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결과물입니다.
1. 이명박이 박근혜에게 따라잡힐 수 밖에 없는 이유
이명박은 사실 얼마전에 박근혜를 영원히 따돌리고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수구세력의 적자로 책봉될 기회가 있었다. 경선룰을 둘러싸고 강재섭이 이명박의 손을 노골적으로 들어주었을 때가 바로 그때였다. 이명박이 모르는 척 뭉게고 있었으면 아마 박근혜가 발끈해서 계보의원들 데리고 탈당, 또는 그에 버금가는 리액션을 취했을 것이다. 허나 당대표가 이명박 쪽으로 돌아선게 명백해 보이는 상황에서 그 거사에 동참할 의원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며, 이는 곧 박근혜의 왜소화, 이명박 대세론의 완성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허나 이명박은 “정치를 모르는” 티를 팍팍 내며 어설픈 봉합을 시도했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상황이다. 개가 짖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은 짖고 있다. 바로 5년전 이인제가 했던 유치한 심(心)타령이다. 이인제가 노무현이 뜨는 것을 김심의 음모라고 했듯이, 지금 이명박이 죽고있는게 노무현의 음모란다. 이쯤 되면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 지금 박근혜가 30%를 넘어 이명박과의 지지율이 한층 줄어들었다는 언론기사가 이미 나왔지만 이명박 캠프 내부에선 그거보다 훨씬 더 진도 빠른 여론조사결과가 손에 쥐어져 있을 것이다.
이명박의 거품은 계속 꺼질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의 지지율은 계속 소폭상승할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박근혜의 지지율은 공고하고, 이명박의 지지율은 그렇지 않다. 막말로 이명박 지지율 중에 절반 이상은 과거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고, 앞으로 이해찬과 유시민같은 추진력과 소신을 갖춘 대선후보가 부각된다면 다시 이쪽으로 돌아올 계층들이다. 이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결과가 증명한다. 한 마디로, 이명박의 지지층은 까다롭고, 박근혜의 지지층은 묻지마다. 향후 경선국면에서 검증공방을 통해 이명박의 치부에 버금가는 박근혜의 치부가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그 타격이 박근혜보다 이명박에게 더 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해찬 전 총리 말마따나 이거 이번 대선, 의외로 쉽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공구리가 되면 기존 수구표+영남표에 기존 우리 지지층에 수도권 표도 상당부분 잠식할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이명박 본선 나오기도 전에 비명횡사하게 생겼다. 거기에다 하룻고양이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감히 노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짱돌을 던졌으니, 이제 노대통령이 이명박을 화끈하게 조져주실 명분과 상황까지 조성됐다. 박근혜가 노대통령과 싸우면 박근혜의 지지율이 올라갈지 모르나, 이명박은 앞서도 얘기했던 지지층의 한계 때문에 노대통령과 싸우면 이명박 지지층이 노대통령한테 옮겨가면 옮겨갔지 한나라당 지지층이 이명박한테 가진 않는다. 박근혜는 지난 3년여간 노대통령의 발목을 무자비하게 잡았던 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2. 찔끔찔끔 이어지는 우리당 탈출행렬의 본질
어제 연석회의에서 정세균 체제의 임기를 한 달 여간 연장하고 7월 중순에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대통합신당에 동참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한다. 반노세력들은 탈당명분을 얻었다고 좋아하는 척 하고 있지만, 실은 어제의 결의로 인해 탈당할 철새들의 규모가 반토막 났다고 보면 된다. 애초 탈당파들이 약속했던 숫자의 3분의 2를 넘지 않을 것이다. 걱정은 정동영이가 또 한 달동안 똥싸지른 채 뭉개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 찔끔찔끔 이어지는 탈당행렬의 본질은 간단하다. 대통합신당에서의 주도권확보(이는 내년 총선 공천경쟁에서의 입지강화와 직결한다)를 위한 소그룹들의 “알박기”라고 보면 된다. 우리당 금뺏지들이 대선후보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경기도, 충청도, 초재선, 이런 식으로 그룹핑해서 움직이는 것이 그 증거다. 김근태가 생색내며 대선후보를 사퇴한 것은 이미 계보에 속했던 의원들에 대한 장악력을 상실했다는 자괴감의 표현에 불과하며, 정동영이 계속 똥싸지르며 뭉개는 것은 탈당하려고 해도 뽀대나게 함께 델꼬 갈 금뺏지들이 이미 상당수는 김한길이 데리고 나갔고, 대다수는 지역별로, 선수별로 각개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동영 계보라 해봐야 끽해봤자 정청래, 김현미, 박명광, 채수찬 정도나 될까?
