깃발아래 모일까요? 반노의 깃발아래 모일까요? 아니면 반영남의 깃발아래 모일까요? 친호남의 깃발아래 모일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깃발아래 모일까요? 서민대중의 이익옹호라는 깃발아래 모일까요? 남북평화의 깃발아래 모일까요?
여섯째, 언제 모일 수 있을까요?
혹시 대선후보 등록일 진적에 모일까요? 아니면 대선이 끝나고 총선을 대비할 때 모일까요? 아니면 아무것도 묻지않고 내일 당장 모일까요? 일단 먼저 모일까요? 뭔가 틀을 먼저 만들고 나서 모일까요? 마음먹고 모이고 싶다고 해서 그것이 당장 가능할까요?
모두가 모이자고 하면서도 각기 자신의 몫을 키우고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과연 모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모인다고 그것이 대선과 총선의 승리를 보장해줄 것인지도 회의적 입니다. 혹시라도 성공을 거둔다 한들 그것이 국민의 이익과 국익에 반하지는 않을지도 우려가 됩니다. 만에 하나라도 성공하고 국익에 반하지 않더라도 곧 서로의 이해관계로 인해서 갈라서지 않을까도 걱정입니다. 도무지 신뢰가 안가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이고 뭉치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항상 나름대로 정해진 규칙을 존중하면서 해야 합니다. 지금 소위 말하는 여권의 지지멸렬한 현실은 바로 원칙없이 반칙에 열중하던 사람들로 인해서 생겨난 일입니다. 스스로 좋은 당을 만든다며 주장해서 당헌당규에 담았던 내용을 각기 자신들의 이익을 기준으로 변형하거나 훼손하였고, 원칙없는 통합론과 여당이 스스로 실정을 운위하며 자신들의 얼굴에 침을 밷으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원칙에 충실할 것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습니다.
첫째, 정체성을 분명히 정립해서 모여야 합니다.
잘못 뭉쳐진 덩어리는 차라리 흩어짐보다 못합니다. 정책적 지향을 중심으로 모여야 합니다. 오로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지탄을 피하기 위한 비겁한 수단이 되어서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말로만 책임을 지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들의 과오를 낱낱히 밝히고 참회해야 합니다. 과오가 없는데도 여론에 등이 떠밀려 마지못해 인정하는 것으로 보여서는 안되며, 책임을 면하려는 시도는 더더욱 안될 일입니다.
둘째, 서로 모이고 뭉치는 이유를 분명하고 설득력있게 설득해야 합니다.
사실은 호남의 응집력있는 지지율이 그리운데 말로는 한나라당의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국민들이 현혹되지 않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해가려는 생각은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일입니다. 왜 뭉쳐서 함께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설명이 분명해야 합니다. 단지 뭉치면 유리하다는 정도로는 국민에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런 유리함은 정치인들의 유리함에 지나지 않습니다.
셋째, 누가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호남과 충청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이 모일 것인지, DJ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모일 것인지, 한나라당을 반대하고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일 것인지, 반한나라당은 모두 모일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렇게 모이면 서로 갈등없이 함께 할 수 있는지도 정확히 짚어보아야 합니다. 정치를 희화화한 것은 일부 극성지지자들이 아니라 정치인들 스스로입니다. 항상 일관되게 이랬다 저랬다 우왕좌왕한 정치인들이 문제일 뿐 국민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넷째, 어떻게 뭉칠 것인지 방법론을 분명히 제시해야 합니다.
유력 정치인들이 서로 지분을 나누고 차기 총선에서의 기득권을 서로서로 보장해주는 장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공화국의 정치세력답게 상향식 정치를 구현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혹시 열린우리당의 상향식 정치에 화들짝 놀라서 정치인끼리의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터전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다섯째, 겉과 속이 다른 모호한 지점에서 서로 얼기설기 뭉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지역정치인연합인지, 정책정당의 건설인지, 모이는 지점의 좌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반한나라당, 플러스 반노, 친김대중, 호남지역몰표등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지점에서 쉬쉬하며 몰래 만나는 일은 국민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여섯째, 통합의 로드맵을 정확히 제시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민을 속이는 쑈맨쉽이라면 결코 원하는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가능해 보이지도 않는 일에 자신만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노라는 국민의 평가만을 받으려는 일이라면 차라리 깨끗히 포기하는 것이 옳습니다.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는 곧 파멸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판이 이렇게 난잡하게 얽힌 것은 분명히 정해진 룰을 깨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던 정치인들의 행위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자신에게 귀속될 책임은 최대한 피하려하고, 이익은 최대화 하려고 노력한 얄팍한 속셈에서 위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책임은 국민을 속여서 피하고, 이익은 국민의 피눈물을 희생시켜 얻은 것입니다. 잘못은 당당하게 국민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빌며, 책임은 회피하지 않고 감당할 때 비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정치인들에게 미래는 전혀 없습니다. 술수는 오래가지 못하는 법입니다. 눈속임은 곧 들통이 납니다. 책임지는 일에는 앞장서고, 이익을 챙기는 일에는 너무 계산하지 않는 그런 뚝심있는 정치인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입니다. 시대는 변하는데 자신의 생각은 과거를 지향하고 있다면 그사람은 조용히 정치의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고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도 좋을 것입니다.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합니다. 지금 정치인들이 하는 일들은 지킬 것은 버리고, 버릴 것은 열심히 지키고 있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그것이 국민의 외면을 받는 이유입니다. 점점 늪에 빠지는 위기상황이라면 곧 삶에 집착을 버리고 초연해지는 것이 유리합니다. 처음에 세운 원칙과 처음에 알고 있던 국민의 뜻을 생각하면 오히려 쉬운 길이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