3. “중통합신당”을 둘러싼 잔민당과 우리당 반노세력의 계산
지금 비한나라당세력 내부의 정국에 있어서 최고의 키워드이자 싸움터는 바로 “중통합신당” 또는 “문.근.영당”이라고 불리우는 아직 실체가 없는 미지의 당이다. “참여정부 성공론(세력)”과 “참여정부 실패론(세력)”이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는 전쟁터이며 이 전투의 승리가 비한나라세력 내부에서의 대세를 결정할 것이다.
중도통합민주당(앞으로 잔민당으로 지칭)입장에선 유시민, 이해찬으로 대표되는 정당개혁세력, 참여정부성공론세력과 전북 공천권에 여전히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동영, 그리고 우리당의 호남지역구 의원들을 제외하고 최대한 많은 우리당 탈당파 의원들을 포섭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20일까지 통합의결을 미뤄놓고 “개문발차”라는 단어까지 흘리며 탈당파 의원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 잔민당의 관심은 죽으나 깨나 첫 번째는 호남공천권이요, 두 번째는 호남공천권과 상관없는 수도권, 충청지역 의원들의 영입을 통한 몸집불리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들의 공천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유시민과 정동영은 배제하려 들것이다. 허나 현실적으로 우리당 탈당파들이 곧바로 잔민당에 합류하진 않을 것이기에 향후 “중통합신당”이 유시민, 이해찬등을 배제한 반노 또는 비노신당으로 되길 바라면서 노력할 것이다.
우리당 반노세력의 입장에선 중통합신당이 노무현과 차별화를 해야 자신들이 살 수 있다고 믿기에 이해찬. 유시민 등 참여정부 성공론자들을 배제하려 하고 있다. 잔민당과의 입장 차이는 정동영 하나뿐인데 이 정도는 뭐 얼마든지 타협가능한 지점이고. 김한길의 포지션이 잔민당과 우리당 반노세력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아마 김한길이 박상천류와 우리당 반노세력간의 중재와 협상을 시도할 것이고, 그가 제일 먼저 탈당을 결행한 것은 바로 이런 위치와 포지션을 노리고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4. “중통합신당”을 둘러싼 중진들의 계산
참여정부성공론세력은 현재 의외로 많이 있다. 일단 문희상조차도 참여정부성공론세력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문희상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느냐 마느냐와는 별개로,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문희상의 정치역사상 그 편에 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탈당파 명단에 오르내리는 유인태, 원혜영 등 과거 친노중진으로 분류되는 이들도 문희상과 처지는 대동소이하다.
문희상, 유인태, 원혜영등은 입지상 참여정부성공론세력의 편에 설 수 밖에 없지만 정서상 반노세력이나 잔민당이랑도 잘 통한다. 중진이라는 꼬리표도 그 애매한 포지션에 한 몫 한다. 이들의 이익은 중통합신당이 김대중정부와 참여정부를 모두 계승하면서, 친노세력과 반노세력까지 모두 포괄하는 말 그대로의 “대통합신당”이 될 때 극대화된다. 자신들이 양 세력 사이에 위치한 원로로서 중재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통합신당을 잔민당이나 친노세력 어느 쪽에도 기울지않는 대통합신당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먼저 탈당을 할 것이다. 늦게 중통합신당버스를 타면 자신들이 앉을 경로우대석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5. “중통합신당”을 둘러싼 진성 참여정부성공론세력의 계산
이해찬, 김혁규, 김두관, 김원웅등이 이 포지션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한명숙 전 총리는 4번의 포지션과 5번의 포지션사이에 낀 애매한 위치이다. 이들은 전략상 중통합신당이 2002년 버전의 도로민주당으로 가선 대선필패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략상으로 잔민당을 호남에 잔류시킨 채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중통합신당이 떠야 대선에서 영.호남 지역대결구도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원칙상으로 봐도 그렇다. 이들은 정서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정략적으로도 참여정부를 실패했다고 낙인찍는 자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이다. 또한 잔민당을 포함한 중통합신당의 태동은 곧, 중통합신당의 헤게모니를 참여정부실패론세력이 장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곧 이 당에 합류하지 못하는 이들의 대세약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중통합신당이 잔민당과 합당을 먼저 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반노와 참여정부실패론의 기치를 들지 않으면, 대통합의 명분상 합류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또한 이들의 고민이다. 4번에서 언급한 중진들의 존재는 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이들의 결정은 자의적이기보단 타의적일 수 밖에 없다. 중통합신당의 물리적, 화학적 결과에 의해 우리당사수에 이은 리모델링이냐, 중통합신당 합류를 통한 그 안에서의 대세장악이냐를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6. 최고의 시나리오는 기호 2번 우리당과 3·4번 중통당, 잔민당의 3분체제이다
우리당이 참여정부성공론세력들이 중심이 된 채 기호2번을 유지하면서 문근영당과 잔민당으로 쓰레기들이 각각 분리수거되는 것이 우리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선명한 대의”와 “대세의 비교우위”를 한 손에 움켜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나리오는 서서히 현실이 되고 있다.
어제 우리당 연석회의의 결의를 통해 탈당파들의 규모와 명분이 왜소해졌다. 우리당의 무원칙한 해체가 아닌, 신당과의 당 대 당 합당방식을 통한 대통합을 지지하기로 우리당의 국회의원과 중앙위원, 당원대표들이 합의한 것이다. 정세균의장과 장영달 원내대표등 우리당 지도부들은 7월 중순까지 빼도박도 못하고 당에 남을 수 밖에 없게 생겼으며 이는 중통당이 생길 때까지 최소 국회의원 50여명이상의 규모로 우리당이 건재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참여정부성공론세력이 우리당을 장악하는 순간, 우리당은 국회의원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으로 이어지는 민주개혁세력의 적자이자 정통승계자로써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설사 탈당파 규모가 늘어나서 기호 2번을 뺏기게 되더라도 이는 기호 2번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아주 중요한 정치적 위상이다.
중통당과 잔민당이 내부알력과 서로간의 통합을 둘러싼 잡음으로 개판일 때, 우리당은 민주세력성공론, 참여정부성공론을 들고 흩어져있던 지지층을 결집하고, 새로운 지지층을 흡인할 수 있다. 6월 19일 출마회견을 기점으로 이해찬총리는 손학규와 비한나라권내 빅2의 구도를 형성할 것이고, 7월중으로 유시민 의원이 컴백하면 이는 과거 2002년과 같은 시대정신의 대폭발을 일으킬 도화선이 될 것이다.
8월 중순까지 잔민당, 중통당과 가설정당 창립을 통한 오픈프라이머리 합의와 우리당 자체적인 후보경선을 투트랙으로 진행하여, 만약 비한나라 통합 오픈프라이머리가 성사되면 10월 중순까지 두 달 간 이어지는 그랜드프라이머리가 될 것이요, 통합 오픈프라이머리가 성사되지 않으면 우리당 자체적으로 추석전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한 후 비한나라세력내에서 대세론을 형성하면 된다. 혹시 이게 여의치 않으면 11월에 후보단일화를 위한 잔민당. 중통당 후보와의 플레이오프를 한 번 더 치르면 된다.
7. 유시민 의원이 컴백할 때까지 우리의 판을 최대한 키워놓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차원을 떠나서, 개혁네티즌들의 정서와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후보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유시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시민이 단지 네티즌들의 후보, 정당개혁세력만의 후보로 왜소화된다면 그것은 결국 유시민도, 개혁네티즌들도, 정당개혁세력들도 죽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본다. 유시민의원이 집필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진, 참여정부성공론의 편에 선 후보들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이나 폄하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그때까진 서로 격려해주고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면서 참여정부성공론세력의 입지와 판을 키워주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네티즌, 정당개혁세력의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이해찬, 한명숙, 신기남, 김혁규, 김두관, 김원웅, 심지어 탄핵의 편에 섰던 강운태마저도 그때까진 포용하고 지지해야 한다. 노대통령께서도 기회주의자는 지도자로 모시지는 않지만 포섭의 대상은 된다고 하지 않으셨던가? (물론 그때 당시 뉘앙스는 지도자로 모시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신 거지만)
그리고, 참여정부성공론세력안에서의 옥석은, 오픈프라이머리가 시작된 후 가려도 늦지 않다고 본다.
저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저의 당적을 유시민 의원과 함께 할 것입니다. 유시민 의원이 없는 당에서 당원 활동을 한다는 것은 저에게 크나 큰 고통입니다.
누군가가 무뇌유빠라고 욕해도 할 말 없습니다만, 저는 그분의 열정과 진정성, 그리고 정보력과 정세판단능력이 저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고 높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에게 제 정치적 판단을 위임하려 합니다.
다만, 그분의 판단과 저의 판단이 그렇게 크게 가치적, 전략적으로 충돌을 일으키라곤 보지 않습니다.